MOKYO

레이블 언컷포인트(UNCUTPOINT)라는 새 둥지에 안착한 모쿄(Mokyo)가 약 2년 만에 싱글 [Rehab]으로 음악적 재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그의 음울하고도 감상적인 바이브는 신(Scene)에서 독보적인 개성으로 자리했고, 이는 힙합 프로듀서로서의 행보와도 다른 인상이었다. 이제 모쿄는 상기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음악으로, 좀 더 활기찬 다짐을 새로이 천명했다.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간의 이야기, 새로운 영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를 하단에 기록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2년 만에 다시 활동하려고 하는 모쿄다.

우선 싱글 [Rehab]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Rehab”이라면 결국 케미컬 내지는 중독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작명인데.

그 가사는 내가 의존하고 중독됐던 매체를 말하는 거다. 취해있던 나 자신한테 말하는 내용인데, 오랫동안 여행도 다니면서 파티, 클럽, 친구들과 놀다가 몸에 안 좋은 걸 많이 했다. 몸과 정신이 망가졌고, 다 중단하고 나서 실제로 재활 치료도 했다. 심장 쪽이 많이 안 좋아져서 현재까지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음악이나 대인관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건강만 악화되고 있었다. 따라서 내 삶의 사이클과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재활’을 주제로 앨범을 만드는 중이다.

본 싱글 자체는 빠른 템포의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로, 시끄러운 머릿속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았다. 프로듀싱도 전작에 비해 많이 매끈해졌는데, 아무래도 중독에서 벗어나고픈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은 건가?

아까 말했다시피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다. 살아가는 생활 속의 분위기, 삶의 패턴. 그래서 노래를 만들 때도 처음 보는 친구 이현준을 소개받았고 함께 작업했다. 이 싱글은 처음으로 내가 프로듀싱 비중을 줄인 곡이다.

가사 자체는 몽환적으로 무엇인가에 빠져 있는 상황을 묘사했지만, 인스트루멘탈은 파워풀하게 들리기도 한다. [Daddy]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가사와 사운드가 곡 안에서 역설적으로 어울리게 배치시키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 것 같다. 제목이나 가사, 편곡 등 대비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곡에도 가사와 제목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가사만 보면 특정 대상에게 하는 말 같으니 제목을 직접적으로 짓는다든지. 어쨌든 ‘Rehab’은 좋게 나아가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단어고, 동시에 고통도 내포한다. 지금의 나는 많이 좋아졌고, 그래서 회사와 계약한 것이다.

“Something”을 발표할 당시부터 밝혔듯이 지속해서 ‘어머니’라는 영감을 말해왔다. 이번 싱글에도 특별한 영향을 주었는지?

사실 이번 노래에서는 온전히 나를 제일 많이 생각했다. 내가 하나의 오브제가 된 것 같다.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으로, 이번 트랙에서는 모쿄로는 상당히 드물게 한국어 가사를 썼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우선 앨범 [Accent Fried]의 경우는 캐나다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한 앨범이다. 그 친구가 캐나다 사람인데, 어릴 때 내 영어 발음이 구리다고 말한 적 있다. 발음이 망가졌다는 뜻인 ‘Accent Fried’를 그대로 앨범명으로 지은 거지. 지금 준비하는 것들은 나한테 하는 말이라 한글로 적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중반부의 “testing”과 “melon”, 후반 snipper 등의 비트에서는 힙합 프로듀서 시절의 관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이어뮤직에 있을 당시, ‘Thurxday’라는 프로듀서 네임을 쓰던 당시에서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영향이라면?

그때 당시에는 소속 뮤지션들, 식케이(Sik-k), 그루비룸(Groovy Room), pH-1 등… 특히 pH-1은 내가 음악을 한국에서 처음 시작할 때 함께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회사에서 처음 만나 관계를 형성한 친구들이 다 힙합 뮤지션들이었다. 계약 초반에 친구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해서 집에 놀러 갔는데, 엄청 자유롭더라. 밴드할 때와 똑같이 자유롭게 재밌게 놀면서 작업하더라. 그리고 래퍼들은 속도가 되게 빨랐다. 서로에게 주고받는 영향 안에서 자극받는 듯했다. 그런 걸 많이 배웠다.

요즘 곡 작업에서 새롭게 영감을 얻는 분야가 있다면?

내 여자친구가 옷을 만들고 있다. 지금 입고 다니는 옷도 여자친구가 만든 건데, 아직 발매한 옷은 아니다. 여자친구가 아무래도 미술 작업을 하다 보니 거기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이 서로 비슷한데,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실무적인 컴퓨터 툴 같은 것들도 구경하니 신기하더라. 옷 패턴, 샘플 만드는 공장에도 따라갔다. 컨테이너 같은 곳에서 아저씨들이 옷 만다는 진짜 공장이더라. 종로3가 부근 원단 자재 공장이 몰려 있는 곳 말이다.

그럼 그 공장에서의 경험 또한 근래의 음악 작업과 관련 있는 것인가?

음악은 어쨌거나 보통 스튜디오 안에서 다 끝나지 않나. 옷은 부자재, 샘플, 제품 생산 등 옷이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걸 보면서 음악 하길 잘했다 싶었다. 컴퓨터로 하는 게 편하니까. 하하. 그 과정에서 혼자 고민했다. 옷은 사람들이 어떤 거에 끌려서 사게 될까… 음악에는 우연의 순간이라는 게 있다. 길 가다 좋아서 찾아 듣게 된다거나… 그런데 옷은 옷 가게에 가서 입어본다거나, 누군가 입는 걸 봐야 알고 그 전엔 모르잖나. 음악은 접근성이 편한데, 옷은 가격, 트렌드, 브랜드 성향 유지와 대중성 간의 간극 좁히기 등 판매 및 소비에 고려할 것들이 많다. 하여튼 사업구조도 광범위하게 이해해야 하는데, 이런 메커니즘만 가져와서 음악 만드는 작업에 적용해보고 있다.

악기 배치 같은 경우, 드럼이나 기타 등 악기부터 찍는 것으로 작게 시작해서 조금은 생각 없이 착수했다. 옷 만드는 사람의 경우는 이번 주에는 뭐해야 하고, 다음 주에는 또 다음 스케줄을 진행해야 하는 플랜이 정해져 있다. 납기 등의 날짜가 어그러지면 큰일 나니까. 음악은 우연으로 나올 때가 있다. 코드를 쳤는데 너무 예뻤다든지. 반면에 옷은 미리 전체가 나오고, 하나씩 순서대로 일을 진행한다. 그래서 요즘은 머릿속에서 노래를 다 디자인한 뒤 원래 존재했던 노래처럼 만들어놓고, 머릿속에 상상한 소리, 코드, 멜로디, 화성을 찾는 훈련을 한다. 머릿속에 미리 상상해둔 ‘디자인’에 의존해서 만드는 것이다.

이전 작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물론 예전에도 상상한 대로 노래를 만들긴 했지만, 전에는 스스로 무언가를 제시하는 편이었다. 무언가를 허공에서 주워오는 경우는 없지 않나.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무의식에 전부 남아있으니까. 어릴 때 들었던 음악도 15년 뒤에 지금 내가 만든 것처럼 떠오를 때도 있다. 지금은 아예 아무것도 안 할 때도 머릿속으로 억지로 가상의 음악을 끄집어내는 훈련만 한다. 그래서 요즘엔 노래가 들리는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다.

결국 정리하자면 음악보다는 친구들에게서 더 많이 영향을 받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도 집에서 매일 옷 만들고 포토샵 작업을 하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좋은 음악이야 너무 많지만, 그런 음악은 누구나 찾아 들을 수 있으니 내가 할 대답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가진 거니까 나한테서 필요한 대답은 아닌 것 같다.

이전에는 타투를 직접 시술하기도 하며 해당 문화에 매력을 느꼈던 거 같은데. 요즘엔 어떤가?

타투는 사실 안 한 지 2년 넘었다. 지금은 그저 친구들한테만 해주는 정도다. 공식적으로는 인스타그램도 다 닫았다.

하이어뮤직 이후 현재 소속사 언컷포인트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을 간략히 말해줄 수 있을까?

일단 하이어뮤직에 있을 때 내 일을 도와준 팀장님이 워너뮤직으로 가셔서 워너뮤직과 계약했다. 워낙 일도 잘하시는 터라 내가 그 팀장님을 많이 좋아했다. 내가 사실 공개하지 않은 소속사까지 포함해 언컷포인트까지 이번이 네 번째다. 맨 처음에 갔던 대형기획사에서 시간만 보내고 계획을 못 이루고 나와서 사실 하이어뮤직에 들어가게 되었던 거다.

사실 유윌노우와의 계약 종료 이후 언컷포인트로 들어가기까지 1년을 고민했다. 회사도 계속 바뀌고, 사람들이 찾는 건 고마운데, 회사의 구조와 별개로 내가 적응할 수 있겠냐는 고민이었다. 근데 앞서 말한 팀장님이 잘 이야기해주셔서 이곳으로 왔는데 잘 선택한 듯하다. 내가 레이블 개념보다는 원체 개인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아티스트끼리 뭔가를 같이 해야 한다고 하면 힘들어하는 편이다. 근데 여기는 레이블 개념보다는 컴퍼니라서 진짜 엔터테인먼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분위기도 좋고 오히려 너무 편하다.

비록 아티스트와 회사의 색깔은 분리되어있다고는 하나, 현재의 소속사 언컷포인트의 면면을 보면 힙합 아티스트 위주로 이루어진 것은 사실인데, 이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있는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회식 때 한 번 보고 연락처만 아는 사이라서. 하하. 서로 유대가 생겨야 작업을 할 텐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내성적이다. 실생활에선 서로 쑥스러워하니 기회가 오면 자연스레 진행될 것 같다.

향후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한국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고, 그걸 하려면 노래를 내야 하니 현재는 음악 만드는 일에만 열중하려 한다. 지금 회사도 외국계 쪽 컨택 포인트도 많고, 해외 뮤지션과 작업할 만한 기회도 많을 것 같아서 기대 중이다. 또 이전처럼 밴드 활동 또한 고민하고 있는데, 이는 차차 꾸려나갈 예정이다.

2019년도에 데뷔하고 나서, 하이어 계약이 끝나자마자 코로나가 바로 터졌다. 그래서 해외 매거진 같은 스케줄을 다 취소해야 했다. 강제적으로 아무것도 못 했다. 공연도 하고 싶고, 활력 있는 뭔가를 많이 하려 한다. 언컷포인트도 점점 더 확장되고 있으니 좋은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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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강재욱
Photographer │ 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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