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아트와 전시회, 나이키를 비롯해 크고 작은 회사들과의 협업 등으로 다양한 아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선보였던 아티스트, 윤협은 무표정의 구름 그림과 Litter Gram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된다. 페인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서울의 서브컬쳐와 전통적 그래픽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2000년도 초중반부터 지금까지 그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업물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의 최근 작품 활동과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 Visla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떻게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Litter Gram이라는 이름의 의미도 궁금하다.
처음 스케이트보드에 관련된 아트웍에서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본명을 쓰다가 이후에 그래피티와 스트릿 아트의 영향을 받으면서 닉네임 대신 이름을 변형하여(Ynhp) 사용하고 있다. Littergram은 나와 2003년부터 함께 해온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출발한 이름이고 현재까지 내 다양한 작업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포커 페이스 구름이 궁금하다. 어떻게 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려 달라.
소비 심리의 반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일회용 박스를 주워와서 내가 동경하는 대상들로 재창조했다. 턴테이블, 믹서 등 크고 작은 여러 장난감들을 만들어 냈다. 뭔가를 만들어 내는 편이 나랑 더 잘 맞는다고 느꼈고 그 중에 제일 맘에 드는, 단순한 형태의 로봇이 탄생했다. 꾸준히 나와 함께 하는 존재를 만들고 싶었고, 이 로봇이 점차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시키면서 현재의 구름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처음 아트를 시작했을 때의 지향점과 지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크게 변한 건 없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을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단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게 나에게는 더 보람된 일이다. 재조합을 하든지, 틀을 계속 바꾸든지 시간이 걸려도 내 방식에서 만큼은 오리지널이 되는 게 좋다고 생각 한다.
아티스트 푸츄라(Futura)와 로스타(Rostarr)를 좋아하지 않나? 그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있다면.
푸츄라는 레이아웃에 대한 감각이나 비워내기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서 많은 감명을 받는다. 그뿐 아니라 시대환경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들을 보면 개인적으로도 힘을 받게 된다. 로스타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걸어온 아티스트다. 이십대 초중반 즈음, 나이키 광고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데이브 엘리스와 반스토머 크루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작품을 좋아했었다. 작품에 더욱 진지한 태도로 임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2012년 4월 ‘Evolution’이라는 전시회를 rm360에서 열었다. 당시에 공개됐던 아트웍은 기존의 것보다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전통문화에는 재밌고 신선한 요소가 많은데, 상투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것이 아쉬웠다. 전통 문양에 있는 설화적인 의미는 정체성이 남다르기도 하고, 동양의 단청색을 개인적으로 좋아해 왔다. 모든 스케치를 빼고 맨손으로 처음부터 전부 그리는데 목적을 뒀다. 그리다가 실수해서 망치는 한이 있어도 순수하게 붓 한필로 담아내고 싶었다.
특히 색상과 곡선에서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릴 것인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일단은 보여줘야 할 다른 작업들도 더 많은데, 순서를 잘 정해서 하나씩 선보일 계획이다.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취미는 무엇인가?
음악을 들으면서 비주얼을 떠올린다. 취미는 신기한 물건을 수집하는 것.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Raza Uno.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아티스트이다. 이번 나이키 에어맥스의 전반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 앞으로 보여질 다른 작품들 또한 기대된다.
작년에 결혼을 했다. 결혼이 본인의 삶과 작업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아내는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작업에 있어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들에 많은 영감을 준다. 안정적이고 든든하다.
프로듀서 프라이머리(Primary)의 박스를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탄생한 작품인가.
프라이머리가 Primary Skool로 활동할 때, 첫 앨범의 커버 아트를 맡았다. 프라이머리는 개인적으로 얼굴을 메인 커버에 드러내는 걸 원치 않았다.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친구 최다함과 묘안을 짜던 중 떠오른 것이 프라이머리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착용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초기 베이스가 된 모델은 2004년에 제작한 걸어다니는 인형이었다.
그 박스는 지금은 프라이머리의 심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답(?)은 따로 받았는지.
캐릭터를 팔 생각으로 제작한 건 아니었다. 순수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시작된, 실험성에 포커스를 뒀던 작업이었다. 본인과 다른 분들의 노력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현재는 프라이머리의 아트디렉터로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멋진 작업을 하고 싶다.
뉴욕에서 잠시 거주하지 않았나. 뉴욕의 스트리트 아트씬과 한국의 아트씬의 차이점이라면 무엇일까?
뉴욕도 한국처럼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하는 곳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섬세하고 디테일한 솜씨에 가치를 많이 두는 것과는 달리 뉴욕을 포함한 다른 도시에서는 자신만의 스토리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Wyfluence, Nike 등 다양한 기업, 크루와 작업을 함께 한 것으로 아는데 기억에 남는 콜라보레이션이 있다면?
모두 다 열심히 했고 개인적으로도 고마운 작업이다. 그저 실력에 비해 좋은 기회를 만난 것 뿐이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됐다. 또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들과 하는 작업은 나에게 항상 힘이 된다.
윤협 아트의 바탕은 스케이트보드 컬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받은 영향에 대해 듣고 싶다.
일찍이 미술을 공부했던 것도 아니고, 감각이 타고났다고도 자부할 순 없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본 스케이트보드 그래픽, 티셔츠, 스티커 등 저항의 이미지와 표현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정 되기도 하고 더 다양해지면서 변화했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장 최근의 활동이라면 디제이 유닛, 썸 시리어스(Som Serious)의 팟캐스트 커버 그래픽일 것이다. 시작하게 된 과정과 이 작업물의 목표는?
두 친구들이 먼저 커버 이미지를 제안했을 때, 4컷 만화 형식을 그려보자는 얘기를 했고 모두 좋아해서 시작했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선은 믹스를 위한 커버 정도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들어 그래피티 작품을 보지 못한것 같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지?
비쥬얼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반달리즘은 잠정적으로 일시 정지 상태이다. 다음 단계의 작업을 연구하고 있다. 사고와 관점은 계속 성장하고 달라지기 마련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 매일 새로운 작품을 준비 하고 있다.
그래피티를 다루는 12ozprophet와 같은 웹사이트나 커뮤니티가 국내에도 존재하는가?
그래피티 라이터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나 커뮤니티가 있다. 그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고 서로 교류하기도 한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그래피티와 스트릿아트가 위주가 되는 행사를 보기는 쉽지 않다. 국내 그래피티와 스트릿아트 씬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불특정 다수가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나 아티스트 스스로가 기획하는 전시나 행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태깅과 그래피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절대 선도 없는 것 같고 절대 악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우리 나라는 깨끗한 편이라서 아직 그 부분을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나도 많은 것 들에 영향을 받은 것 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영향을 주는 것.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말해 달라.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프로젝트를 병행할 것이다. 새롭게 준비한 작품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Yoonhyup의 웹사이트 (www.Yoonhy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