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yama Haj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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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소라야마 하지메(Sorayama Hajime)는 살아있는 전설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불가능했던 1960년대, 그는 수작업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1968년, 스물한 살이 되던 해 하지메는 광고 에이전시 회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1972년, 회사 생활을 접고 프리랜서의 길을 결심한다. 로봇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그는 1983년, 핀-업 아트(Pin-up Art)를 자신의 로봇과 결합한 ‘Sexy Robot’ 책을 출판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소라야마 하지메는 Pepsi, Sony, Aerosmith, Kaws, Stussy, Disney 등 다양한 그룹과의 협업은 물론, 여성 로봇과 에로티즘(Erotism)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가 직접 손으로 그린 로봇에서 느껴지는 사실감이나 광택은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당초 예정대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그는 짧지만 뼈있는 말들로 이메일 인터뷰 답란을 채웠다. 6개월 만에 돌아온 답변을 공개한다.

 

 

아직도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이제 와서 뒤늦게 레이스에 참가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손으로 그리는 재능 말고는 없다. 기술은 결국 더 앞선 차세대 기술에 지기 마련이지만, 갈고닦은 감각은 결코 다른 감각에 지는 법이 없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대해 회의적인가?

섬뜩함의 계곡(不気味の谷)라고 일컫는 가설이 존재하지만 (역자 주: 일본의 로봇학자 ‘마사히로 모리’가 1970년 세운 가설로 로봇이 사람을 닮을수록 사람은 그것에 친근함을 느끼지만, 어떤 특정한 선을 넘으면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그 이후 점점 더 닮아가게 되면 다시 강한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 그 기분 나쁨을 느끼게 되는 특정한 선을 섬뜩함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아직까진 누구도 그 계곡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소라야마 하지메의 정체성은?

아직 성장 중이다. 짜임새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당신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우리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당시 소라야마 하지메의 그림은 얼마나 파격적이었나? 과감한 표현 방식과 주제가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법도 한데.

나에게 있어서는 일상적인 일이라 파격이나 반향은 다른 이의 의견에 맡긴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그 시절에 생소한 직업이 아니었나? 어떤 이유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될 결심을 했나.

당시 그림으로는 먹고 살 수 없었는데,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다.

 

당신보다 한참 어린 세대에게 당신의 그림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많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수입이 별로 없는 걸?

 

처음 로봇이라는 소재와 섹슈얼 코드를 결합하게 된 계기는?

광고 주문이 시작이었다. 두 가지 양극의 결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원래부터 여자를 좋아해서 ‘여신’이라고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일종의 오마주라고 보면 되겠다.

 

당신이 바라보는 미래의 디자인이란?

그걸 알면 고생 안 하겠지.

 

최근 들어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이 잦다. 스투시, BK와의 협업이 그것인데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는지. 최근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친구들이 제안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아무리 스트리트브랜드라고 해도 많이 팔리는 녀석들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신이 생각하는 섹시한 여성이란?

이혼녀, 과부, 유부녀, 여교사, 여경, 여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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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과 아트의 경계선은?

관객의 지성과 교양에 경계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로봇의 결합체인 ‘Gynoid’은 그야말로 당신의 상상력이 집대성된 작품인 것 같다. 이러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여러 아이디어의 집합체다. 그것을 나는 상위 단계까지 세련되게 조합한다.

 

당신의 섹스 판타지는 무엇인가?

일본에서는 불법이 아니지만 쑥스럽기도 하고, 외국에서 붙잡히면 곤란하기 때문에 비밀로 하겠다.

 

판타지, 로봇, 핀업 걸 등 다양한 소재를 작품에서 다뤘다. 그 이외에도 새롭게 그려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금기를 깨고, 그것을 조롱하고, 바보로 만드는 것을 테마로 삼고 있다. 종교에 얽힌 것들이 많기 때문에 언급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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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Sony)에서 만든 최초의 로봇견 Aibo의 디자인을 맡았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나? 앞으로도 이러한 가전제품 혹은 전자기기의 디자인을 맡을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재미있거나 벌이가 좀 된다면 하고 싶다. 아낌없이 돈을 줄 수 있는 오퍼를 기다리고 있다.

 

2001년에는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앨범 커버를 그리기도 했다. 작업 비화라든지 앨범 커버의 의미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20년 전의 작품을 다시 사용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아트토이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신의 그림을 액션 피규어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의 의도가 피규어를 통해 잘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20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피규어를 만드는 원형사에게 나의 생각이나 뉘앙스가 많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다.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다. 그림을 제외하고 열정을 쏟는 취미가 있나?

무조건 1순위가 그림이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기 때문에 야외로 나가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낚시, 세일링, 걷기 등등…. 이게 꽤 힘들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다면?

Sony, Disney, Lucas Film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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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메 소라야마의 작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tussy, Kaws, Disney, Aerosmith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그래픽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누군지 궁금하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영향을 받아 훔쳐왔다.

 

당신은 어떤 오타쿠인가?

소라야마 오타쿠.

 

일본의 전통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Neo Japonism and Obession’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전통을 에로티시즘과 결합한다는 건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국의 사정은 유감이다. 나도 에로틱하고 과격한 표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방파제 삼아 소란스럽게 진행했었다. 지금도 물론 계속 진행 중이다.

 

작가가 되기 전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

세계정복, 그리고 하렘(Halem)을 만드는 것.

 

좋아하는 그래픽 아티스트는?

잘 팔리는 메이저 작가들 전원.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마치 야쿠자들이 벌이는 일종의 도박과 같기 때문에 객사할 각오가 있다면 계속해나가라. 그럴 수 없다면 평생 거지처럼 살던가.

 

번역 ㅣ 이다영,정필규
진행 ㅣ 최장민
편집 ㅣ 권혁인

Sorayama / Artspace Company Y : www.sorayama.net
Sorayama Hajime 사진ㅣJeff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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