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manda

코로나로 인한 클럽 신(Scene)의 침체로 앰비언트를 비롯한 감상적인 비주류의 음악이 주류로 도약하는 시대가 도래하나 싶었다. 서울의 앰비언트 듀오인 살라만다(Salamanda)가 그 도약의 근거이자 핵심이었다. 앰비언트, 레프트 필드 듀오로 소개되는 살라만다. 지난 2년간의 주 무대가 유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먼저 프랑스의 레이블 ‘굿 모닝 테잎스(Good Morning Tapes)’에서 [Allez!] 발매, 독일 기반의 레이블 메트론 레코드(Métron Records)에서 앨범 [Sphere], 그리고 오는 6월 10일에는 뉴욕의 레이블 휴먼 피치(Human Pitch)에서 새 앨범 [ashbalkum]을 공개한다. 더불어 컴필레이션 곡 참여, ‘NTS’와 ‘LYL 라디오’의 시야에 포착되어 레지던트 활동까지. VISLA는 두말하면 입 아픈 살라만다의 두 맴버인 살라(Sala aka Uman, 이하 S), 만다(Manda aka Yetsuby, 이하 M)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들을 수성동 계곡에서 만났다. 선선한 날씨,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의 소리가 곧 음악이라며 녹음기를 꺼내든 살라만다와 간만에 나눈 대화를 확인하자.

VISLA와는 코로나 직전 ‘Electric Youth’ 인터뷰 후 오래간만에 만났다. 코로나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M: 모든 사람이 그랬듯, 우리도 힘들 거라 예상했다. 베뉴도 오랜 기간 동안 쉬었고, 공연도 코로나 이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처음엔 슬펐는데, 점점 코로나 시기에 맞춰 랜선으로 할 수 있는 공연이 많이 기획되다 보니 코로나에도 바쁘게 지낼 수 있었다.

S: 불편한 말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살라만다는 코로나의 수혜를 받았다고 본다. 코로나 이전, 클럽이 하드한 음악을 밀고 가다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런 분위기에서 다들 집 밖으로 나오질 못하니까 앰비언트와 같은 장르를 듣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우리는 그러한 시대의 덕을 본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음악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나? 게다가 두 멤버는 음악 외 다른 일까지 겸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M: 나는 코로나 사이에 직장이 두 번 바뀌었다. 좆같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때려치우고 지금은 의류 브랜드 ‘인터내셔널(The Internatiiional)’에서 일하고 있다. 인터내셔널은 알다시피 클럽과 전자음악 신을 서포트하는 브랜드라, 일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 데 마음이 편하다. 오히려 좋은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루틴으로 살고 있다.

S: 나는 ‘클리크 레코드(Clique Records)’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그만두었다. 레코드숍 관련 일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음악을 많이 들어볼 수 있었고, 오고 가는 많은 뮤지션을 만났으며, 음악 이야기를 자주 나눠서 좋았다.

살라만다로 앰비언트 라이브 셋을 펼치던 당시에 반해 요즘은 디제이 셋으로 정글 음악을 플레이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이쯤에서 살라만다의 정체성과 색깔을 다시 한번 묻고 싶다.

S: 그런 정글 음악은 살라만다의 정체성은 아니고 예츠비와 우만이 평소 좋아하던 것이라 파티에서 많이 플레이했고, 그 부분을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실 초반에는 우만과 예츠비로 디제이 활동을 하는 것과 살라만다는 서로 색깔이 달라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한 적은 있다. 어쨌든 이것저것 다 하는 것도 결국 살라만다고, 그냥 그게 좋아서 부담 없었는데, 이제는 좀 분리해야겠다고 느낀다.

M: 우만과 예츠비가 살라만다라는 팀이라는 사실 덕분에 여러 파티에 많이 부킹되었다. ‘디제이와 라이브 셋, 혹은 디제이와 프로듀싱 정도로 구분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베뉴에서 즐겁게 음악을 틀었지. 근데, 최근 일본 컨택트 도쿄(Contact Tokyo)에서 댄스 음악을 트니까 다들 조금 놀란 분위기였다. 살라만다의 음악에 흥미를 갖고 관심 있던 분들이 많이 왔는데, 그날 준비한 셋이 그런 분위기의 음악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살라만다에 어울리는 셋을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라만다로는 최대한 거기에 맞는 결의 음악을 틀려고 노력하고, 평소에 좋아하는 댄스 음악은 되도록 개인의 이름으로 디제잉할 때 집중하려고 한다.

일본에서 묘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살라만다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 늘어가는 느낌은 어떤가? 아무래도 대중에게 조금은 낯선 앰비언트의 특성상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느낌일 것 같은데.

M: 일본은 이미 앰비언트 청자 층이 두텁지 않나? 그래서 일본의 경험이 뭔가 인정받은 느낌이라 더욱 기분이 좋았다.

또한 굿 모닝 테잎스, 메트론 레코드의 자 레이블 스몰 메슈얼스(small méasures)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독일 호어(HÖR) 베를린에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S: 사실 베를린을 막연히 생각하면 테크노 이미지가 너무 크지 않나? 그래서 베를린에 가도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청자 층을 많이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베를린은 모든 전자음악을 다 포괄하고 있는 도시 같아서 놀랐다. 앰비언트라고 부르지만 우리 음악이 앰비언트와는 조금 다르고 모호한 편인데 좋게 들어주고 연락해줘서 고마웠다.

M: 우리 음악을 독특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 둘 다 공유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하고 또 워낙 멋진 걸 좋아하다 보니까 우리가 만드는 음악에 확신이 없었다. 우리가 듣는 음악보다 수준 미달인 것 같고, 의기소침할 때가 많았는데, 해외에서는 그게 오히려 새로운 음악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 이젠 그걸 수렴해서 좋은 창작물과 좋은 에너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LYL 라디오와 NTS 라디오의 레지던트로 발탁되어서 활동 중이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는지?

M: 그냥 연락이 와서…

기분이 어땠나?

M: 너무 놀랐지. 특히 LYL 라디오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눈물까지 흘렸다. LYL은 전자 음악을 시작한 이후부터 너무 좋아하던 채널이었다.

S: 굿 모닝 테잎스에서도 연락오기 전부터 예츠비가 LYL 라디오에 믹스 한번 보내고 싶다고, 그곳에서 내 믹스가 나오면 소원이 없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근데 굿 모닝 테잎스에서 음악을 내고 난 뒤 별다른 교류가 없었는데 갑자기 먼저 연락이 왔다. 그래서 믹스를 보낸 다음부터 레지던트 오퍼를 받아 시작하게 됐다.

해외 라디오 레지던트로 활동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M: 전혀 없다. NTS는 한 달을 주기로 업데이트 메일이 오는데, 거기서 레지던트 간 공유하고 싶은 프로모션을 연결해주고 머천다이즈를 할인해준다. 그리고 도네이션 수익금을 나누는 정도의 수입이 있다.

S: 금전적인 베네핏은 전혀 없지만, 우리가 우리의 채널을 갖고 있고 그 채널에서 우리가 큐레이션하고 셀렉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혜택이 있다. 믹스셋 큐레이션은 수익이 전혀 없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믹스에 관심을 갖고 들어주었으면 한다.

살라만다 믹스셋의 특징이 있다면?

M: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과 본 이베어(Bon Iver) 트랙의 키를 똑같이 맞춘다거나 이펙터를 먹이는 등 앰비언트 믹스 녹음 연출에 공들이고 즐겁게 임하고 있다.

S: 앰비언트 믹스는 하나의 덩어리와 같다. 우린 이를 연출하기 위해 곡 수정도 많이 한다.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한 시간 정도 감상하면 좋은 음악이다.

M: 한 트랙의 네 마디만 루프하여 섞는 경우도 있고, 그냥 거의 프로듀싱이라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 특히 LYL 라디오 믹스셋은 엄선한 믹스다. 그러니 다들 LYL 믹스셋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LYL 라디오! 우리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짜 잊지 않으면 좋겠어!

한국의 아티스트로서 한국적인 것을 알리려는 시도를 보였다. 살라만다의 경우는 어떤가?

S: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한국 악기 샘플을 사용한 트랙이 좀 있다. 근데 아직은 한국의 소리를 주요 테마로 곡을 만들고 싶진 않다.

M: 한국의 소리를 써야 한다는 일종의 강제가 생기면 오히려 곡을 만들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앰비언트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지금에야 해외에서 다양한 오퍼를 받기도 하겠지만, 시작할 당시엔 한국은 특히 앰비언트 청자 층이 얇았을 것이고 또한 피드백이나 호응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M: 일단 우리가 즐겁게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큰 원동력이 아닐까?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음악을 플레이하고 노는 시간, 우만과 함께 공연하면서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원동력이다.

S: 막 투덜댈 때도 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처음 시작할 때 대중의 관심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즐거우면 되니까 단순히 그렇게 시작했던 거라서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즉흥적인 라이브 셋에서 곡을 발췌해 앨범으로 꾸린다고 밝혔다. 지금의 작업 방식도 여전한가?

M: 아니다. [ashbalkum]의 경우는 하나의 이미지나 영감의 원천을 정해서 트랙 작업에 임했다. 먼저 우만이 과거에 그렸던 욕조 픽셀 이미지에서 시작했다. 욕조에서 잠든 사람이 꿈을 꾸고 그 세계에서 무언가 경험하고 아쉬워서 꿈에서 깨는, 그래서 제목이 [ashbalkum]이다. 그래서 앨범을 반신욕 하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아무 때나 들어도 상관없고.

S: 예전의 앨범들이 ‘조용히 저희 세계로 빠져주세요’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동적인 느낌이다. 적극적으로 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마지막 질문이다. 살라만다에게 앰비언트 음악이란 무엇인가?

S: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음악. 지금 이 공간의 새소리, 바람 소리도 모두가 앰비언트다.

M: 영감의 원천이다. 우만과 예츠비로 활기찬 음악을 만들기도 하지만, 영감은 앰비언트 음악에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이 장르에 흥미를 느끼면 후회가 절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근데 글쎄. 앰비언트는 뭘까? 사실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