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KIDS 신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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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는 그 나름의 철학을 지닌다. 몬키즈(Monkids)의 디렉터 신재섭은 오랜 시간 모자를 만들어 왔다. 홀로 모든 일을 도맡아서 진행하는 이의 고집은 브랜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외길’이라는 말은 그를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국산 모자의 새로운 기준, New Standard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몬키즈 신재섭을 만나보았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브랜드 몬키즈(Monkids)를 운영하는 신재섭이라고 한다.

 

말투에 사투리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24살 때 안동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때부터 쭉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처음 모자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울에 올라와 날염, 인쇄 공장에서 3년 정도 일을 했다. 공장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친구 한 명과 티셔츠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사실, 몬키즈는 크루넥(Crewneck)부터 만들기 시작한 브랜드다. 어느 날, 그래픽을 담당하던 친구가 좋은 기회를 얻어 이직했다. 혼자서는 그래픽을 할 수 없으니 막막하더라. 그래픽을 배제한 상품이 뭐가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중에 모자가 생각났다. 원래 모자를 전문적으로 하려는 계획은 아니었는데, 막상 해보니 모자를 만드는 게 꽤 재미있었다. 그래서 몬키즈는 모자 전문 브랜드가 되었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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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키즈의 메인 상품은 캠프 캡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내가 캠프 캡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을 뿐이다.

 

모자 패턴까지 직접 제작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공장에 제작 요청을 한 뒤 받아서 판매하고 있다. 대신 샘플을 위해 간단하게 만드는 일은 내가 하고 있다.

 

모자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면?

전체적인 모양도 생각하고, 주자재와 부자재의 조합도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무엇을 만들든 간에 품질이 떨어지면 안 된다.

 

고집 센 브랜드다. 나름의 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

매년 장롱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모자를 만들고 싶다.

 

품질이 뛰어난 것? 아니면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근본은 ‘내가 좋아하는 모자’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산 모자니까 유행이 지나도 꾸준히 쓸 수 있는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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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키즈의 새 슬로건, 뉴 스탠다드(New Standard)의 탄생배경에 대해 알려 달라.

기존 모자들은 대부분 해외 원단을 써서 다시 제작하기가 번거로웠다. 품목당 약 100개 정도의 수량을 생산하고 더는 만들지 않았으니까. 이에 소비자들로부터 불평 아닌 불평을 들었고, 이런 한계가 언젠가 브랜드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고민 뒤에 탄생한 것이 뉴 스탠다드다. 내가 만드는 모자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뜻이지. 일종의 포부다. 뉴 스탠다드가 몬키즈의 시그니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소량 제작의 장, 단점은?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의 입장이 있는데, 나로서는 재고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 고객은 리미티드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몬키즈의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딜러 숍은 어디인가.

역시 소품(Sopooom)이다.

 

몬키즈 자체 사이트에서 제품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일단 나 혼자 쇼핑몰을 운영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포기한 일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처음 위탁 숍에서 몬키즈의 제품을 팔아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했다. 첫 딜러 숍은 틴틴이라고 불리던 이태원 다코너(Dakoner)였다. 그다음이 GVG. 그 두 군데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해야 하던 때였으니까. 소품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맡기는 입장에서 브랜드가 좀 잘된다고 자체 판매를 시작하면 위탁 숍에 소홀해질 것 같았다. 판매 과정에서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아서 지금은 보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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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브랜드를 진행하는지.

누구도 유행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유행의 흐름은 피라미드 구조와 흡사하다. 상위에 있는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 셀레브리티 주도로 약간의 움직임이 생긴다. 이후 하위 브랜드로의 전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소규모 브랜드가 진행하면 다음엔 대기업이 손을 대고, 마지막으로 동대문 시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슈프림(Supreme)이 3-4년 전 정점을 찍었을 때, 캠프 캡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뒤 놈코어(Nomcore)라는 90년대 패션이 돌아오며 볼 캡, 6 패널이 함께 유행하고 있다. 볼 캡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많은 사람이 캠프 캡을 쓰기 시작한 걸 보면, 캠프 캡 또한 다시 유행할 거고.

 

1인 브랜드 운영은 분명 어려운 길이다.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일단 내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 누구와 함께 일하려면 또 다른 내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막상 또 다른 나도 믿지 못할 것 같다. 하하. 직원을 둔다고 했을 때, 업무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크다 보니, 그걸 맞추지 못하면 일을 쉽게 못 주는 성격이다. 공장에 일을 맡기고 계속 확인하러 가는 게 내 일상이다. 혼자 모든 공정을 처리하다 보니 꼼꼼히 확인하면서 일하는 습관이 생겼다.

 

홀로 제작과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 텐데.

몬키즈의 마케팅은 특별한 것이 없다. 지하철에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정도니까.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버스 정류장, 지하철 등 이동하며 찍은 것이 많다. 집에서 찍은 것도 있고. 1인 체제로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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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은 보통 어디서 구하나.

모자의 원단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분명 원단에 대해서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디자이너 같은 경우에는 직접 그래픽을 개발할 수 있지 않나. 나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원단을 잘 공수하고 있다는 정도? 좋은 원단 업체 사장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고.

 

해외에서 원단을 공수할 때가 많다고 들었다. 어떤 루트로 접근한 건가?

돌아다니다가 건지는 식이다. 원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도 무작정 갔다가 없으면 허탕 치는 거지. 일본에 두 번 다녀왔는데, 모두 원단을 구하러 갔다. 많은 종류의 원단 중에서도 모자로 제작 가능한 것, 기준에 적합한 것을 찾는 게 우선이다. 국내에서 해외 원단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몬키즈의 원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이다.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내 모든 관심사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스니커를 매우 좋아한다. 머릿속에 이미 스니커에 관련한 디자인 수십 가지가 있다. 심지어 이번에 나온 이지 부스트 350의 모자 디자인까지 모두 끝냈다. 제작만 못 했을 뿐이지. 하하. 로니 피그가 제작했던 아식스 젤 라이트 3샐먼 토(Asics Gel lyte Salmon Toe) 제품은 무려 샘플까지 만들었다. 신발의 다양한 디테일을 모자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브랜드를 하다가 지치거나,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겨울에 직접 제작해보려고 재봉 연습도 종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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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크린(Silk Screen) 강연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실크 스크린이 대중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굉장히 상업화된 기술일 뿐이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대량 제작 공정에 적합한 방식이라 제품 한, 두 개를 만들 때는 번거롭지만, 배워둔다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실크 스크린은 굉장히 재밌는 요소가 많다. 다양한 그래픽이나 포스터에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그 범위가 넓다.

 

몬키즈 모자의 매력은?

사실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것? 누구나 쓰지 않는 모자. 아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는?

일본의 캐주얼 아웃도어 브랜드 나나미카(Nanamica)를 좋아한다. 최근 인상 깊었던 브랜드는 아크로님(Acronym). 기능성 의류를 상당히 좋아한다. 우산을 들고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기능성 소재를 사용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었다. 디자이너 중에는 쿠라이시 카즈키(Kazuki Kuraishi)를 꼽고 싶다.

 

몬키즈의 특별한 마케팅 전략은?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마케팅의 포인트다.

 

좋은 모자의 조건은?

예전 좋은 모자의 기준은 핏, 퀄리티,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고객이 만족하는 모자, 혹은 강한 구매력을 당기는 모자가 좋은 모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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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캠프 캡은 좋은 모자인가?

좋은 모자다. 전체적인 밸런스도 좋고, 소재가 바뀔 때 부자재도 따라서 변형시키는 작업은 제작자의 측면에서 봤을 때 전반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준다. 슈프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엔 나도 하나 샀다. 하하. 나일론으로 제작된 제품인데, 상대적으로 어려운 공정을 잘 처리했더라.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탁월하다.

 

추천하고 싶지 않은 모자는 어떤 것인가.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모자는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중국에서 생산된 미화 40달러 이상의 모자. 중국산 모자는 대개 오래 쓰지 못한다. 싸게 만든 것을 싸게 사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지 않다면 분명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지금 몬키즈에서 나오는 제품은 비슷한 모자 형태에 소재만 바뀌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나올 법한 특이한 외형의 모자는 없었다. 아까 스니커의 디자인, 디테일을 적용한 모자 이야기를 조금 하지 않았나. 그동안 계획했던 스니커 콘셉트의 모자를 제작해보고 싶다.

 

꾸준히 모자를 만들어오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공들인 제품에 10만 원 이상의 가격이 매겨지더라도, 그것을 소비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패션 브랜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제작하는 사람도 소비자를 너무 두려워하면 안 될 것 같다.

 

몬키즈의 앞날, 어떤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옷을 제작해보고 싶다. 의류는 예전부터 항상 욕심이 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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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모자가 있는지.

기능성이 좋은 모자는 물론 있다. 고어텍스도 원단을 아예 못 구하는 것은 아니니. 기본적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는 고어텍스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 그런 데서 발매하는 모자는 방수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패션 브랜드에서는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모자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아웃도어를 제외한 패션 브랜드에서는 기껏 해봐야 나일론 소재를 쓰거나, 생활방수 코팅을 해놓은 정도다.

 

모자를 관리하는 팁을 하나 알려 달라.

모자를 세탁하면 형태가 무너지기 때문에 세탁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근본적인 방법은 모자를 벗고 땀을 말린 후에 다시 쓰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부득이하게 세탁해야 한다면, 짧은 시간, 빠르게 세탁해야 한다. 때를 빼기 위해 물에 담가 놓는다면 이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모자를 제작할 때는 보통 겉감과 안감을 접착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힘을 줘서 빨거나 물에 오래 담가 놓거나, 비벼서 빨면 두 부분이 쉽게 해체된다. 건조할 때는 모자의 챙 쪽을 하늘로 향하는 것이 좋다. 이후 다 말린 모자를 보관할 때 모자를 반 접어서 차곡차곡 넣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모자를 뒤집어쓰는 것도 사실 모자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다. 뒤통수가 이마처럼 생긴 사람은 없지 않나.

 

몬키즈의 시작과 현재, 어떤 것이 달라졌나.

글쎄, 마음은 항상 똑같다. 달라진 것은 모자의 종류가 많아진 것. 그리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일에 치여 살고 있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

지금 같은 브랜드면 좋을 것 같다. 규모를 키워서 돈도 더 많이 벌고, 벤츠고 사고, 롤렉스도 사면 좋겠지만, 그런 욕심보다는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은 바람이 더 크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는 불가능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더라.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봐라, 모자 쓴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하면서. 하하. 그땐 정말 100명 중 2~3명밖에 없었다. 지금은 모자 안 쓴 사람보다 쓴 사람을 찾는 게 더 쉽지 않나. 이제는 액세서리가 아닌 의류의 일부가 될 정도로 다양한 모자를 찾아서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더불어 소비자도 유행에 휩쓸려서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심 있는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진행/텍스트 ㅣ 오욱석
사진 ㅣ 백윤범

Monkids의 공식 텀블러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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