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장인 Sam Gendel이 직조한 14가지 패턴, 앨범 [blueblue] 발표

초겨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요즘 오래된 재킷을 꺼내 문밖을 나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 후 들린 포장마차 석 어묵탕에 애환을 적시다 보면, 오래된 재킷의 해어진 옷감만큼 우리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라, 세월의 풍파를 맞아 마모된 우리의 감정만큼 거칠었던 질감의 영광을 뒤로한 채 미끈대는 저 오래된 자켓을. 우리에게는 덧댈 새 원단이 필요하다.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샘 겐델(Sam Gendel)의 새 앨범 [blueblue]가 리빙 레코즈(Leaving Records)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 6월 발표한 앨범 [Superstar] 이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 만에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앞서 싱글로 공개한 2곡을 포함한 14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일본 에도 시대에 성행했던 자수인 사시코(刺し子)의 14가지 패턴 이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질감과 디테일 측면에서 탁월하다. 어느 누가 이 앨범이 콜롬비아강 어느 오두막에서 5주 만에 완성한 앨범이라면 믿겠는가? 나아가 크레이그 웨인립(Craig Weinrib)의 드럼을 제외한 모든 연주를 본인이 했다는 점은 더더욱 믿기 힘들 터. 이처럼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그의 재즈는 더욱 견고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편 대게 서구 문화권에서 바라보고 해석한 동양의 것들은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위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샘 겐델의 이번 앨범은 정확히 이에 대한 반례가 된다. 수많은 켜가 적층된 형태로 발화되던 그의 언어들은 이번에는 정통적인 재즈 범주 내에서 자유분방하지만, 꽤나 신중한 방식으로 유영하고 있다. 그 방식이 해당 패턴 이름의 직조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Hishi-Moyō (菱模様, Diamonds)”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선들이 직교하며 요소들이 중첩하는 바는 무뢰파 작가들의 문체와 견줄 수 있을 정도. 전반적으로 넘실거리는 힘과 아련함 그리고 약간의 비장미가 깃든 것이 특징.

블루노트(Blue Note)와 재즈가 누렸던 영광의 시절을 재현하려는 의지로까지 보여지는 앨범 커버는 차세대 장인의 결의가 느껴진다. 시간이 쌓일수록 닳는 우리의 마음과 달리 넓게 뾰족해지는 샘 겐델의 장인 정신. 이번 가을에는 비즈빔(Visvim)의 재킷이 아닌 마모된 마음을 덮을 새로운 재킷을 하나 장만해보는 것은 어떨지. 지금 바로 샘 겐델의 선사한 14가지의 패턴들을 확인해보자.

Leaving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Leaving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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