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탐구생활 – <슬램덩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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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다케히코(いのうえ たけひこ)의 장편 만화, 슬램덩크(Slam Dunk)는 주인공 강백호를 중심으로 북산 농구부의 전국구 진출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1990년 연재를 시작으로 총 1억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드래곤볼과 쌍벽을 이루며 90년대 일본 만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만화 시장에 중심에 서 있던 일본이었기에 슬램덩크는 곧장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웃 나라 한국 역시 두말할 것도 없었다. 서장훈, 현주엽, 우지원 등 걸출한 ‘스포츠 스타’를 배출해내며 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던 대학 농구와 손지창, 장동건, 심은하, 이종원, 이상아,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청춘스타가 총출동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슬램덩크라는 든든한 배경이 깔렸기에 가능했었다.

또한, 이노우에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는 슬램덩크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NBA 농구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종이로 옮겨놓았고, 그들이 즐겨 신던 신발까지 명확하게 그려내 이후, 국내에 들어온 힙합 문화와 패션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품명보다 강백호 신발, 서태웅 농구화라는 별칭이 더욱 유명할 정도. 조던에서부터 컨스까지, 지금부터 남자의 만화, 땀 냄새 진하게 밴 슬램덩크를 탐구해보자.

 

1. Nike Air Jordan 6 ‘White/Infrared’

#49-2

#49
#49 농구화

주인공 백호가 제법 농구 선수 티를 낼 무렵, 드디어 첫 농구화를 장만한다. 이것이 바로 Air Jordan 6. 미다스의 손을 가진 팅커 햇필드가 디자인했으며, 갑피는 건담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익히 알려졌다. 앞코에 가죽 덧댐을 제거해 더욱 날렵한 형상을, 신발 뒤축의 고리 역시 포르셰의 리어 윙(Rear Wing)에서 가져온 날렵한 모양으로 활동적인 모습을 부각했다.

#49-3
나이키는 조던6를 통해 이전보다 더욱 많은 기술을 선보였다. 우선 이전에 없던 내피와 외피의 개념을 이용해 한 층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했다. 통기성을 강화하기 위해 발볼에서부터 발목까지 구멍을 냈고, 설포를 손잡이처럼 만들어 쉽게 잡아당길 수 있게끔 한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

#49-4
작년 10월, 나이키에서 Air Jordan 6 x Slam Dunk이란 이름의 컬렉션을 발표했다. 나이키에서 좋아하는 OO 주년 기념, OO 한정과는 아무 연관없는 출시 소식에 루머나 가품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지만, 유출 사진이 퍼지면서부터 작년 한 해 가장 기대치가 높은 제품으로 등극했다.

 

2. Adidas Pro Model

#194

#194 합숙

매번 캐주얼 차림으로 벤츠를 지키던 안 감독이 백호의 특훈을 위해 직접 나섰다. 잠시 영감의 근육질 몸매를 감상해보자.
#194-2안 감독이 착용한 아디다스 ‘프로 모델(Pro Model)’은 아디다스의 첫 번째 농구화다. 슈퍼스타의 하이탑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해 프로 모델이 먼저 출시되었고(1965년), 프로 모델의 로우컷으로 만들어진 것이 슈퍼스타(1969년)다. 슈퍼스타 계열을 상징하는 조개 무늬, 일명 쉘 토(Shell Toe)는 로우컷(슈퍼스타)이 출시된 이후 프로 모델에도 적용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94-3


3. Converse Pro Conquest Hi

#109

#6 ACCIDENT

북산의 기둥이라면 단연 채치수다. 거듭된 좌절에도 불구하고, 팀의 중추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건 바보처럼 농구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내심 백호를 반긴 이유도 결국, 똑같은 바보(?)라 자연히 끌렸던 것.

#6-3

채치수가 신었던 제품이 바로 컨버스 프로 컨퀘스트 하이(Conquest Hi)다. NBA 뉴욕 닉스 출신의 버나드 킹(Bernard King)의 시그니쳐 제품이며, 채치수 말고도 윤대협, 송태섭 등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이 만화 속에서 컨버스(Converse) 제품을 착용하고 나온다. 원래 세계 최초의 농구화는 컨버스 아니었던가? 이제는 나이키에 인수당하고, 제품에 루나론이 들어가는 등 온갖 수모를 겪고 있지만, 하루걸러 하루 신기술이 나오던 90년대 스니커 게임의 황금기에서 컨버스는 나이키와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컨버스는 자사 소속의 선수들을 내세워 TV광고와 홍보물을 발행했다.

#109-2

 

4. Nike Air Jordan 5 ‘Fire Red’

#9
#9 기본이 중요

서태웅의 등장과 더불어 연재가 끝날 때까지 줄곧 함께한 것이 바로 조던5 ‘파이어 레드(Fire Red)’다. 초창기 조던 시리즈는 흰/빨/검으로 대표되는 조던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전작을 답습하는 방식을 피해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스니커 디자인에 큰 영감을 주었다.

아쉽게도 만화에서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조던5는 시리즈 중 설포(혀)에 3M 반사 테이프를 붙였던 첫 모델이면서, 동시에 아이스 솔(클리어 솔)과 끈조이개를 처음 사용했다.

#9-2
올해로 발매 25주년을 맞은 에어 조던5는 점프맨 로고 외에도 조던의 등번호 ‘23’을 어퍼에 새겨 놓음으로써 ‘마이클 조던의 농구화’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Your Sneakers or your Life
1990년은 마이클 조던에게 개인 최다 69득점을 기록한 최고의 해이자, 3점 슛 컨테스트에서 5득점으로 최하위 성적을 남긴 굴욕의 해이기도 하다. 또한 같은 해, ‘YOUR SNEAKERS or YOUR LIFE’라는 제목으로 Sports Illustrated의 간행물이 발간되면서 표지로 사용되었던 조던5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YOUR SNEAKERS or YOUR LIFE’는 고가의 아이템 마련하기 위해 폭력과 강도, 심지어 살인까지 일삼는 미국 청소년들의 삐뚤어진 애정을 비판했다.

#190
#190 우리나라 최고의 고교 선수

실력이면 실력, 외모면 외모, 과묵하지만 승부욕에 불타는 성격까지.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서태웅은 만화 속에서 여심을 휘어잡는 인기 절정의 캐릭터다.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원빈의 외모를 그려놨으니 누가 그를 당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기획대로 강백호가 아닌 서태웅이 주인공이었다면 성장 드라마로 지금 정도의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겠지만, 어쩄든 그는 최대의 라이벌이자 조력자로서 백호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

 

5. Nike Air Jordan 1 High ‘Black/Red’

#197-3#197
#197 농구화(Brand-New)

풍전과의 경기를 앞두고 특훈에 돌입한 강백호는 슛 2만 개를 완성하며 한 걸음 더 성장하지만, 그 덕에 농구화(조던6)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다음 날, 뻔뻔히 스포츠 용품점(Chieko Sports)에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백호 앞에 점장이 내놓은 신발 한 족, 바로 에어 조던1이다. 사실 점장은 전직 농구 선수로 해남대 부속고교가 17년 전 첫 우승을 하던 당시에 상대 팀이었던 윤산고교 소속 선수였다. “빨강과 검정… 북산의 색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장본인.

#197-2
이제는 ‘브레드(Bred, Black과 Red의 합성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지만, ‘검빨’이라는 두 글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키에서 회당 5,000달러의 벌금을 대신 물어주며 조던이 경기에 나갈 때마다 계속해서 이 제품을 착용하게 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

큰 시합을 앞둔 강백호에게 이 제품을 쥐여줌으로써 이제 그도 북산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슬램덩크의 연재 기간이 1990년에서부터 96년까지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만화 속 신발은 85년 OG나 94 리트로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부르는 게 값인 이 제품을 단돈 100엔에 구입한 백호는 진정 천운을 타고난 남자.

#276
#276 북산 고등학교 농구부

슬램덩크 마지막 회의 첫 장면이자 가장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산왕공업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강백호가 서태웅의 패스를 받아 극적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끈다. 이 장면이 각각 강백호, 서태웅으로 대표되는 조던1과 조던5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슬램덩크에 등장했던 스니커에 대해 알아보았다. 동네 만화방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시절, 가방 속 교과서 대신 슬램덩크를 쌓아두고 수업 시간에 몰래 보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고단한 학업의 연속이었지만, 만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역시 매끈한 농구화를 신고 코트를 누비는 슈퍼스타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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