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HOP #Bike Makes Me Happy

오랜 시간 많은 이의 이동 수단으로 사랑받은 자전거.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매력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이 기특한 물건은 생활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거창하지 않다. 수년 전 도로를 가득 메우던 픽스드 기어 바이크 열풍은 유행처럼 지나갔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이 문화를 흘러가지 않게 붙잡아 두려 노력하는 이들은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남아있다. 망원동에 자리 잡은 바이크 숍 바이크 메이크스 미 해피(Bike Makes Me Happy)는 ‘자전거 문화’를 더욱 깊숙이 새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점점 커지는 자전거 시장에서 훌륭한 품질, 멋진 디자인의 소규모 브랜드를 엄선해 소개한다는 숍 오너의 말 속에는 프로 라이더의 긍지 또한 함께 느껴졌다. 바이크 숍 오너가 이야기하는 지금의 바이크 신(Scene), 자전거 라이딩의 매력을 주의 깊게 경청해보자.

 

 

Bike Makes Me Happy?

박하천(이하 박): 우리는 주로 미국에서 제작하는 핸드 메이드 자전거 프레임과 소규모 바이크 액세서리 브랜드를 판매한다. 비즈니스보다는 주변 친구가 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디자인을 재탕하지 않고, 매 시즌 새로운 제품을 제작하거나, 협업으로만 제품을 발매하는 브랜드가 우리 숍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전에는 프로 라이더로 이름을 알렸다. 바이크 숍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자전거를 타면서 직접 사용한 멋진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자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촐하게 온라인 스토어로만 진행했다. 그러던 중 샌프란시스코 바이크 크루 매쉬(MASH)가 방문해서 함께 필름 상영회를 진행한 적 있는데, 마이크(Mike)란 친구가 오프라인 숍을 운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라이더에서 숍 오너가 된 지금, 자전거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는 없었나.

: 처음에는 그저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탔다. 좋은 기회로 해외를 몇 번 나가 보니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국내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멋진 바이크 문화가 있던 거다. 숍을 열고나서는 바이크 문화와 내가 자전거를 타며 느낀 영감을 전달하려는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동시에 라이더로서 받던 모든 협찬을 끊었다. 지금까지 나를 지원해주던 여러 스폰서에게 바이크 숍을 열게 됐으니 더는 협찬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손님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설명을 하려면, 내가 직접 그 제품을 사용해봐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협찬에는 항상 제약이 따르지. 동시에 스폰서에게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힘들기도 했다.

 

앞서 얘기한 매쉬라는 바이크 크루가 숍 오픈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 물론이다. 숍 운영뿐 아니라 자전거를 처음 탈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김귀현(이하 김): 많은 물건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핸드 메이드 프레임을 파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서 그런 것 같다.

: 쉽게 입점하지 않는 브랜드가 우리 숍에 있다는 점이 한몫했다. 노 세일과 이베이(eBay) 내 판매 금지를 기본 정책으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 우리가 진행하는 브랜드 대다수가 입점 문의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곳이 아니다. 우리도 온라인을 통해서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주지 않더라. 그래서 무작정 미국으로 찾아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 최근에는 일본에서 많은 손님이 방문한다. 일본은 국내보다 핸드 메이드 프레임이 더 비싸기도 하고, 빠르게 품절되는 물건이 많아서 그렇다. 가끔은 미국으로 역수출할 때도 있다. 파는 곳이 워낙 적으니까.

 

 

핸드 메이드 프레임이라는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데. 인간의 손보다는 기계가 더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타투를 받을 때 보통 타투이스트의 작업물을 보고 찾아가지 않나. 내 몸에 타투를 새길 사람이 어떤 작업을 진행해왔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핸드 메이드 프레임 역시 프레임을 제작하는 빌더를 보고 찾아간다. 우리가 취급하는 넘버 22 바이시클(No. 22 Bicycle)이라는 티타늄 프레임 브랜드는 생긴 지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빌더가 유명하니 많은 사람이 이 브랜드의 자전거 프레임을 원한다. 핸드 메이드 프레임은 신체 사이즈를 직접 측정한 뒤 제작에 돌입하기에 평균 10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기성품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구매자의 만족도는 엄청나게 높다.

 

 

현재 많은 대기업 자전거 브랜드 또한 핸드 메이드 프레임을 생산하는데, 소규모 업체로서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 실제 핸드 메이드 프레임 시장에서 대기업과 소규모 브랜드 간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역시 핸드 메이드 프레임을 생산한다고 꾸준히 광고한다. 엄밀히 말해 핸드 메이드 프레임이 맞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건 사실이니까. 근데 그 기준점이 다른 거다. 대기업은 도처에 널린 하청 업체에 작업을 맡겨서 제작한 프레임에 핸드 메이드 라벨을 붙인다. 나 또한 어떻게 핸드 메이드의 기준을 정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결론은 진짜 핸드 메이드 브랜드는 자 브랜드 제품만 제작한다. 대기업은 여러 공장에 부탁해서 프레임을 제작하지만, 소규모 브랜드는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브랜드의 제품을 정성스레 제작한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재 진행하는 브랜드 외 또 다른 브랜드를 들여올 계획이 있나.

: 당분간은 없다. 지금 가진 브랜드만으로도 운영이 벅찬 상황이다. 현재 수입하는 브랜드를 국내에 잘 자리 잡게 하는 일이 급선무다.

: 늘려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역시 관리가 너무 힘들 것 같다. 있는 것부터 잘해야지.

 

 

국내 브랜드를 판매해볼 생각은 없는지.

: 국내 브랜드는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인이 진행하는 미국발 브랜드를 소개하는 중이다.

: 구태여 한국 브랜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쓸데없는 가격 경쟁을 부추기기 싫어서다.

 

 

취미에서 업이 됐다.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 오래전 비보이(B-Boy) 활동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재활을 위해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했는데, 그때 완전히 빠져버렸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보는 풍경이 바뀐다. 자전거를 타면, 차에서 보는 시야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 골목골목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좋다.

: 매일 다니던 익숙한 길도 자전거를 타고 가면 괜히 감성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하하.

 

 

가장 인상적인 자전거 코스는 어디였나.

: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소살리토(Sausalito)라는 곳이 정말 좋았다. 완벽하게 내가 원하던 길이었다. 국내에서 산을 타면 많은 나무에 가려 풍경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방해물 없이 바라본 언덕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 LA에서 시도한 자전거 라이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전거 도로도 잘 다듬어놨고, 무엇보다 LA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위험하게 타거나 매너 없는 행동을 하는 자전거 라이더가 자주 논란이 되는데.

: 오죽하면, 자라니 ━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자전거 라이더를 고라니에 비유하는 속어 ━ 라는 말이 생겨났겠나. 블랙박스 영상에 등장하는 라이더 대부분이 비판받을 만한 라이딩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뷰를 빌어 수신호 숙지를 꼭 당부하고 싶다. 자전거는 방향지시등이 없으니 수신호를 통해 본인의 경로를 알려줘야 한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서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잦다.

 

로드 사이클과 픽스드 기어 바이크 간의 대립 또한 격렬한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문제다. 사실 픽스드 기어 라이더 대부분이 브레이크를 제거한 채 자전거를 탄다. 그게 어떤 멋의 기준이 되기도 하니까. 분명, 브레이크를 떼는 건 자기 자유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제거한다면, 스키딩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을 때 제거하길 바란다. 미숙한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스키딩을 할 때 뒷사람에게 수신호를 주는 게 라이더의 기본이다. 이런 상식 없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기에 싸움이 나는 거다. 더불어 픽스드 기어 바이크를 즐기는 층이 어리다 보니 별 이유 없이 하대를 받는 경우도 많다.

: 우리 숍에 자주 오던 고등학생 친구가 한강에서 뺨을 맞았다고 하더라.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그저 브레이크를 달지 않았다고 맞은 거지.

: 사실, 그냥 무시하고 타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싸움은 계속 생긴다. 우리는 아침마다 라이딩을 하는데, 그 그룹에는 다양한 자전거가 모인다. 그냥 자전거를 즐기는 행위는 참 보기 좋지만, 이런 소모적인 분쟁이 참 아쉽다.

 

 

언급한 것처럼 픽스드 기어 바이크를 즐기는 층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더욱 쉽게 체감할 수 있을 텐데.

: 주변에 학교가 많으니 어린 친구가 픽스드 기어 바이크를 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픽스드 기어 바이크 통학을 금지하는 학교도 있다.

: 안전의 문제보다는 누가 더 비싼 자전거를 타는지 경쟁하는 문제로 학생 사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 동시에 모 포털 사이트의 웹툰 또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나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도저히 끝까지 못 보겠더라. 하하. 근데, 뭐 우리 어릴 적에 힙합 만화책 보면서 춤춘 상황과 비슷한 거지. 웹툰 보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프로 라이더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무작정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약 7~8년 전, 픽스드 기어 바이크 신이 한창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때가 있었다. 픽스드 바이크가 부활할 수 있을까.

: 단호하게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얼마 전, 유명 외국 라이더가 어느 웹사이트에 ‘아마존(Amazon)에서 자전거를 저렴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글을 게시했는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즉, 로컬 숍을 향한 존중이 없었다는 거지. 근데 이게 틀린 얘기가 아니다. 자전거 인구는 늘었지만, 숍 매출은 줄어든다고 숍 오너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실제, 많은 바이크 숍이 문을 닫고 있다. 최근 많은 소비자가 해외 직구를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숍은 판매보다는 정비를 주 업무로 삼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두말할 필요 없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싸면 좋지만, 앞으로 이어질 국내 자전거 산업을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 문화적인 측면도 큰 문제다. 소셜 미디어가 과도하게 발달하다 보니 보여주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력보다는 사진으로 취미를 과시하는 풍조가 늘고 있다.

 

 

숍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근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투어를 시작해서 한국까지 온 커플 라이더가 숍에 방문했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다음 해는 투어를 떠나는 커플인데, 최근 이 친구들이 방문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자전거를 사기 위해 울산에서 온 손님이 기억난다. 카본 바이크를 샀다가 일주일 만에 처분하고 우리 숍에서 핸드 메이드 프레임을 구매했는데, 리뷰를 굉장히 상세하게 써줬다. 이외에도 매번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각별한 손님이다.

 

 

웹사이트에서 판매한 사이클 저지가 큰 인기를 얻었다. 좀 더 나아가 숍 브랜드로 전개해 볼 생각은 없나.

: 당분간은 우리가 진행하는 브랜드와의 협업 정도 선에서 진행하고 싶다. 2018년, 숍의 3주년을 기념해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프레임을 딱 세 개만 주문 받으려고 한다. 아무도 안 사면 우리가 타면 되고. 하하.

 

 

망원동에 숍을 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내가 망원동에 살고 있다. 하하. 동네가 참 좋다. 맛있는 식당도 많고.

: 자전거에 관한 추억이 많다. 친구들과 라이딩을 끝내고 자주 어울려 논 곳이기도 하고, 막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무렵, 자주 들리던 숍 또한 망원동에 있었다.

 

 

숍 오너가 말하는 자전거 구매 팁이라면?

: 무엇보다 프레임 사이즈를 선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사이즈의 자전거를 타면 온몸이 아프다. 그러면 자전거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지. 자전거를 구매하기 전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알 수 있다.

: 숍에 가면 알맞은 사이즈를 추천해주지만, 간혹, 재고떨이나 못된 마음을 먹고 잘못된 사이즈를 파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직접 알아봐야 한다.

: 자전거 피팅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있다. 하지만, 전혀 아까운 비용이 아니다. 나중에는 그걸 바꾸는 돈이 훨씬 많이 든다. 그래서 인터넷보다는 숍에서 직접 구매한 뒤 피팅하길 바란다.

 

웹사이트를 보면 사진에도 꽤 공을 들이는 것 같다.

: 숍을 열 때 규칙을 정했다. 웬만하면 우리가 직접 제품 사진을 찍자는 것. 이미지를 퍼다 나르면 편하긴 하겠지만, 숍의 개성이 없어지지 않나.

 

 

현재 계획 중인 이벤트가 있다면?

: 올해 늦가을쯤 바이크 쇼 겸 벼룩시장을 열 계획이다. 사용하지 않는 파츠나 이외 자전거를 탈 때 필요한 용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다. 동시에 핸드 메이드 바이크를 뽐낼 수 있는 대회를 열 예정이다. 핸드 메이드 바이크 신이 아직 작기에 지속해서 이런 행사를 열고 싶다.

 

 

자전거 시장의 전망은 어떤가.

: 자전거 브랜드가 정말 많아졌다. 동시에 소규모인 ‘척’ 하는 브랜드 또한 늘어났지. 사실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하하. 숍의 포커스가 핸드 메이드 쪽으로 굳혀져 있어서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많은 브랜드가 핸드 메이드를 위시한 여러 자전거를 만들고 있더라. 3D 프린터로 자전거를 제작하는 곳도 생겼다.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제작하면, 비싸게 팔 수 있을 거라는 얕은 생각이지. 3D 프린터가 발전할수록 자전거는 가치를 잃지만, 핸드 메이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거다. 지금 세계적인 흐름은 자전거의 다양화다. 로드나 카본 바이크를 탄 라이더가 이제 다른 자전거를 원한다. 로드 프레임에 오프로드용 바퀴를 장착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작은 목표를 하나 말해 달라.

: 숍에 상주할 직원을 고용한 뒤, 둘이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게 이름대로 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하하.

 

Bike Makes Me Happy 공식 웹사이트

진행 / 글 │ 오욱석
사진 │ 백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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