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문신, 혹은 타투(Tattoo)라는 단어가 낯설게 들리는가? 예술가 같다는 소리를 한번쯤 들었을 법한 한국인이든, 명백하게 구분되는 외국인이든, 아니면 TV에서 수시로 접하는 연예인이든,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갖가지 타투를 새긴 사람들을 접한다. 한국에서도 이제 타투는 더 이상 ‘터부(Taboo)’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비롯해 타투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의 시선 때문인지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타투는 ‘조폭’들의 특권에서 미용, 패션의 범주로 많이 옮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타투가 한국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타투 시술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개최된 ‘Korea Tattoo Festival’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찰의 난입으로 행사가 중지되며 역시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타투 양성화를 위한 입법은 매번 위생을 주된 이유로 한 의료계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 타투인 협회에 의하면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신 직업 창출 프로젝트에 타투이스트들이 1차 도입 대상으로 선정, 양성화가 진행 중이라는 좋은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의 타투이스트는 대략 약 1~2만 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법은 타투를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 우리 주위를 둘러싼, 아직은 조심스러운 문화인 타투에 대해서 타투이스트 Chloe와 간단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국가에서 타투이스트를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록 하지 못하는 이유가 의사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밥그릇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타투이스트의 직업군 등록을 막고 있다고.
Chloe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타투이스트의 정식 직업군 등록 이야기가 나왔다. 타투를 합법으로 인정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인데, 의사회 때문에 전부 엎어졌다. 의료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사실 타투는 의료 계통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사용하는 바늘도 다르고. 의사 중에서도 타투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전문적이지 않고 그 수도 많지 않다.
의사가 왜 압박을 넣는 것인가?
Chloe :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의사들이 타투로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닐 텐데.
같은 타투라도 의사에게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
Chloe : 사실상 타투를 의사에게 받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병원에서 시술하는 의사들과 타투이스트의 실력을 비교하자면.
Chloe : 나도 그들에게 타투를 받아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천차만별인 것 같다. 실력 있는 의사도 있고 실력 없는 타투이스트도 많다.
단순히 테크닉이 아니라 예술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까.
Chloe : 아무래도 타투이스트들이 자신의 스타일이 확고한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의사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 확답은 못하겠다.
타투 합법화를 위해 타투이스트들은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나?
Chloe : 타투협회에서 정기적으로 탄원서도 내고 각자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그런데 별 효과는 없는 듯하다.
합법화가 되면 어떤 부분들이 좋아지나?
Chloe :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의 타투도 체계가 잡히지 않겠나. 시설 전반부터 위생, 인력 관리까지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해외의 타투 신(Scene)은 그런 부분들이 잘 갖춰져 있나?
Chloe : 해외의 경우에는 공식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장비를 가져가서 검사하고 감찰을 한다. 소독기 역시 매달 검사한다. 당연히 타투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는 음지에서 타투 신이 오랫동안 형성되어 있다 보니 굳이 양성화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들도 많은 것 같은데, 특이한 현상이다.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 타투이스트들을 적발하는가.
Chloe : 방관하고 있다가 한 번에 우르르 잡는다. 웃긴 일이지만 타투이스트끼리 서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재패니즈 이레즈미,리얼리스틱,레터링,트라이벌
지금 내가 당신을 신고한다면?
Chloe :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경찰서에 출두해야 하는걸로 알고 있다.
브랜드 반스(Vans)에서 현재 타투 신을 서포트하고 있다고 들었다.
Chloe : 우리나라에서는 서포트까지는 아니고 행사가 있을 때 타투 부스를 만들어 줬다.
타투는 영구적인가?
Chloe :타투를 처음 했을 때보다는 색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지워지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로 지워지는가. 시간이 지나면 보통 다시 리터칭을 하지 않나?
Chloe : 색이 빠졌을 때 다시 리터칭을 한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래된 타투만의 느낌도 있으니 잘 결정해야 한다.
타투는 얼마나 아픈가?
Chloe : 타투를 받다가 기절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서 그렇다기보다는 스트레스에 의한 당 저하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시술할 경우에는 중간 중간 쉬어야 한다.
타투를 받는 일반인들이 많아지고 있나.
Chloe :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타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때, 단순한 별 디자인 타투가 한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Chloe : 예전엔 별을 그려 넣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일부 연예인이 별을 새겨서 비슷한 유형의 타투가 엄청나게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연예인의 타투 스타일을 많이 따라갔지만 지금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별과 같이 단순한 도형만 그리는 타투이스트도 타투이스트라고 인정하는가?
Chloe :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도 이걸로 말이 많았다. 굳이 답하고 싶지는 않다.
타투도 굉장히 종류가 많다고 들었다. 장르로 나눈다면?
Chloe : 재패니즈 이레즈미, 트라이벌, 레터링, 올드스쿨, 뉴스쿨, 블랙 앤 그레이, 리얼리스틱, 포트레이트, 바이오니컬 등이 있다.
올드 스쿨과 뉴 스쿨의 차이는 무엇인가.
Chloe : 두 장르를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좀 더 심플하고 라인이 두꺼우면 올드 스쿨, 그것보다 좀 더 세밀해지면 뉴 스쿨이라고 한다.
타투에서 완벽한 색 구현이 가능한가?
Chloe : 완전하지는 않지만 많이 표현할 수 있다. 단, 금색과 은색은 안 된다.
타투를 하는 사람은 그림도 잘 그려야 할 것 같다.
Chloe : 그렇다. 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대로 된 페인팅의 원리를 익힌 사람이 더 잘하는 것 같다.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를 찾는 방법은?
Chloe : 첫 번째로 자신이 어떤 타투를 하고 싶은지 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수소문을 하든지, 검색을 하든지, 찾아내야겠지.
타투는 어떻게 지우나?
Chloe : 레이저(Laser)로 지운다. 기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흉터가 남고 가격 역시 비싸다.
앞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Chloe :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시간이 갈수록 타투를 좋아하고 몸에 새기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
Chole의 인스타그램 계정 (http://Instagram.com/chloe_tattooer)
Cover Artwork : Rarebi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