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Ink Chronicles #4 Ayaro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타투 문화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흥미로운 세계를 조명하는 ‘Seoul Ink Chronicles’. 그 네 번째 손님은 트라이벌(Tribal)이라는 파도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항해하고 있는 타투이스트 아야로(Ayaro).

친구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홈 스튜디오에서 예술적 영감과 비즈니스, 철없던 시절의 첫 타투 그리고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법적,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번성해 온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타투 신(Scene) 그 네 번째 이야기를 함께해 보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서울에서 아야로 박(Ayaro Par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네오 트라이벌 장르가 시작될 때부터 트렌드를 잘 타서 조금씩 성장해 오고 있는 타투이스트다.

타투이스트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됐나.

전에 베를린에 잠깐 살던 때가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길을 찾다가 타투도 시작하게 된 거다. 그러니까 한 3년 반 정도?

베를린에는 어쩐 일로?

워킹홀리데이로 5개월 정도 있었다.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무작정 한국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기가 누구나 있지 않나. 그래서 그냥 충동적으로 나갔다. 사실 가서 특별하게 한 건 없다. 명상하고, 운동하고, 밥 먹고, 클럽이나 파티도 가고.

어떻게 타투를 시작하게 됐나. 타투에 끌린 계기라던지.

베를린에 가기 전에 취미로 친구한테 핸드포크를 배웠다. 사실 베를린에서 본격적으로 타투를 배울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타투이스트가 되는 게 더 쉽기 때문에 레슨을 받고 본격적으로 핸드포크를 하기 시작하면서 뛰어들게 됐다.

한국에서 타투이스트가 되기 쉽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한국이 어찌 보면 타투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이지 않나. 라이선스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돈만 있으면 누구나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다. 타투이스트들이 레슨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일단 타투이스트가 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물론, 잘 되는 건 다른 문제지만.

처음에는 어떤 이유에서 핸드포크를 배우고 싶었나.

일단 접근성이 너무 좋지 않나. 뭔가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취미로 시작했다. 원래 타투가 몸에 많았는데 보다 보니 나도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

타투도 어찌 됐건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않나. 디자인 관련 전공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은데.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근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는 회사는 못 다닐 것 같더라. 그래서 4학년 때부터 드랙 아티스트들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냥 작은 스튜디오를 구해서 혼자 마네킹을 두고 시작한 거지. 생계로 이어지지 않아서 1년 정도 하다가 그만뒀지만 항상 손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그리는 건 계속해왔다.

그렇다면 타투이스트가 되야겠다는 확신이 든 순간은 언제였나.

나는 내 손을 거쳐 나온 아웃풋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가장 만족스럽고 결과도 좋은 것 같다.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은 그런 면에서 정말 잘 맞는다. 그리고 이 일을 사업적으로 생각하면서부터 좀 더 진지해졌다. 그게 타투를 시작하고 한 1년쯤 됐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경력을 쌓으며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처음 핸드포크를 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표현이 좀 단순해야 했다. 핸드포크가 텍스처에 좀 더 집중하는 작업이니까. 그림이 단순할수록 핸드포크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에 단순한 종류의 작업 위주로 하곤 했다. 근데 한편으로는 복잡한 그림,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도 있던 터라, 핸드포크의 한계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핸드포크는 작업 시간에 비해 수익이 충분치 않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안 좋다. 그런 이유들로 머신을 잡기 시작했다. 그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타투를 했어서 공짜로 빨리 배웠다. 그때부터 다양한 모양, 텍스처를 입히면서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왔던 것 같다. 기존에는 단순한 하트였다면 지금은 하트에 복잡한 트라이벌 이미지를 결합한 식이다.

본인의 몸에 가장 좋아하는 타투 그리고 처음 받은 타투를 소개해 달라.

등에 있는 픽셀 천사 날개를 가장 좋아한다. 나와 비슷한 장르의 타투를 하는 포이즌 님께 받았다. 핑크색으로 큼지막하게 새긴 게 정말 마음에 든다.

첫 타투는 10년 전쯤 받은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래피티에 빠져있었다. 한창 힙합 보이로 살 때였는데, 아마 비즐라에도 내 그래피티가 한 번 나왔던 것 같다. 슈프림 옷에 스냅백 쓰고 놈팡이처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내 태그네임을 태깅하던 때라, 그 태그네임을 내 첫 타투로 정했다. 진짜 철없을 때 한 거라 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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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본인이 작업한 타투 중 가장 좋아하는 도안이 있다면?

한국계 싱가포르 분이 받아가신 타투인데, 온리 팬즈(Only Fans)에서도 활동하시는 어덜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노출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포스팅을 할 때마다 내 작업물이 노출돼서 좋다. 원래는 허벅지에 밖에 타투가 없던 분인데 가슴팍에 내가 이렇게 크게 남길 수 있다는 게 의미 있기도 하고. 계속 올려주셔서 만족하면서 보게 된다.

작업에 관한 영감은 보통 어디서 찾는 편인가.

나르시스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작업을 계속 본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러다 다른 작업물들을 봤을 때 내 스타일로는 이렇게 표현이 가능하겠다 하면 가져오는 식이다. 요즘은 프리핸드로 작업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평평한 종이보다 몸에 직접 작업할 때만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계획하지 않은 것들이 나올 때 재밌기도 하고 영감이 되기도 한다.

외국인 고객이 상당수인 것으로 아는데, 타투를 할 때 다양한 피부 유형과 톤에 접근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는지.

우선 LA나 호주, 그러니까 햇빛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태닝이 어느 정도 되어 있다. 그래서 피부 텍스처가 좀 질긴 편이다. 그러면 잉크를 넣기가 좀 더 힘들기 때문에 선이 조금 두꺼워져도 좀 더 피부에 잘 들어가는 걸 쓴다거나 어두운 피부 톤의 분들은 트리플 블랙 잉크보다 더 어두운 블랙을 쓰거나 하는 식이다. 사실 내가 컬러 작업은 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톤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피부가 엄청 창백한 백인들 같은 경우는 잉크가 파랗게 남는 경향이 있어서 그럴 때 좀 옅게 작업하는 정도?

서울에서 타투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며 직면하는 어려움이 있을까? 있다면 이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

어려움이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좀 더 모을지,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많은 작업을 할지 같은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지금은 타투이스트를 아티스트로서 바라보기보다 서비스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이 일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해낼지가 최대 고민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림을 좀 단순하게 그려볼까도 생각한다. 최근에는 그림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그럼 절대적인 손님수가 조금 줄어들기 마련이다. 다양한 손님을 받으려면 단순한 그림부터 복잡한 그림까지 다 커버해야 하는 것 같다.

집 한편을 스튜디오로 쓰고 있는데, 특별히 연출하고 싶었던 분위기가 있었을까?

사실 타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 이 상태였다. 코로나 때부터 홈 스튜디오를 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졌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사실 이 직업이 타투이스트와 고객, 단 둘이서 공간에 남다 보니 처음에는 되게 어색할 때가 많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걸 서비스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고객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친구 집에 놀러 온 것처럼 주무시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그렇게 편안한 느낌을 줘야 노출 작업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다.

본인의 예술적 비전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렵다. 근데 설득하려고 좀 몰아붙이는 편이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선뜻 몸에 새기기 어려운 작업이라도 내가 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 계속 올리는 거다. 약간 세뇌시키는 거지. 내 계정 팔로우가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만들었던 목업(mock-up) 이미지 덕이다. 마네킹에 내가 그린 도안을 올려서 예시처럼 보여주곤 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자기 몸에 그 그림의 타투를 받는 걸 상상하더라. 그게 먹혔던 것 같다. 사실 초반에는 내가 사이버 펑크 느낌의 트라이벌을 그렸었는데 그때 6개월에 한 명인가, 두 명인가 밖에 고객이 없었다. 그래도 내 방식대로 어필을 계속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설득된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객의 요청에 타협해야 하는 순간도 많을 것 같다.

그렇다. 사실 돈이 되면 다른 작업들도 하긴 한다. 레터링이라거나 고양이라거나 어떤 분은 메이플 스토리 캐릭터를 가져오시기도 하는데 사실 내 바이브랑 조금 안 맞더라도 가끔 그런 작업을 하는 게 환기도 되고 재밌다.

한국에서 타투에 대한 인식은 어떤 것 같나 그리고 서울의 타투 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고객의 80% 정도가 외국인인지라 신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만 로컬 타투이스트끼리의 소통이 적은 게 아쉽다. 트레이드 문화가 없다고 해야 되나. 나 같은 경우는 1년에 한두 달 정도는 해외에 나가서 작업을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정말 캐주얼하게 다른 아티스트와 소통이 되고 타투도 트레이드하게 된다. 그래서 방문한 도시마다 꼭 타투가 하나씩 생긴다. 국내에서는 그런 교류가 적지 않나 싶다. 돈을 내고 손님으로 타투를 받지 않는 이상 자연스러운 트레이드가 없어서 아쉽다.

타투이스트 아야로의 미래를 공유해줄 수 있을까.

일단 이 직업이 너무 나와 잘 맞는다. 타투이스트라는 게 사람과 굉장히 친밀한 직업이지 않나. 타인의 몸과 밀착되어 있고 감정적으로도 친밀해야 하고 고객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거고.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어찌 됐건 내 손으로 결과물을 끝까지 낸다는 거에 엄청난 만족감을 느낀다.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너무 답답하다. 모니터 안에 내손을 넣어서 이리저리 휘젓고 싶을 정도로. 그런 면에서 타투는 정말 만족스럽다. 그래서 건강 관리, 특히 허리 관리를 잘해서 허리가 작살나기 전까지 오래오래 하는 게 목표다.


Editor | 장재혁, Abeer
Interviewer│Abeer
Photographer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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