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시들했던 대한민국 록(Rock)의 불씨가 다시금 살아나는 듯한 지금. 록 중의 록, 하드코어도 모자라 ‘하드코어 게이 포르노 음악’을 행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머그샷의 열 번째 주인공 K특급모텔. 이름부터 퇴폐미가 물씬 느껴지는 그는 올 한 해 ACS를 중심으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음악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당신은 누구인가.
하드코어 게이 포르노 음악을 만들고 있는 K-특급모텔이라고 한다. 음악을 중심으로 영상, 퍼포먼스 등 이것저것 하고 있다.
‘K특급모텔’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그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나.
한 2년 전까지 부모님이 실제 인천 연수구에서 운영하던 모텔 이름이다. 한국의 이야기를 작업에 담고 싶어서 ‘K’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고, ‘케이’와 ‘게이’의 발음이 비슷하지 않나. 작업을 통해 한국 게이의 욕망들을 펼쳐보고자 해서 지었다.
최근 스테이크 필름의 두도욱과 함께 펼치는 2인조 매트리스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두도욱과는 어떻게 연이 닿아 작업을 시작하게 됐나.
두도욱만큼 한국에서 본인이 게이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더럽고 재미있게 활동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2, 3년 전부터 스테이크 필름 그리고 두도욱이라는 사람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신도시에서 열린 디지털 하드코어라는 파티에서 처음 알게 됐는데, 형은 그때 백댄서였고 나는 공연이 있었다. 그때 뉴진스의 “Attention” 뮤직비디오에서 민지와 외국인 남자가 마주치듯이 만나게 된 거다. 그 이후로 서로 알고 지내다 지금은 연인이 됐지.
그동안 남자 둘이서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생각해 둔 게 많았는데, 마침 잘 맞는 사람을 만나게 돼서 ‘함 사세요’ 퍼포먼스처럼 같이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아졌다.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두 사람이 퍼포먼스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원래 영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영화적인 상상력 혹은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주제들을 공연에서 보여주는 거다. ‘함 사세요’ 퍼포먼스 같은 경우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억지로 결혼을 해야 했던 나보다 이전 세대의 게이들,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오징어 가면을 쓴 두 남자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있다. 공연이 있었던 ACS에서 나와 을지로 인쇄 골목 사이에서 핀 조명을 켜고 왈츠를 추기도 했는데, 7~80년대에 을지로 인쇄 골목이 게이들이 뒤에서 몰래 만났던 장소였지 않나. 그래서 억지로 결혼을 해야만 했던 슬픔에 빠진 게이 유령들을 표현했다.
퍼포먼스의 스토리는 어떻게 구상하나. 예전부터 계속 머릿속에 그리던 것인지.
이전부터 생각했던 주제도 있고, 국문학을 복수 전공해서 인지 한국 근대 문학이나 한국 근대 담론들을 좋아한다. 근대 문학이나 영화를 많이 참고해서 작업하고 있다.
그 당시의 군대 이야기도 음악, 퍼포먼스 등을 통해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
맞다. 전역을 하고 나서야 음악을 시작했는데, 군대에 있으면서 너무 답답했던 것들이 많아서인지 첫 앨범 재킷 콘셉트를 군대로 잡았다. 현재까지도 군대에 관련된 동성애자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 중이기도 하고. 내 노래 중에 “북한은 탑, 남한은 바텀”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게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다. 박찬욱 감독이 원래 이 영화를 퀴어 영화로 제작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남한 병사와 북한 병사가 밤에 몰래 만난다던지 하는 요소들을 영화 곳곳에 남겨뒀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나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느꼈던 감정과 경험, 그리고 그 주변 이야기를 생각해 작업했다.
비주얼로만 놓고 봤을 때, 퍼포먼스가 꽤 강렬하다. 특히, 드래곤힐 프린트샵 공연에서는 삼각지역 앞에 매트리스를 펼쳐놓고 공연하기도 했는데, 당시 행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같은 신(Scene)에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게 즐겨 주는 것 같다. 드래곤힐 프린트샵 공연 당시에는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rnia”를 “Motel California”로 개사해서 불렀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지나가면서 엄지를 척하고 내보이시더라. 사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봤을지는 모르겠다.
퍼포먼스 외에 음악 얘기를 해보자. 좀 전에 본인의 음악을 ‘하드코어 게이 포르노’라고 소개했는데, 어떤 음악인지 소개해 줄 수 있나.
일단 하드코어 장르의 음악이면 다 가져와서 작업에 쓰는 편인 것 같다. 이제 거기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더하는 거지. 그래서 예전 한국 음악이나 최근의 K-POP스러운 분위기를 녹여내기도 한다. 사실 메탈이라는 장르를 엄청나게 파고들고, 그 분야에 대해서 빠삭한 편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밤섬해적단, 무키무키만만수, 눈뜨고코베인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 약간 코믹하기도 하고, 하드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국 냄새도 나는.
“인트라넷 BL 소설가 용사 드래곤볼Z”, “근육돼지김치찜” 같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곡의 타이틀이 굉장히 강렬하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쪽에 관심을 많이 두다 보니 길을 지나다니다가 재미있는 제목이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해 두기도 하고, 친구들과 매일 같이 하는 농담 따먹기에서 재밌는 타이틀이 나올 때도 있다. 평소에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나 사회적 주제들이 그런 농담 따먹기 식 필터를 거쳐 지금과 같은 제목이 된 거다.
계속해서 근대 작업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는데, 영상적으로만 봐도 “나쁜 영화”같은 컬러감이 짙게 묻어난다. 특히 재밌다고 생각하는 작업물이 있다면?
일본 펑크 영화를 좋아한다. 이시이 소고(Sogo Ishii) 감독의 “미친 듯 핀 선더로드” 같은. 또 캐나다에서 이뤄졌던 ‘퀴어코어’라는 퀴어, 펑크 운동도 주목해 볼만하다. 그때 당시 만들어졌던 영화, 진, 음악들이 마치 마치 실제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저화질, 거친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그게 내 작업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K-특급모텔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사랑?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큰 욕심은 없다. 주변 사람들과 오손도손 잘 지내고, 세상에 조금 이바지할 수 있는, 딱 1인분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K-특급모텔의 믿음, K-특급모텔이 믿고 사는 한 가지가 있다면.
딱히 없는 것 같다.
올해 유독 많은 공연을 열었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한 해를 돌아본다면? 또 다가올 2024년의 다짐도 들려달라.
올해는 감사하게도 다양한 공연을 할 기회들을 얻었고 덕분에 좋은 인연도 많이 생겼다. 특히, ACS에 정말 감사하다. 작년 초, 음악을 만들고 쌩판 아무것도 없을 때 처음 찾아간 곳이 하드철거 중인 ACS였고, 그곳에 안도, 시봉새님이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주셨다. 그 이후에도 유일하게 계속 언급해 주시고 재밌는 제안들을 해준 곳이 ACS이기도 했다. 이런 작업을 하기까지 스스로가 힘들고 큰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옆에서 늘 든든하게 함께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상 지금 이렇게 활발히 하는 데까지 두 분의 덕이 매우 크다. 그리고 그 이전에 내 친구 뽁이가 제작 단계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늘 함께해 줬고 뽁이가 없었으면 아마 K-특급모텔도 없었을 것이기에 그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마지막으론 한참 재밌게 같이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두도욱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ditor | 장재혁
Photograpy | 김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