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SHOT #3 김진

지난 2회차 동안 ‘MUGSHOT’을 ‘디지털 세상을 유영하다 뇌리에 박힌 인물을 탐구하는 시리즈’로 소개한 바 있다. 허나 개성 넘치는 외모와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유자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뛰어넘어 ‘이 인간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계정을 발견했다.

바로 제 기능을 상실한 요상한 디자인의 물건을 선보이는 옐로우 히피스(Yellow Hippies)인데,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콘돔을 앞 지퍼 부근에 부착한 레더팬츠부터 온도계 핑거보드까지, 도통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 천지다. 단숨에 그를 초대해 짧은 대화를 나눠 보았다. 정도(正道)의 길을 걷고자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함께해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옐로우 히피스와 타투 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이라고 한다.

옐로우 히피스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웹사이트에 써둔 그대로 말하자면 기존에 제 몫을 다한 사물을 실험적 디자인과 변형을 통해 새로운 소비재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라 하겠다.

어딘가 본래 제 기능을 상실한 것만 같은 물건으로 가득한 옐로우 히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목적이 뭔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닌 것 같은데. 

반(半)작가적 마인드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만들고 있는 제품의 80%는 판매 목적보다는 단순 재미로 제작된 것들이다. 판매 목적의 굿즈들 역시 소비자들이 유머에 공감하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거지.

본인의 재미가 제일 우선이라는 말인지.

그렇다. 그런데 아직도 뭘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지 찾고 있는 중이긴 하다.

옐로우 히피스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나.

아이디어는 4, 5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원래 꿈은 미술 경매사였다. 그런데 미술사학을 공부하다 보니 지금 시대에 파주 헤이리 마을 단칸방에서 그림을 그려서는 먹고 살 수 없을 것 같고, 비주얼적인 요소를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디자인에 빠지게 됐다.

원래 뭐 하나를 좋아하면 깊게 빠지는 성격이라 패션을 비롯해 도시개발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광고, 카피라이팅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소비 주기가 긴 작업물에 관심이 가더라. 예를 들어 패션 같은 경우 3개월에 한 번씩은 새로운 게 나오지 않나. 패스트패션은 더 짧기도 하고. 그런데 옐로우 히피스에서 만든 이런 라이터 같은 물건은 일단 귀여우니 집에 오래 두지 않나. 그런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미술 경매사가 꿈인 사람은 처음 만나본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을 넘어 경매 쪽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나.

어릴 때부터 미술이란 장르를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꿈은 화가였지만 어떤 작품의 역사와 가치를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예상하는 게 흥미롭더라. 좋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했고.

옐로우 히피스 작품의 일반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쭉 모으고, 거기서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것들을 뽑아낸다. 그다음은 소재나 제조 공정을 알아보러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거지. 내 성격과 잘 맞는 일 같다.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강아지와 하루 두 번 산책을 나가는데, 그때 길거리에 버려진 것들을 유심히 본다. 원래 단순하게 웃긴 걸 좋아해서 밈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창작물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무엇일까.

유머.

이제까지 만든 제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Skate Board (?)’라고 스케이트보드 휠을 핑거보드로 대체한 작품이 있다.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귀엽더라. 그리고 이번에 제작한 버펄로 뿔을 단 어린이용 목마?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강아지와 산책하다 버려진 의자 다리를 주워 만든 스툴도 마음에 든다.

유머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 밈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밈을 주로 찾아보나.

웃긴 밈을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냥 스탠드업 코미디같이 실없이 웃긴 걸 좋아한다.

조금 깊게 들여다보자면, 예전에 미술사를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양극을 보려고 하는 편인데, 어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을 보면 굉장히 웃긴 포인트가 많다. 예를 들어 옷이 단순한 ‘면직물’이라는 관점에서 꾸뛰르를 보면 ‘꼴값 떨고 있다’라고 볼 수 있지만, 반대 관점에서 보면 ‘저건 동물도 아니고 뭘 위한 옷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듯이 말이다.

오프라인 숍도 운영 중인가? 아니라면 앞으로 계획도 있는지. 

나중에 조그맣게 운영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당장은 모르겠다.

평소 쉴 땐 뭘 하는 편인가.

음주와 퍼즐? 퍼즐도 미술을 공부할 때 생긴 취미인데, 그때는 그렇게라도 미술 작품을 너무 알고 싶었다. 천 피스짜리 ‘별이 빛나는 밤에’를 완성한다 치면 한 조각조각 세심하게 봐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나중에 사소한 부분까지 다 기억이 난다.

가지고 있는 퍼즐 중에 특이한 게 있다면 소개해 달라.

예전에 카우스(KAWS)가 호주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호주 친구가 그때 퍼즐 굿즈를 보내줬다. 그게 가장 애착이 간다.

쓸데없이 헛웃음을 유발하는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의 물건들을 보면 당신의 집이 궁금해진다. 실제 김진의 집도 그러한 물건들로 가득한지.

그런 편이다. 예전부터 어떤 걸 모으는데 빠져 있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 촬영차 해외에 자주 나갔었는데, 그때 이것저것 사 모았지. 집에 가면 나만의 ‘예술의 전당’이 있다.

김진이 믿고 사는 한 가지, 김진의 믿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도(正道)의 길을 걷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혹은 새로 계획 중인 작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작년 5월에 오픈한 스튜디오가 곧 1주년을 맞는다. 그래서 돌잔치를 계획 중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빈백이나 행거같이 사이즈가 큰 가구를 더 많이 출시해 볼 계획이다.

Yellow Hippie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Yellow Hippies 공식 웹사이트


Editor | 장재혁
Photograpy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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