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하드코어의 숨길 수 없는 자부심, Rampage Fest Vol. 3

21세기의 4반세기를 향하는 요즘, 해외 대형 록 페스티벌에서 하드코어 밴드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하드코어 신(Scene)은 부흥기에 있다. 세계 곳곳의 신 중에서도 아시아권을 중심축으로 한 경향을 아시아 하드코어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변방이거나 오리엔탈리즘의 우려 또는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족적을 남겨 왔다. 아시아권 최대 축제로 불리며 올해 25회를 넘긴 일본의 블러드액스 페스티벌(Bloodaxe Festival), 동남아시아의 콘크리트 밀림 페스트(Concrete Jungle Fest)와 컴필레이션 음반 [Out for Blood Vol.2](Divided we fall records), 정식 발매는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한중일 하드코어 플레이리스트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우리에게 간헐적으로, 그러나 꾸준히 존재감을 발산해 왔다. 

‘현 시점 국내 최대 규모 하드코어 페스티벌’을 내세운 램페이지 페스트(Rampage Fest)가 이에 발맞춰 “아시아 하드코어의 자부심(Asian Hardcore Pride)”이라는 부제로 12월 21일 서울 서대문구의 베이비돌에서 제3회를 개최한다. 한국과 태국, 일본, 타이완 출신 밴드들로 구성한 특별 라인업으로 모쉬 핏(Mosh pit) 판을 벌이고 역동적인 흐름을 갱신한다. 특히, 아시아 신이 결집할 때 국내의 주도나 참여가 드물었던 만큼 2024년은 램페이지 페스트를 통해 국내 신이 중심 역할을 한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예정.

야심찬 기획의 헤드라이너는 2021년 발매한 EP [Narok Bon Din][1](Divided we fall records)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며 “에빌코어(Evilcore)”, “100% 순도 아시아 악마(100% pure Asian Demon)”라 불리는 방콕의 휘스퍼스(Whispers)다. 1990년대의 광폭한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모던 메탈릭 하드코어와 모쉬 핏을 이끌어내는 라이브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의 플랫스팟 레코즈(Flatspot Records)를 통해 새 EP [Yom-Ma-Lok][2]이 발매 예정되어 있으며, “전지구적으로 본 현실주의와 인간 본성(Realism and human nature through a global perspective)”을 주제로 다룬다.

새 EP에는 게스트 보컬로 스피드(Speed)의 젬 샤오우(Jem Siow), 데몬스트레이션 오브 파워(Demonstration Of Power)의 숀 알렉산더(Shaun Alexander), 킥백(Kickback)의 스티븐 베삭(Stephen Bessac)이 특별 참여했다. 이중에 스피드 역시 플랫스팟 레코즈 소속이자, 일부 멤버들의 경우 직계존속이 이주 배경을 가진 시드니 하드코어 밴드로 아시아계 출신에 대한 편견을 뒤집은 사례로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다. 

두번째 출연진으로 2023년 데뷔 앨범 [STFU]를 발매한 렉스레즈(Rexrez)는 위스퍼스와 같은 방콕 밴드로, 데스 메탈과 하드코어의 경계에서 블라스트 비트에 중점을 둔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발 앞서 수차례 내한하며 동남아시아 그라인드코어를 국내에 소개한 싱가포르의 웜랏(Womrot)과 지난 9월 일본 공연을 함께 치른바 있다. 주최 측인 트루 컬러 콜렉티브(True Color Collective)는 렉스레즈를 가리켜 “갈아대는 매력과 찍어 누르는 매력이 공존한다는 것만 이해하신다면, 이들의 핏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준비는 다 되신 겁니다”라고. 

일본에서 오는 세 밴드도 모쉬 핏에 특화되어 있다. 수십만 조회수의 유튜브 영상 ‘Japanese Hardcore Mosh Style’의 현장 오사카 출신다운, 모셔들을 위한 비트다운 하드코어 언홀리 11(Unholy 11). 블라스트 비트-트레몰로 리프-브레이크 다운으로 이어지는 카타르시스로 일본의 ‘데스 메탈과 하드코어의 결합’을 이어가는 나고야의 디케이션(Decasion). 츄하이 제품 ‘스트롱 제로(-196℃ Strong zero)’의 알콜 도수(9%)에 영감 받은 외국인들이 도쿄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묵직하고 흥겨운 하드코어 나인 퍼센트(Nine percent)까지. 이들 모두 모쉬 핏과 안전을 중시하는 램페이지 페스트에 제격이라 할 수 있다.

타이중의 멜로딕 하드코어 디피트 더 자이언트(Defeat the Giant)는 유쓰 크루의 긍정적 태도, D.C. 하드코어에서 확산한 비폭력 윤리를 고수하는 흔치 않은 아시아 밴드다. 멤버 모두가 귀감으로 삼는 스트레이트 엣지 밴드 해브 허트(Have Heart)로부터 하드코어 음악은 물론 마음가짐마저 흡수했다. 자칫 광란으로 분위기가 경도될지 모를 순간에 이러한 진중한 메세지는 필요한 균형추이자 그 자체로 고유 영역이다.

로컬 밴드로는 지난달 성황리에 미국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슬랜트(Slant), 서울 신을 굳건히 지탱하는 노 쉘터(No Shelter), 부산 터줏대감 올 아이 해브(All I Have), 그리고 신진 밴드 얼(Awl)이 나선다. 얼은 전신격 밴드인 플러시!!(Flush!!)가 보여주었던 긍정적 분위기로부터 송곳이라는 의미의 새로운 이름처럼 날카로운 절규, 분노를 표현하는 음악으로 탈바꿈하며 지난 10월 데뷔 앨범 [Awl]을 발표했다.

3회차 램페이지 페스트를 통해 하드코어와 데스 메탈의 결합이라는 큰 틀에서 동남아시아-호주 권역에서 치솟은 맹위 그리고 동아시아 여러 로컬 신의 특성이 서울에서 뭉쳐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12월 21일, 베이비돌에서 확인하고 귀추를 주목해보자. 미성년자에게는 신분증, 학생증 지참시 입장료 현매 할인 혜택이 있으니 참고할 것.

Whispers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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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정보

일시│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15시~
장소│베이비돌(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26 . 지하1층)


이미지 출처│truecolorcollective


[1] นรกบนดิน. ‘Hell on Earth’라는 의미.
[2] ยมโลก. ‘world of death people’ 또는 ‘underworld’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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