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괴짜’ 라는 뜻의 Super freak은 아마 아티스트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스스로 ‘수퍼프릭’임을 자처하고 나선 이들이 있다. 진보(Jinbo)를 필두로 의기투합한 수퍼프릭 레코즈(Superfreak Records)의 프로듀서들은 2013년, 척박한 국내의 언더그라운드 씬(Scene)에 출사표를 던졌고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며 이태원과 홍대거리에 자신들의 비트를 수놓고 있다. 그들은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아 컴필레이션(Compilation)을 발표하고 개인의 앨범까지 차례로 공개하며 느슨해진 프로듀서들에게 긴장감을 안겼다. 수퍼프릭 레코드의 첫 신호탄을 쏘며 존재감을 알린 사일리(Sailli), 영상과 음악을 병행하며 자신의 감각을 다듬고 있는 애이직(Aezik), <Freakloud> 컴필레이션에서 리스너들의 극찬을 받은 250, 괴짜들을 한 데 모은 수장 진보(Jinbo), 그리고 그들의 음악에 색을 입히는 레어버스(Rarebirth)와 함께 한 수퍼프릭 레코즈 인터뷰는 의외로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졌다.
(왼쪽부터 Rarebirth,Sailli,Aezik,250, Jinbo)
-각자 어떤 계기를 통해서 수퍼프릭에 합류하게 되었나.
250: 슈퍼프릭이라는 레이블 자체는 <Afterwork>앨범이 나올 때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같이했던 친구들은 진보가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함께 갔다가 거기에 남았다. 공부를 마치고 그가 혼자 한국에 돌아왔을 당시 나는 막 실용학원을 차린 상태였다. 이 친구가 엘에이(Los Angeles)에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Independent Artist)에 관련된 컨텐츠 교육과정을 이수했는데, 배운 것들을 한국에서 한번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들을 하다가 세미나를 겸한 클래스를 열었다. 그때 온 친구들 중에 애이직(Aezik)과 사일리(Sailli)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학원을 그만뒀고 사일리의 앨범이 나오면서부터 지금의 모양새가 갖춰졌다.
-L.A에서 들었던 커리큘럼(Curriculum)이라면?
Jinbo : 6개월짜리 커리큘럼이었다. 그 안에는 작곡을 비롯해 뮤직비즈니스, 비주얼 아트와 같은 다양한 클래스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혼자 앨범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유통을 하고 씨디를 발매를 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들을 가르쳐주는 수업이었다.
-다시 수퍼프릭의 첫 만남으로 돌아가자.
Aezik: 26살까지 창원에서 살다가 서울에 왔더니 음악에 대한 아무 연고가 없었다. 고향에서는 혼자 음악을 했는데 아티스트의 피드백(Feedback)이 필요했다. 마침 <Afterwork>앨범을 발매한 진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고 무작정 그 사람의 세미나를 찾아갔다. 여기서 좋은 영감을 받지 못하면 음악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세미나를 찾아가 형에게 음악을 들려주었고 많은 격려를 받았다. 그 뒤로도 이메일로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같이 하게 되었다.
Sailli: 원래 실용음악과를 다니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음악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던 상태라 나도 무작정 진보 형이 연 세미나를 찾아갔다. 형이 들려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대학을 다닐 때는 어떤 음악을 했나.
Sailli: 어렸을 때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의견 때문에 대학을 갔으며 플루트(Flute)를 불고 보사노바(Bossanova)위주의 음악을 들었다.
250: 대체로 어디서 뭘 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 비를 피해 이 안으로 들어오며 하나가 된 것 같다. 우리가 연 세미나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미디(Midi) 기초부터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날에 이 친구들의 음악을 듣고 나서부터는 기술적인 부분을 강의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Aezik: 음악을 대하는 전반적인 자세와 진보형의 경험담 위주로 진행이 됐다. 일종의 음악 담론이라고 해야 하나.
Sailli: 사실 나는 진보 형의 프로듀싱을 배우고 싶었는데 더 큰 것을 배웠다.
-이 자리에 없는 나머지 멤버, 비앙(Viann)과 아이아이아이(I II I), 그리고 뷰티풀 디스코(Beautiful Disco)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250: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통해 뷰티풀 디스코와 사일리가 서로 알게 되었고 비앙과 아이아이아이 역시 사일리를 통해 합류하게 되었다.
Sailli: 비앙과 아이아이아이를 처음에 안 것은 UB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듣고 적잖이 놀랐다. 너무 잘해서 욕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가 아이멧뮤직(Imetmusic)의 파티에서 친분을 쌓았고 함께 하게 됐다.
-아직 언급이 되지 않은 수퍼프릭 레코드의 멤버들이 더 있나.
Sailli: 매니저 영훈이 형, 그리고 아트웍(Artwork)을 담당하는 레어버쓰(Rarebirth).
Jinbo: 프로듀싱하는 친구들이 몇 명 더 있는데 아직은 공개할 시점이 아니다.
-레어버쓰의 아트웍은 작품이 지닌 또렷한 색깔로 이미 많은 호평을 받았다. 수퍼프릭과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Rarebirth: 음악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이런 저런 음악들을 많이 들었다. 대학교에서 지금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데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취미 삼아 아트웍을 만들곤 했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진보형의 팬이어서 부산에서 한번 뵌 이후에 선물로 내가 만든 아트웍을 드린 적이 있다. 형이 내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해서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았고 같이 하게 되었다.
-당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색깔, 그리고 수퍼프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Jinbo: 지금은 프로듀서들이 모여 있는 레이블이다. 그러나 사실 크게 보자면 장르적으로 구분 짓지 않고 남들하고 다른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 곧 Superfreak의 정체성이다. 주류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끼리 모이다보니 우리는 서로가 닮아 있었다. 우리들은 뻔한 음악을 하고 싶지 않은 누구한테나 열려 있다.
-프로듀서가 아닌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JInbo: 그렇다. 래퍼나 기타리스트가 들어올 수도 있겠지.
-앨범 얘기를 해보자 <Freakloud>는 비트 프로듀서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는 점에서 신선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에서 보자면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Sailli: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더 많은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기한을 정하고 만든 앨범이라 오래전에 만든 트랙도 있고 급하게 한 것도 있어서 내 비트에는 크게 만족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 트랙이 다른 트랙들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 것 같다.
250: 사일리의 “Copy That”을 듣고 너무 좋아서 앨범에 실었다. 본인은 불만족스러워 했지만. 하하.
– 그 곡은 영상도 있던데. Haans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나와 있다.
Sailli: 나도 모르는 사실이다.
Jinbo: 내가 아직 말을 안했다. 하하. 인터뷰가 끝나고 함께 감상해보자.
Aezik: 그 누구도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겼던 것은 ‘기한’이다. 컴필레이션을 만들자고 하자마자 낸 앨범이라 다들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250: 멤버들을 쪼았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겠다. 아티스트들은 다들 각자의 기준이 있고 완성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 것을 어디서부터 맞춰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개인이 아닌 레이블로 볼 때는 기한을 정하고 그 때까지 완성도를 각자 끌어올리는 것이 보다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컴필레이션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부담감도 줄어들 것이고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잊어버리고 바로 다음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결과물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 붙잡고 있는 것 보다는 공개를 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다음에 내놓을 음악에 더욱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닌가.
Jinbo: 음악을 만들 때 “아무개 보다 더 멋있게 만들어야지”와 같은 경쟁심리에 너무 휩싸이면 어느 시점에 가서부터는 처음 음악을 만들 때의 스파크가 없어지고 순수한 재미를 잃게 된다.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잃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손해라는 얘기를 250과 RM360 뒤 놀이터에서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그러면 바로 다음 주에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자고 하더라. 그때 가슴속에 막힌 게 뻥 뚫렸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다. 우리가 워너 브로스(Warner Bros)같이 큰 회사도 아니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만든 부티끄(Boutique) 레이블인데 말이다!
-컴필레이션 앨범 <Freakloud>에서 250의 트랙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걸로 알고 있다.
250: 곡을 소개하는 글에도 적혀있는 내용이지만, 처음에 아카펠라(A cappella) 샘플을 잘라서 재밌는 곡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풋워크(Footwork)의 리듬으로 가고 곡 중간에 아카펠라로 브레익(Break)을 넣자 정도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작업이다. 요즘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인데 이 작업의 가장 즐거운 점은 내가 어떤 감성을 담은 문장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곡도 처음에는 “Stop, Hold it, Freeze, Now!” 라는 샘플로 먼저 작업을 하고 한참 후에 Superfreak 이라는 구절을 만나게 되어 바꾼 경우이다.
-영국 프로듀서들의 색채가 묻어나는 것 같다. 평소에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나.
250: 수퍼프릭을 비롯한 주위의 뮤지션들이 영국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혹시라도 내 음악의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봐 피하고 있다.
-수퍼프릭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말해 달라.
Aezik: 나의 경우는 락(Rock)으로 음악을 시작한 케이스다. RATM을 엄청 좋아했고 그러다가 랩 음악으로 넘어왔다. 전반적으로 드럼이 강하거나 남성성이 짙게 묻어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갈수록 많은 음악을 듣다보니 내가 진짜 좋아서 듣는 것인지 아니면 주위의 사람들 때문에 듣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정말 좋은 음악을 들으면 설레지 않나. 가끔 순수했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의식적으로 음악을 듣는 것을 피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찾는 음악이 제이 딜라(J Dilla)다.
-제이 딜라의 음악들은 또 시기별로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르지 않나. 거슬러 올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Aezik: 맞다. 제이디(Jay Dee)시절이나 ATCQ때도 다 다르고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트테잎 같은 것도 매력이 있다.
Sailli: 요즘에는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 보다는 리믹스(Remix)를 많이 듣는다.
https://soundcloud.com/sailli/sets/univerature-ep
-사일리의 분위기는 마치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를 연상시킨다.
250: 사일리가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Sailli: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찾아보면 다 영국 출신이다. 알게 모르게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ECM전시회를 갔다 오며 느낀 것은 가상악기도 좋지만 소리를 실제로 녹음하는 레코딩(Recording)을 공부해서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퍼프릭멤버들의 음악은 하나의 색으로 통일되었다기보다는 제 각각의 빛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창작의 근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Jinbo: 나는 요새 음악을 거의 안 듣고 지낸다. 수능 친 학생들이 왜 이런 말 하지 않나. 자기는 교과서 하나에만 충실했다고. 되게 뻔해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그것에 빗대어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테디 라일리(Teddy Riley),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넵튠스(Neptunes), 제이 딜라, 그리고 근래의 지미 에드가(Jimmy Edgar),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가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비틀즈(Beatles)와 같은 굵직한 아티스트들을 되새기면서 영감을 떠올린다. 작은 부류를 파다보면 큰 그림을 못보고 하나의 유행, 스타일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 어차피 얘도 원류가 아니라 가지의 한 부분인데 굳이 따라할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Aezik: 아까 제이 딜라를 이야기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제이 딜라의 가지에서 뻗어 나온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애써 영감을 받으려고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그에게서 뻗은 가지 중 일부인데 같은 가지들을 보며 너무 애쓰는 것 같아서 다시 뿌리로 회귀하게 됐다.
Jinbo: 요새 레퍼런싱(Referencing) 이라고들 하지 않나. 피카소(Picasso)가 훌륭한 아티스트는 카피(Copy)를 하지 않고 훔친다고 말했다. 사실 옛날부터 창작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영리하게 잘 훔치는 것 아닌가? 훔친다는 것은 소유권을 자기에게 가져온다는 말인데, 결국 누구의 것을 언제 어떻게 훔치느냐, 훔쳐서 어떻게 배열할 것이냐 등의 문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하느냐에 달린 문제일지도 모른다.
-최근 표절 때문에 한바탕 말이 많았다.
Jinbo: 얼마나 영리하게, 그리고 얼마나 멋있고 센스 있게 하느냐의 문제다. 표절을 기준에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중심으로 판단해 봐야 할 문제다. 표절을 하지 않았어도 아무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창작은 점수를 줄 수 없지 않나.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Aezik:국내 힙합을 가리온으로 처음 접했다.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지 MC Meta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Sailli: 여성 보컬하고 함께 해보고 싶다. 보컬 위주의 곡이라기보다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활용해 몽환적인 느낌을 내고 싶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알게 된 미소라는 이름의 여성 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가 있는데 되게 탐나는 보이스(Voice)를 가지고 있다.
-대중적인 가수들 중에서 혹시 관심이 가는 보컬이 있나.
Sailli: 대중가요를 듣지 않아서 아직은 대답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고 언젠가는 그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수지라던가.
Jinbo: 강수지?
-그 쪽이 더 분위기 있을 것 같다.
250: 나는 샤이니(Shinee)의 온유. 목소리가 너무 좋다.
-주목하고 있는 해외 프로듀서는 누구인가.
250: 나는 디플로(Diplo)의 팬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
Sailli: 얼마 전에 알게 된 투어리스트(Tourist)라는 영국 프로듀서. 보일러 룸(Boiler Room)에서의 믹스를 보고 반했다. 영국에는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Aezik: 요즘에는 플랙코(Flako)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제이미 라이델(Jamie Lidell)의 “Big Love(Lorenz Rhode Remix)”가 좋았다.
-수퍼프릭 레코즈에서 나온 음악은 모두 뮤직비디오가 없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 영상 디렉터가 있다면.
250: 지금 수소문 중이다. 애이직이 영상을 다루긴 하지만 우리들의 비주얼을 일일이 신경쓰다보면 곡 작업이 늦춰질까봐 다른 방도를 찾고 있다.
Aezik: 영상과 음악 모두 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회사에 다니면서 음악을 오래 쉬었기 때문에 계속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단 뷰티풀 디스코의 영상을 맡아 하기로 해서 어제 촬영차 대구에 다녀왔다.
Jinbo: 나는 MHV와 같이 해보고 싶다. 최근에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쌔끈해” 영상을 작업한 충진이(CJ Jeong)의 느낌도 좋고 박사님(황지석)의 스타일도 좋아한다. 그리고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영상 쪽으로 연결이 되고 있는 재밌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음악에서 뮤직비디오로 이어지는 뻔한 방식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새로운 사람들과 만들어 보고 싶다.
-수퍼프릭 레코즈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들을 모두 온라인으로 무료 공개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Rarebirth: 음악의 주인은 뮤지션이지만 음악의 커버를 만드는 나 역시 그 곡이 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음원과 아트웍이 공개되는 것 보다는 사실 실체가 존재하는 형태의 포맷으로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내가 LP를 모으는 이유도 그런 만족감에서다.
Aezik: 아직 아웃풋이 많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온라인 음원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다. 홍보의 차원도 있고. 큰 불만은 없다.
Sailli: 당연히 유료 음원에다가 CD와 LP로도 발매를 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내 욕심일 뿐. 지난 앨범은 나의 완성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습작이었다.
(Rarebirth의 Superfreak records 앨범 커버 작업물)
-어차피 음반을 사는 사람들은 CD보다는 LP를 구입하는 추세다. 앨범을 레코드로 제작할 생각은 없나. 그러면 레어버쓰의 아트웍도 더욱 빛을 발할 텐데.
Rarebirth: 열장 이상은 내가 사지 않을까.
250:음악이 들려지는 포맷이 달라질 뿐이고 기본적으로 음악은 음악으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제는 음악 자체만으로 팔리는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 대부분의 내 음악은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제는 최대한 사람들에게 음악이 많이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노트북, 모바일, 아이팟에 자신의 음악이 들어있는 것이 뮤지션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첫 번째 조건 같다. LP나 CD와 같은 포맷 보다는 오히려 Sailli가 앨범을 냈을 때 배포했던 USB가 인상적이었다.
Jinbo: 일단 샘플 클리어(Sample Clear)가 안 된 곡들 때문에 유료화 할 수 없었다. 저작권 문제가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음원 수익으로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조차도 유투브(Youtube)나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잦아졌다. 멜론에서 음원을 구매한다고 한들 곡 하나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어떤 경우에는 무료로 해야 사람들이 겨우 찾아 듣기도 하고 한 곡에 일이만원을 호가하는 것들이 엄청나게 팔릴 때도 있다. 나도 아직까지 이 황금비율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지금 시대에 무료 음원 공개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찾아 밴드캠프(Bandcamp)를 돌아다니다가 무료 다운로드 버튼이 있으면 기분 좋지 않나? 또한 예전의 음악은 LP나 CD, 그리고 여러 가지 물리적인 포맷에 담겼지만 그 것은 음악이 돈을 벌었다기보다는 디스크가 수익을 만든 것 같다. 지금은 음악이 물리적인 매체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잃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포맷에 음악을 담느냐 하는 문제가 지금 시대의 새로운 게임이다.
250: 해외의 경우에도 무료로 음악을 듣게 하고 그 외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최근의 흐름인 것 같다.
Jinbo: 인터넷은 앞으로도 빠르면 빨라졌지, 느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정도로 스트리밍이 발달하지는 않았는데 금세 대중화됐다. 앞으로 3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각자 서로의 장점에 대해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Aezik: 아이아이아이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나 추구하는 이상이 깊다. 역시 음악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Sailli: 내가 아이아이아이 얘기를 하려고 했다. 배울 점이 많은 동생이다.
-아이아이아이의 나이가 어떻게 되나?
Sailli: 스물 셋?
Jinbo: 스물 둘 아닌가.
Aezik: 스물 둘 맞다.
Jinbo: 하하. 우리가 이렇다.
Sailli: 애이직형은 먹방을 잘한다. 하하 언급한 사람 외에도 수퍼프릭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미래가 기대되는 프로듀서들이다.
250: 컴필레이션 앨범을 진행하면서 내가 프로젝트 마스터? 팀장? 뭐 그런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멤버들의 장점들을 많이 느꼈다. 진보의 경우에는 습관적으로 새로운 것을 좇는 귀가 있다. 워낙 역마살이 낀 친구라서. 하하. 애이직의 음악은 터프하고 정직하다. 그리고 사일리는 내가 예전에 같이 술마시다가 “너의 음악은 이혼녀와 여중생이 좋아할 거 같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음악은 묘하고 우수에 잠긴 듯한 매력이 있다. 아이아이아이는 영리하고 똑똑하게 음악을 하는 친구다. 그리고 비앙은 마치 야생동물같다. 사람 자체도 그렇고 음악에서 야생성이 꿈틀거린다. 뷰티풀 디스코는 한 장르를 굉장히 깊게 판 친구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를 보면서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레어버쓰 덕분에 여자가슴을 하루에 한 번씩 보는 것 같다. 그는 아트웍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충분하고 그것을 자기 색으로 풀어낼 줄 안다.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모험심도 있다.
Jinbo: 레어버쓰는 일단 작업 속도가 매우 빠르다.
250: 당장 현업에 뛰어들어도 데드라인이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친구다.
Jinbo: 되게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성실함을 이미 갖추고 있다.
-형들의 극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Rarebirth: 나는 쌓아두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얘기가 나왔을 때 바로 풀어버려야 직성이 풀린다.
Jinbo: 변이 쌓이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칭찬타임에서 250 얘기가 빠졌다. 그는 음악의 완성도, 효과, 믹싱등의 다방면에서 정통해있다. 음악을 들으면 마치 머릿속에서 미디어플레이어 비주얼라이저가 그려지는 것처럼 뇌에 바로 효과가 오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의 음악은 속된말로 ‘만렙’을 찍었다. 친구사이라 이런 이야기를 하기 창피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말한다. 지금 ‘그분’이 왔으니 빨리 아무거나 내라고. 250은 지금 수준이 올라와있으니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 뮤지션으로서 상당히 좋은 때다. 사일리는 흡수력이 좋고 비앙은 브라질 닭같은 야생성이 있다. 애이직은 터프하고 아이아이아이는 어린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노련하다. 뷰티풀 디스코는 너무 착해서 탈이다. 그는 착한사람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착하고, 여리고, 감성적이다. 요새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드물지 않나. 심지어 음악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기가 세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제작자로 봤을 때 이런 친구들은 인큐베이터를 마련해놓고 키워주고 싶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화초는 비닐하우스를 마련해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장려해야 한다. 독한 사람들만 살아남는 세상이라 그런 사람들은 보호가 필요하다. 뷰티풀 디스코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지 않나. 힙합도 요샌 악마주의, 일루미나티, 암흑의 끝에서 온 것 같은 음악들이 각광을 받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착한 음악이 더욱 레어(Rare)한 맛이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아름다움, 서정성을 끌어낼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당신들을 이끌고 있는 진보는 어떤 사람인가.
Aezik: 진보 형이 처음 우리를 봤을 때, 음악의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원하는 각각의 감성을 우리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50: 일단 좋은 비트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오려면 좋은 프로듀서, 음악을 돋보이게 해 줄 좋은 아트웍 아티스트, 그리고 홍보를 도와줄 매니저 팀이 있어야하는데 사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제일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요구 조건들이 이미 다 갖춰져 있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진보를 보고 모인 사람들이다.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편하게 결속이 되었고 모두가 같은 눈높이로 지내고 있다. 기한을 정하고 곡을 받아서 선별하는 일은 내가 맡았었는데 사실 몇 명의 친구들은 아예 몰랐다. 뷰티풀 디스코도 내가 잘 모르던 친구였는데 7,80곡을 보내더라. “이렇게 음악에 열정이 있는 친구들이 진보를 중심으로 모여서 다 같이 술도 마시고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괜시리 벅차올랐다. 오히려 나는 수퍼프릭의 공동체로서의 성격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컴필레이션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수퍼프릭 레코즈에게 ‘Superfreak’은 어떤 의미인가?
250: 나만 특별하고 남들은 평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린 독특하고 특별한 놈들끼리 모이자고 해서 생겨난 집단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괴팍함 또는 특별함이 있으니 이것을 끄집어내서 표출하자는 의미에 가깝다. “당신도 알고 보면 조금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뭐 이런 느낌?
Aezik: 일반 회사에서 생활을 해보니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 영상과 음악을 비롯해 다방면의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는데 회사생활을 하면서부터 삶이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돈이라는 물질적인 조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시 회사를 나와서 음악을 하면서 나를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내가 ‘Superfreak’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Jinbo: 힙 맨(Hip-man)이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Rarebirth: 하하. 내가 ‘Freak’하다고 내세울만한 부분은 사회의 문제나 병폐를 꼬집고 싶은 내 안의 표현 욕구들을 이미지화 시키고 그것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설명이 안 되었는데 힙 맨은 또 다른 내 자신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얼터 에고(Alter Ego)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전부터 나는 내 안의 여러 가지 정체성을 분포시켜서 그것을 작품에 표현해보고 싶었다. Hip-Man이라든지, Rarebirth라든지, 또 뭐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개별의 정체성들이 뚜렷한 색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원 맨 크루의 형식으로 ‘나’를 전시해보고 싶다.
Jinbo: 전쟁을 할 수도 있겠지.
250: 하하. 레어버쓰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많이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쟤 지금 위험한 상태다.
Jinbo: 내가 힙 맨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레어버쓰의 극도의 성기에 대한 집착이 정신적으로 나랑 뭔가 유사한 공간에서 자주 만났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하. 사실 레어버쓰를 보면서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성기에 집착을 할까.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의 특별한 집착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지만 사회화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춰두고 있는 에너지를 해방시키자는 수퍼프릭의 기치도 선명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모아서 뭘 해보자고 선동하기 보다는 자연스레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각자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Sailli: 세 곡이 담긴 EP를 낼 생각인데, 이번 주의 Superfreak 파티 이후로 언제 발표할 지 생각 중이다. 영기획(Young,Gifed&Wack)의 그레이(Graye)와도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 그리고 후디(Hoody)의 곡 하나를 리믹스 하고 있다.
Aezik: 나도 지금 후디와 함께 R&B 트랙을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비앙하고도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같이 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 그가 제대하고 나서부터 힙합이라는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함께 본격적인 스케치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
Rarebirth : 저번에 작업한 <Freakloud>의 아트웍이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들어서 그 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별개로 20일에 전시회가 있다. 훌륭한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분들과 함께 겸사겸사 진행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남쪽 지방으로의 여행을 계획 중이다.
250: 3주 전에 “다시 부르기”라는 싱글 앨범을 냈다. 워낙 수록된 곡들이 역사가 깊은 명곡들이라서 길에 뿌리는 전단지를 만드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다. 나는 그 시대의 감성이 우리의 소울(Soul)이라고 생각한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이 나에게 소울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인가? 아니다. 나는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지 않았다. 어설프게 라디오에서 들었던 김완선의 음악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더 향수이고 소울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러한 음악들을 듣고 느꼈던 감정과 감성을 힙합(Hiphop)이나 덥(Dub)과 같은 장르적인 도구를 통해 풀어낼 생각이다. 그리고 레어버쓰에게 “다시 부르기” 아트워크를 의뢰하고 나서 바로 다음날 오후에 네 개의 완성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너무 맘에 들어서 아트워크에서부터 거꾸로 영감을 얻은 음악을 만들 계획이다. 개인 앨범은 생각이 자꾸 바뀌어서 차일피일 미뤄지지만 내년에는 무조건 낼 생각이다.
https://soundcloud.com/250braingrain/ovg2tlfcik71
-생각이 자꾸 바뀌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250: 이번 한 해는 기술적인 연구를 많이 했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쟤네들은 어떻게 저런 사운드를 낼까”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더 이상 기술적으로 궁금한 부분은 없지만, 도리어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들의 음악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내가 해외 아티스트들을 이만큼 잘 따라한다고 해서 나에게 득이 될 것이 뭐가 있겠나. 내 음악을 만들어야지.
-아트워크에서 거꾸로 곡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이 신선하게 들린다.
250: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레어버쓰의 아트워크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저번 컴필레이션 앨범도 개개인의 색깔이 달라서 자칫 중구난방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지만 아트워크가 통일성을 잡아줬다. 정신없을 수도 있었던 앨범이 마치 엑스포에 가는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온라인 싱글을 보면 아트웍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수퍼프릭 레코즈의 앨범들은 폴더별로 아트웍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더라.
Jinbo: CD를 처음 개봉한 다음 속지를 만져보고 사진을 감상하는 일련의 경험을 디지털로 표현하고 싶었다.
-수퍼프릭 레코드의 차후 행보는.
Jinbo: 우리는 로드맵을 짜고 그 것에 맞춰서 방향을 정하지 않을 뿐더러 아직은 그럴 단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지금 짐을 싸고 집을 막 나온 상태다. 누구 한사람이 로드맵을 전부 짜고 계획을 세우다기보다는 다 같이 자연스레 성장을 하면서 함께 계획해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자랄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그 길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고 싶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산다는 건 참 여러모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 것 같다.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비된다. 그래서 나는 나이에 상관없고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자기 잠재력을 쓸데없이 소비하는 일 없이 완벽히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들 안에서 먼저 그런 움직임을 만들고 난 뒤 서서히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만들어가며 자유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싶다.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도 문제되지 않는 그런 삶.
-마지막이다. 인터뷰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250 : 사람들이 우리에게 편하게 컨택을 했으면 한다. “난 베이스를 잘 쳐”, “난 노래를 잘 해”, “난 플롯을 잘 불러” 라고 하는 사람들 모두 수퍼프릭과 뜻을 함께 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실력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여기는 레이블인가요, 크루인가요? 그런 거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목을 바탕으로 뭉친 사람들이다. 지금은 비트메이커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프로듀서 집단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다. 우리와 뭐든지 같이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모두가 연결이 되어서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겠지만 자연스레 엮이고 섞이는 게 인간사 아닌가. 부담 없이 연락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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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ㅣ 최장민 권혁인
텍스트/편집 ㅣ 권혁인
이미지 ㅣ 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