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s 2024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 Rarebirth 인터뷰

반스는 매 시즌 전 세계의 창의적인 아티스트를 조명함과 동시에 특별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는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작년까지 ‘오프 더 월 아트 컬렉션(Off The Wall Art Collectio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는 2024년을 맞이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Asia Artist Collection)’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돌아왔다.

반스의 2024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은 한국의 레어버스(Rarebirth)를 비롯해 중국의 볼린(Bolin), 그리고 싱가폴의 마크 SBTG(Mark SBTG)가 참여, 반스 풋웨어와 어패럴을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트워크를 펼쳐냈다.

이중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레어버스는 오랜 시간 몸담아온 서울의 거리 문화를 바탕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테마로 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케이터의 강한 정신력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 데크맨(Deckman)을 중심으로 각각의 아이템을 디자인했으며, 그에 관한 특별한 스토리텔링 또한 녹여내 더욱 의미 있는 아티스트 컬렉션을 완성했다.

레어버스와 함께한 반스의 2024 반스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그와 직접 만나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내 보았다.


주변에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나.

서울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 레어버스 김주승이다.

레어버스라는 예명은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는지, 닉네임의 유래 또한 궁금하다.

이제는 나조차도 가물가물하다. 아마, 군대에 복무하던 중 쉬는 시간에 노트에 낙서하다가 짓게 된 필명이었다. ‘Rare’라는 영단어는 ‘진귀한’이라는 뜻 말고도 ‘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다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점이 좋았고, 뒤의 ‘Birth’는 내가 아닌 내 작품과 작업을 지칭하고자 붙여 봤다. 두 의미를 더하고 그 해석을 살짝 꼬아 ‘레어버스’라는 닉네임을 지었다.

그렇다면,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본격적인 커리어에 관한 각자의 생각이 전부 다르겠지만, 나는 뮤지션 진보(Jinbo)의 두 번째 정규 앨범 [Fantasy] 디자인을 맡은 게 내 디자인 커리어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디자인 지망생 정도의 포지션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텀블러에 습작을 올려놓는 수준이었지. 팬의 입장으로 한 두 번 만났던 진보가 내 작업물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 앨범의 전반적 그래픽 업무를 맡게 됐다.

매년 반스는 아시아 지역의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을 진행 중이다. 이번 컬렉션은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원래는 재작년 반스에서 오프 더 월 아트 컬렉션 건으로 연락을 줬었다. 당시 맡은 일이 많아 양해를 구했고, 고맙게도 작년에 다시 참여를 요청해 줘 2024년을 위한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컬렉션을 준비하기 전에는 제품 하나 정도가 나오는 작업을 예상했는데, 올해부터는 ‘오프 더 월 아트 컬렉션’에서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으로 이름도 바뀌고 준비할 게 꽤 많아졌더라. 하하. 그래도 전체적으로 컬렉션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컬렉션 작업의 시작부터 릴리즈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나, 협업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이야기해달라.

이번 협업 컬렉션은 2023년에 시작해 1년가량의 전체적인 스케줄을 잡아두고 준비했다. 2024년 SS와 FW 이렇게 총 두 번의 컬렉션이 발매될 예정인데,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사이 한 시즌의 아이템을 작업한 뒤 샘플을 받아보고, 반스와 협의해 수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발전시키는 형태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간 예술과 패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해 왔는데, 스니커를 메인으로 하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기존 작업 방식과도 조금의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 도전하는 작업은 뭐든 재밌다. 이번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 역시 그런 에너지로 즐겁게 진행했다. 반스라는 브랜드, 그리고 스니커 중에서도 올드스쿨을 좋아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올드스쿨 실루엣에 내 모든 걸 담아보자는 욕심도 있었는데, 어쨌든 내가 신고 싶은 스니커를 완성하는 걸 우선으로 삼았다. 컬러웨이도 내가 평소 좋아하는 색을 담았다. 만약, 내가 반스 스토어에서 이 스니커를 봤을 때, 바로 사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그런 상상을 하며 디자인했다.

평소 본인이 느끼는 반스의 이미지는 어떤가, 이번 컬렉션에도 그러한 지점이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반스는 언제나 유스컬처와 공생하는 브랜드이지 않나. 음악, 스케이트보드 등 내가 좋아하는 문화와도 밀접하게 닿아있기에 왠지 모르게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 반스에서 진행한 다양한 이벤트에도 자주 방문했었고. 좋은 기억이 많기에 내 디자인에도 이런 반스의 친근한 이미지가 녹아 있지 않을까.

다양한 뮤지션의 앨범 커버부터 파티 포스터 등 본인의 작업과 음악 또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평소 어떤 음악을 듣고 있나.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게 골고루 듣는다. 최근에는 비교적 신보인 포 텟(Four-Tet)의 앨범 [Three]부터 실버 애플스(Silver apples)의 두 번째 앨범 [Silver apples]도 자주 들었다. 앨범 아트워크 작업을 주로 하니 트렌디한 음악 위주로 찾아 들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과거 음반을 찾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작년 반스 작업을 할 때는 당시 단번에 꽂혀 사 모았던 바이닐을 모아 VISLA FM을 통해 러프한 플레이로 음악을 소개했었는데, 이 링크로 답변을 대체하겠다.

지금껏 수많은 그래픽 작업을 이어 왔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는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작업 중인 내 브랜드 벌스인케이지(BirthinCage)가 아닐까? 메시지 위주의 작업이라 그래픽 외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해 표출하고 싶던 찰나, 내가 좋아하는 한 뮤지션의 앨범에 레어버스로서가 아닌 벌스인케이지의 디자인으로 협업하게 되어 여러 의미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아티스트 컬렉션의 주요 콘셉트는 무엇이었나, 각 아이템의 컬러웨이, 디테일에 관해서도 설명을 좀 부탁한다.

우선 반스라는 브랜드의 DNA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반스가 오랜 시간 지켜온 ‘OFF THE WALL’이라는 슬로건이 있고, 그 의미가 틀을 깨자는 거니까. 이를 바탕으로 한 캠페인이나 메시지가 많으니 그런 걸 컬렉션에 투영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 슬로건의 페르소나로 데크맨(Deckman)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뒤 여기에 성격을 부여했다. 컬러웨이는 스니커와 셔츠 한 종의 주요 컬러를 녹색으로 맞춘 뒤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다소 디테일이 있는 그래픽이다 보니 텍스처를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보는 이가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컬러를 단순화했다.

데크맨’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데크맨이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다. 데크맨을 소개하자면, 이번 아티스트 컬렉션은 ‘스케이트보드’를 큰 테마로 잡아 디자인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스케치를 해보다 러프하게 생긴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캐릭터의 텍스처를 벽돌과 아스팔트로 설정했다. 부서지고 깨질수록 더 단단해지는 성질을 지닌 캐릭터, 그게 바로 데크맨이다.

실제로 주변에 많은 스케이터 친구들이 있지 않나, 이런 게 또 특별한 영감으로 다가왔을 것 같은데.

맞다. 덕분에 데크맨에게도 스케이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투영됐다. 진짜로 그들과 어울리며,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자주 접했으니까. 스케이터는 뭔가 될 때까지 하는 그런 성질이 있지 않나. 하나의 트릭을 성공하기 위해 수백 번 구르고 깨지고, 그렇게 성취한 뒤에 느끼는 쾌감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많은 걸 느낀 것 같다.

협업 컬렉션 디자인을 봤을 때, 현재 전개 중인 본인의 브랜드 ‘BirthInCage’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안 그래도 처음 반스에서 아티스트 컬렉션 제안이 왔을 때 레어버스가 아닌 ‘벌스인케이지’라는 브랜드로 디자인을 해봐도 되는지 물어봤다. 근데, 이게 또 아티스트 컬렉션이라 그런 콘셉트의 작업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 레어버스의 디자인으로 진행하게 됐지. 그때가 또 한창 벌스인케이지를 작업하던 중이라 나도 모르게 디자인을 녹여낸 점이 없지 않아 있다. 마침 ‘Off The Wall’이라는 슬로건과 벌스인케이지가 전하는 메시지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은 묻어나는 부분이 있을 거다. 그래도 아티스트 컬렉션에 맞춰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스터 에그처럼 살짝 숨겨 놓은 디자인도 있으니 궁금한 이들은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컬렉션을 디자인하며 벌어진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아, 진짜 바보 같은 실수를 하나 했다. 컬렉션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 반스에서 이번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에 삽입할 태그 디자인을 보내줬다. 이건 아티스트 컬렉션이고, 내 아티스트 네임이 레어버스니 태그에 레어버스를 적었어야 했는데, 난 진짜 서명을 해야 하는 줄 알고, 평소 사인할 때 쓰는 내 본명을 적어내 버렸다. 하하. 뭐 어쨌든 레어버스 또한 김주승이니까, 별 상관은 없는데,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은 실수였지.

올 하반기에 발매하는 아시아 아트 컬렉션에 관한 힌트를 좀 줄 수 있을까?

아티스트로 참여한 만큼, 내 다채로운 작업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번 SS 컬렉션이 레어버스의 다양한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작업이라면, 하반기에 발매하는 FW 컬렉션에서는 조금 더 정돈된 느낌의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반스에서 또 새롭게 선보이는 풋웨어 실루엣을 바탕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아마,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스니커일 텐데,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레어버스의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주변 친구들이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SS 컬렉션에 이어 앞서 말한 FW 컬렉션 또한 기대해 달라.

Vans Korea 공식 웹사이트


Editor | 오욱석
Photography | 유지민


Powered by Vans Korea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