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과 동시에 독립, 어느덧 부모님과 떨어져 산 시간이 꽤 되었다.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있다면, 집을 나서는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인 아버지의 신발이다. 검정 구두 옆 투박한 흰 나이키(Nike) 운동화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테니스화인지 러닝화인지 모를 디자인의 그 운동화는 세월을 빗겨나간 것처럼 꾸준히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 모델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알 수 없을 그 운동화가 퍽 궁금해 언젠가 나이키 스토어를 뒤져보기도 했지만, 그 비슷한 모델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과연, 아버지는 이 비밀스러운 신발을 어디서 어떻게 사는 걸까. 이 세상 어딘가에 아버지를 위한 신발만을 판매하는 운동화 매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상한 의문이 들 무렵, 인스타그램에서 아주 흥미로운 계정을 발견했다. 그 이름부터 @dadshoes_인 이 계정은 그야말로 아버지 운동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흰색과 디테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디자인의 스포츠 브랜드 스니커와 그것을 착용하고 있는 이 세상의 아버지만을 올리는 계정으로 이게 비단 우리 아버지만의 일은 아니라는 오묘한 동질감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게시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니커 역시 알 수 없는 모델명의 나이키 스우시가 커다랗게 삽입된 흰색 운동화, 이쯤 되면 모델명 자체를 ‘대드 슈즈’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날, 아버지가 플라이니트(Flyknit)나 부스트(Boost) 솔 같은 최신 기능을 장착한 스니커를 착용한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 장면이 퍽 어색하지 않을 것도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시중에 발매하고 있는 최신 스니커를 선물해보는 일은 어떨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새롭게 펼쳐진 스니커 신(Scene)에 감격 후 깊이 빠져드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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