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말미를 장식하는 나이키(Nike)의 커다란 이벤트 배틀 포스(Battle Force)가 어김없이 돌아왔다. 전 세계 스니커 게임에 불을 지핀 스니커 에어 포스 1(Air Force 1)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배틀 포스는 패션과 예술 스포츠를 동시에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발 빠른 움직임으로 국내 스트리트웨어 신(Scene)을 견인하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LMC(Lost Management Cities)와 한국 여성 스트리트웨어의 대표주자 미스치프(MISCHIEF)가 참여한 2018 배틀 포스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LMC와 미스치프의 정체성을 담아낸 에어 포스 1 커스텀 모델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작년 큰 호응을 끌어낸 스타일링 쇼까지 준비해 그 완성도를 더했다. 과연 이들이 재해석한 에어 포스 1 커스텀은 어떤 모습일지. VISLA는 LMC와 미스치프, 두 브랜드의 디렉터와 배틀 포스 커스텀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LMC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태훈: LMC라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과 디자인을 맡고 있다.
김대현: LMC의 총괄 MD 김대현이다.
작년 에어 포스 1 이벤트에 이어 올해도 나이키 에어 포스 1 커스텀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번 커스텀 스니커와의 차별점이라면?
김태훈: 작년 에어 포스 1 커스텀에 터프한 워싱과 데미지를 줬다면, 이번에는 해체주의에 초점을 맞춰 해체와 조합을 중점으로 한 컷 오프 테크닉에 집중했다.
김대현: 커스텀 에어 포스 1을 구성하는 각 파츠의 탈부착을 가능하게 해서 오리지널 폼을 유지하면서도 본인 취향에 따라 바꿔 신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번 배틀 포스 이벤트의 스타일링 쇼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김대현: 이번 스타일링 쇼는 총 10명의 인플루언서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음악은 구스범스(Goosebumps)라는 프로듀서가 맡았으며, 이와 함께 가벼운 퍼포먼스 또한 구상 중이다.
LMC의 색을 이번 배틀 포스 커스텀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궁금하다.
김태훈: 지금 패션 동향에 맞춰 관객이 느끼는 임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중 해체주의적으로 접근한 이유는 무엇보다 지금의 패션 트렌드를 끌고 가고 싶었고, 더불어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게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최대한 일상생활에서 착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번 커스텀 스니커를 설명하자면.
김태훈: 이 스니커는 커스텀 스니커를 양산하기 위한 샘플 단계 에어 포스 1이다. 신발 두 족을 완전히 분해해 한 족을 제작하는 거다. 에어 포스 1을 이루는 파츠를 잘라 기존 완성품에 접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파츠를 재봉이 아닌 슈레이스만으로 고정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스니커 텅의 스우쉬 탭 컬러는 에어 포스 1 안감의 컬러에 착안해 색상을 맞췄다. 파츠를 제작하며 나오는 부수 재료를 스니커 뒤축으로 이동시켰고, 스니커 내부의 사이즈 탭을 외부에 부착했다.
이와 함께 본래 나이키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행택을 별도 제작해 스니커 한쪽에 장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각 커스텀 에어 포스 1 수량에 맞춰 넘버링 텍스트를 레이저 각인을 새겼으며, 슈레이스는 스노우 화이트 컬러가 아닌 오프 화이트 컬러와 블랙 컬러를 사용했다. 마지막 디테일로 LMC 의류에 사용하는 직조 포인트 라벨을 인솔에 부착해 LMC의 정체성을 심었다.
별도로 제작한 나이키 x LMC 커스텀 의류가 눈에 띈다.
김태훈: 당일 배틀 포스 이벤트에 참여하는 스태프를 위해 제작한 제품이다. 작년 행사에도 비슷한 의류을 제작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디자인을 선보인다. 최근 패션 동향이 옷에 직설적인 문구를 많이 프린트하지 않나. 이러한 유행에 맞춰 부틀렉, 쇼피스, 프렌드 & 패밀리라는 직접적인 문구를 새겼다. 또한 커스텀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점에 착안해 핸드 메이드 무드의 폰트와 이미지를 사용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LMC와 에어 포스 1의 공통점이라면?
김태훈: 스트리트 컬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는 것 같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과거 선보이지 않았던 행보를 최근 나이키가 많이 보여주고 있다. LMC 또한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커스텀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껏 많은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에어 포스 1을 토대로 협업을 진행했다. 그중 흥미롭게 본 협업이 있다면?
김태훈: 가장 최근 진행한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의 협업인 더 텐(The Ten) 시리즈가 떠오른다. 우리 역시 그 스니커의 아트 피스가 영감으로 다가왔다. 아크로님(Acronym)과의 협업 또한 매회 굉장히 인상적이다. 아크로님에서 나오는 의류와 어우러지면서도 나이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가 담겨있고, 기존 의류와 위화감 없이 좋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인상적이다.
에어 포스 1에 얽힌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
김태훈: 어린 시절 친누나가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 누나가 물려준 에어 포스 1 미드가 나의 첫 에어 포스 1이었다. 하얀색 갑피에 빨간색 주얼 스우시가 삽입된 모델이었는데, 그 에어 포스 1 덕분에 친구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에어 포스 1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태훈: 인터넷 검색창에 커스터마이즈라는 키워드만 쳐도 개인이 작업한 수많은 결과물이 나온다. 공식, 비공식 협업 커스텀 제품을 보고 있자면 에어 포스 1의 범용성에 놀라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신발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그것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해 이런저런 개발을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느낀다.
스니커 브랜드와 협업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는가.
김태훈: 그 브랜드 본연이 가진 정체성을 공부한다. 그걸 알아야 중심을 잃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브랜드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고 그 브랜드와 LMC가 어떤 포인트를 가지고 융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다. 협업의 의미는 기존에 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장이라고 생각해서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근래 커스텀 문화가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다.
김태훈: 개인적으로 아티스트의 오피셜 라인으로 나오는 커스텀부터 일반인의 커스텀까지 많은 커스텀 작품을 보고 있다. 커스텀이 워낙 활성화되다 보니 그런 것을 피해 작업하기 힘들었다. 워낙 방대한 작업물이 나오니 그런 흐름 자체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번 스타일링 쇼에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코드가 담겨있지 않나.
김태훈: 사실 그런 컷앤소(Cut & Saw) 작업은 이전에도 LMC를 통해 진행한 적 있다. 지금 스타일링 쇼를 조거쉬(Joegush)라는 아티스트와 준비 중인데, 2016년 즈음 그 친구를 알게 되어서 LMC 의류를 분해하고 재조합하고 접목하며 새로운 옷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제품이 나오는 게 재미있더라. 이렇게 자르고 붙이는 방식을 런웨이에서도 보여주면 재미있는 매칭이 되지 않을까 해서 한 번 더 진행하게 되었다. 기존 LMC 의류를 생각하는 소비자의 예상을 깨고 나이키 의류과 접목해 제작한, 나조차 상상하지 못한 조합의 옷이 나오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행사장에 오는 관객 역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시간과 돈의 제약이 없다면 어떤 커스텀을 해보고 싶은가?
김태훈: 시간과 돈의 제약보다는 기성품에 커스텀을 하다 보니 한계와 제약이 많다. 새로운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방식에 제약이 없다면, 우리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더욱 자유롭게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MISCHIEF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지윤, 서지은: 미스치프 디렉터 정지윤, 서지은이다.
어떤 계기로 나이키 배틀 포스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나.
서지은: 작년 겨울부터 나이키와 여러 작업을 진행했다. 에어 포스 1 이벤트 역시 나이키에서 매년 진행하는 대표적인 이벤트이지 않나. 이번 배틀 포스 이벤트 전 ‘FORCE CHIEF’ 프로젝트로 나이키와 미스치프가 선정한 열 명의 여성 아티스트와 디렉터에게 커스텀 스니커 시딩을 진행했는데, 그 연장선으로 배틀 포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성을 대표하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미스치프와 나이키 에어 포스 1의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
서지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이키와 미스치프가 함께 정한 슬로건이 바로 ‘FORCE CHIEF’다. 미스치프와 나이키 모두 여성의 강인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노력한다. 우리 또한 여성복 브랜드이다 보니 멋진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나이키 역시 여성 라인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보니 서로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이번 배틀 포스 이벤트의 스타일링 쇼는 어떤 테마로 진행되는가.
서지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 역시 나이키의 여러 의류, 스니커를 자주 착용하는데, 평소 우리가 착용하는 미스치프만의 나이키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에어 포스 1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지윤: 초등학교 5학년 때 흰색에 빨간색 스우쉬가 있는 에어 포스 1 모델을 너무 가지고 싶었다. 결국 부모님에게 졸라 첫 에어 포스 1을 구매했던 추억이 있다.
서지은: 나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에어 포스 1을 구매했다. 당시 신발 사이즈가 225였는데, 한창 힙합 스타일로 옷을 입는 게 유행할 때라 260 사이즈 에어 포스 1을 샀지.
이번 에어 포스 1 커스텀 프로젝트에 묘카하라(Myokahara)라는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나.
서지은: 묘카하라와는 이번 미스치프 라이브 룩북의 모델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라이브 룩북 쇼를 준비하며 그녀가 순수미술을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스타일과 작업물을 보니 미스치프의 성격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에어 포스 1 커스텀을 구상하며 큐빅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내던 차에 자연스레 묘카하라가 떠올랐다.
작업을 진행하며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서지은: 배틀 포스를 준비하기 전 아까 언급한 ‘FORCE CHIEF’ 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급박하게 진행되어서 프로젝트를 상의할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우리가 처음 구상한 아이디어를 묘카하라도 좋아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소 본인 스타일의 커스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평소에도 신을 수 있도록 웨어러블한 디자인의 커스텀 스니커를 완성했고, 묘카하라만의 유니크한 디자인과 미스치프의 아이덴티티를 절충해 재미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미스치프가 선정한 여성 아티스트, 디렉터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지윤: 우리와 평소 많은 작업을 했던 친구들을 중심이 되었다. 미스치프 브랜드 색깔도 잘 어울리며, 나이키가 추구하는 ‘Force is Female’이라는 슬로건을 중점으로 선정했다.
한국에서도 점차 커스텀 문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커스텀 문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정지윤: 요즘에는 워낙 바빠 커스텀 작업을 자주 못 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는 신발부터 시작해 여러 프로덕트를 커스텀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된다.
서지은: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처음 미스치프라는 브랜드를 낼 때 가방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일종의 커스텀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때문에 디자인도 단 하나밖에 없었다. 어릴 때도 빈티지 제품을 좋아해서 내 옷도 리폼해서 입었기 때문에 커스텀 작업을 하는 사람을 보면 동질감이 들고, 그 결과물에도 매력을 느낀다.
에어 포스 1 모델 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있다면.
정지윤: 이번에 새로 나온 에어 포스 1 세이지 로우 모델이 좋더라. 높은 굽이 마음에 든다.
서지은: 원래 올백 에어 포스 1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번 핑크색 에어 포스 1 세이지 로우 모델의 톤 다운된 컬러와 높은 아웃솔, 실루엣이 좋아 최근 즐겨 신는다.
이번 배틀 포스 행사에서 미스치프는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서지은: 배틀 포스 이벤트에서 미스치프가 가장 비중 있게 준비하는 파트는 스타일링 쇼다. 작년에 이어 LMC와 함께 배틀을 진행한다. 시딩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는 아트 피스는 아티스트 묘카하라가 맡았다. 배틀 포스 이벤트에 방문하는 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나이키와 LMC, 미스치프가 함께 준비하고 있다.
DIY 섹션을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서지은: 미스치프 같은 경우는 시딩 프로젝트 때문에 우선적으로 스니커를 공개했고, 반응이 엄청 좋았다. 구매 문의가 많이 들어와 시딩 제품과 똑같이 만들 수 있게 준비하고 싶었지만 예산의 한계에 부딪혔고, 대신 최대한 비슷한 풍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작년에 진행했던 것처럼 워터 스티커와 스텐실을 준비해 자신만의 포스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인터뷰 │ 오욱석
사진 │ 고지원
영상 │ 96WAVE
제작 │ VIS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