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가 우리와 함께 소셜 미디어 문화를 영위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게시물로 SNS 공간을 채워나갈까? 작품에 영감을 주는 이미지로 느낌 있게 피드를 관리하거나 예술 영역 외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을 꺼린 나머지 프라이빗 계정을 운영하지 않을까. 혹은 각계 예술계 지인과 교류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활약 중일 지도.
2020년부터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이 장 필립델롬(Jean-Philippe Delhomme)과 함께 예술계에 걸작을 남긴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상상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프로젝트는 장 필립델롬이 작년 8월에 출판한 책 ‘ARTISTS’ INSTAGRAMS’의 연장선이다.
그가 상상한 각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은 작품과 작가의 특징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불안하고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통찰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는 우울한 성품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10여 년간 동일한 대상을 수차례 작업하고도 결국 마음에 들지 않아 대부분을 파괴해버리는 일을 반복했다. 장은 이러한 점을 패러디해 그가 인스타그램에서도 “매일 밤 나는 내 게시물을 삭제하고 다시 시작한다”라는 글을 남기지 않을까 예상했다. 또한 몬드리안(Mondriaan)은 특유의 기법을 살려 제작한 이케아와의 협업 가구를 홍보하고, 파노라마 사진처럼 가로로 긴 화폭에 여러 구도로 발레리나를 담아낸 에드가 드가(Edgar Degas)는 그림이 매우 길기 때문에 스와이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이처럼 그 상상력과 설정은 꽤 디테일한데, 과거 어울려 다닌 작가 그룹은 댓글로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장 필립델롬은 예술가를 진지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진 요즘, 그들도 다른 이처럼 똑같이 인스타그램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주 월요일, 매회 새로운 아티스트의 가상 인스타그램을 게시한다. 이제는 우리의 시각 문화에 깊이 스며든 인스타그램으로 대가의 성격을 파악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