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지난해 9월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절도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었다. 절도 품목은 다름 아닌 뱅크시(Banksy)의 벽화.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체포한 용의자는 일련의 위반 행위로 전과 기록이 있는 30대 남성 두 명이다. 해당 벽화에는 도난 방지를 위해 강화 유리 덮개가 장착되어 있었음에도 이미 한차례 강도가 적발된 적 있으며, 이어서 9월 1일과 2일 사이 새벽에 사건이 발생했다. 톱으로 작품을 절단하는 소음에 깨어난 인근 주민들은 현장을 목격했지만, 당당하게 노란 조끼를 입고 트럭을 가져와 합법적인 노동자로 위장한 그들을 미처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리에서 뱅크시의 벽화가 도난당한 일은 바타클랑(Bataclan) 공연장 비상문에 이어 두 번째다. 퐁피두센터 근처 주차 표지판 뒷면에 자리했던 도난 작품은 2018년 뱅크시가 파리를 방문해 남긴 8종의 그림 중 하나인데, 그가 인스타그램에 이를 공개하면서 파리 최초 거리 예술가 중 한 명인 블릭르하(Blek le Rat)에게 영감을 받아 파리를 현대 스텐실 예술의 본거지라고 칭해 의미를 더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을 수색해 뱅크시의 작업과 유사한 작품을 다수 발견했지만 그 진위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쥐” 작품은 아직 발견되지않아 용의자가 실제 도난의 가해자인지 판단하는 데 수사의 중점을 둘 예정이다. 도난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파리에서 용의자를 보다 쉽게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으로 법적 불만을 제기한 퐁피두 센터 덕분이 아닐까. 사실상 불법인 벽화를 도난당한 일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이 우스운 상황이지만, 이번 사건은 독보적인 행보를 거듭해온 뱅크시의 그래피티이자 ‘작품’이기에 한 번 더 생각해볼 법한 일. 뱅크시가 아직 누군지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그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며 이번 사건의 전말을 함께 지켜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