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사진 등을 오려 붙여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콜라주 기법은 근대 미술의 혁신과도 같았다. 고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이 작업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 지금 널리 쓰이는 ‘합성’이라는 기술의 어머니쯤 되는 셈이다. 작가 개인의 기술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고유한 창의성이 아닐까. 나이키 에어 맥(Nike Air Mag)이 사이버틱한 여우 머리로 재탄생된 모습은 약간의 생경함과 함께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게 한다.
필퓨리(FILFURY)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필 롭슨(Phil Robson)은 이러한 콜라주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사물, 특히 신발을 이용해 전혀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소문난 스니커 마니아인 필퓨리는 다각도로 촬영한 사물을 조합해 동물과 곤충, 심지어 총까지 표현한다. 그의 작업 방식은 단순하다. 먼저 새로운 스니커가 나오면 구입하고 ‘이것이 베레타라면 더 멋질 텐데.’, ‘이건 박쥐와 닮았네.’ 따위의 생각을 거친 뒤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작업의 주요 도구는 스케치북과 카메라, 포토샵으로. 이러한 몇 가지 툴만을 사용해 자신의 상상을 능숙하게 옮겨낸다.
신발의 컬러, 실루엣, 텍스처까지 고려해 만들어낸 작품에서는 그 완성에 있어 필퓨리 본인의 신중한 선택이 엿보인다. 아디다스(Adidas)에서 발매한 스니커 패턴이 적용된 딱정벌레와 거미의 모습은 실제 아마존 우림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이키 에어맥스(Nike Air Max)로 구현한 우지(Uzi)와 베레타(Beretta)는 또 얼마나 섹시한가.
필퓨리의 개인 웹사이트에서는 위 소개한 스니커 아트 이외의 다양한 아트워크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작품에 기반을 둔 프로덕트 역시 판매 중이다. 익숙한 것들이 주는 낯선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면 아래의 링크를 눌러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