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초상부터 렉이 걸린 듯한 고양이의 이미지까지, 독특한 질감의 일러스트로 눈길을 사로잡은 작가가 있으니 바로 롤라 듀프레(Lola Dupre)다. 현재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를 베이스로 하는 콜라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의 작업물은 20세기 초 다다이즘(Dadaism) 운동부터 현대의 디지털 화면상에 나타나는 조작법까지 골고루 영향받았다. 오직 종이와 가위만으로 완성한 작품은 초현실적인 심상을 부여하며, 각기 다른 색의 종이를 자르고 레이어링하는 과정은 깊이와 운동성을 불어넣는다. 롤라 듀프레는 이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 경험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학업을 어려서 중단한 듀프레는 대신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나라와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미술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학력 수준은 다소 낮다”고 고백하지만, 항상 읽는 것을 좋아했으며 직접적인 경험과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을 선호했다고. 또한 작업물에서는 항상 섬세한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보통 가장 ‘왜곡된’ 부분이라고 한다. 작품의 제작에 있어 가장 명상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며,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업마다 때로는 하루,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릴 만큼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전통적인 테크닉과 디지털 도구의 융합을 통해 작업하는 작가는 빅토리아 시대와 아르누보(Art Nouveau)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본격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하고 지난 10년 동안은 TIME 매거진, 펭귄 클래식의 표지, 나이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곳과 협업을 진행해 왔다고. 특히 유명인의 초상에 대해서는 “팝아트라고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는 모든 예술 작품에 영감을 주는 수많은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각자는 하나의 관점만 알고 있지만 사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개별적인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반적인 시각적 커뮤니케이션과 탐험, 동물의 초상화, 패션, 기술을 넘어, 아름다운 모든 것에 관심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작업을 눈여겨보게 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그 특유의 질감 때문일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는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알아채기 어려운데, 그렇기에 온전히 종이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랍다. 알맞은 색의 종이를 하나하나 찾고 오려서 원하는 형태로 알맞게 붙여가는 과정은 노동집약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결과물로써는 디지털의 미감이 풍기기도 하지만 작업 과정은 아날로그에 훨씬 가깝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을 쌓고 온전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나 발전 가능성을 걸어볼 만하니 , 앞으로 그의 작업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