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뉴욕의 KGB 스파이 뮤지엄(KGB Espionage Museum)이 냉전시대 당시 소련 스파이 요원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스파이 장비 컬렉션을 줄리언스 옥션(Julien ‘s Auctions) 경매에 부쳤다. 이번 경매는 스파이 장비가 경매에 오른 이래 세계 최대의 규모로, 박물관의 소속 큐레이터 줄리어스 얼바이티스(Julius Urbaitis)가 30년간 리투아니아를 기반으로 수집해온 약 400여 개의 품목을 포함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장비로는 담배가 있다. 모든 곳에서 흡연이 가능했던 소비에트 시대의 특성상 카메라가 내장된 담배를 통해 요원들은 지하철, 버스, 식당, 거리, 병원 등에서 비교적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담뱃갑의 측면에 숨겨진 카메라는 담배를 위로 올리면 셔터가 올라가고 담배를 뒤로 밀면 사진이 촬영되는 방식으로 작동했으며, 담뱃갑 내에는 실제 담배를 꺼낼 수 있도록 공간이 남아 있어 의심을 살 만한 표적이 있을 경우 요원은 의연하게 담배를 꺼내어 위장할 수 있었다. 그중 특히 말보로에는 당시의 최신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되었는데, 카메라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의 담배, 손전등, 노트북 및 여성용 화장품 상자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에도 해당 위장술이 똑같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컬렉션은 러시아 스파이의 모스 부호를 해독할 수 있는 ‘Fialka’ 머신, 자살해야 할 경우를 대비한 독으로 가득 찬 가짜 치아 등 다양한 품목을 구성해 세계 2차 대전 이후 러시아와 미국 양국의 치열한 견제로 벌어진 스파이 공방에 관한 생경한 감각을 전한다. 그 가격도 천차만별로 형성되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면 각각의 품목과 그 품목의 실사용기를 살펴보며 스파이 역사의 산 증거를 돌아보는 일도 꽤 재미있겠다.
이미지 출처 | KGB Espionage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