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ltures] 합작 앨범과 브랜드 이지(YEEZY)의 전 제품 20달러 발매로 신(Scene)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 예(Ye). 테슬라(Tesla), 스페이스 X(Space X)의 CEO이자 21세기 가장 유명한 경영인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Elon Musk).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이 되는 두 주인공이 20년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 영상이 있다면?

영상 속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일론 머스크와 로켓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로켓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의 양, 기술자의 수를 얘기하며 일론 머스크는 로켓을 만드는 게 꽤나 어려운 과학적 도전이라 말하지만, 칸예 웨스트는 그의 주장에 웃고, 반박하며, 우주선에 관한 노래를 부른다. 방금 자신이 작곡했다는 말을 덧붙이며.

어떻게 흘러갈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운 둘의 대화. 실없는 소리가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예술가와 과학적인 혁명을 꿈꾸는 사업가의 토론 같기도 하다. 칸예 웨스트가 일론 머스크의 답변에 불만족스러워하고 조언을 하는데, 그걸 들은 일론 머스크가 점점 당황해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두 출연자의 반응과 대화 방식이 자연스러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을 수 있지만, 사실 이 영상은 두 인물이 다른 시기에 인터뷰했던 영상을 편집해 만든 영상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 프로그램인 찰리 로즈(Charlie Rose) 인터뷰 쇼에서 2005년에 진행한 칸예 웨스트 인터뷰와 2009년에 진행된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를 가지고 대화와 리액션을 편집해 하나의 인터뷰로 재창작한 것.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의 토크쇼를 콘셉트로 하는 영상 “THE TALK”. 앞서 소개한 칸예 웨스트와 일론 머스크와의 만남 외에도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조나 힐(Jonah Hill)과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래퍼 제이지(JAY Z)와 SNL 배우로 유명한 윌 페렐(Will Ferrell), 인디 록 싱어송라이터 맥 드마르코(Mac DeMarco)와 80년대 메탈신을 대표했던 록 보컬리스트 브루스 디킨슨(Bruce Dickinson) 등 다양한 유명인들의 기묘한 만남이 채널 속에서 꾸준히 이어진다.

절묘한 타이밍에 나오는 대사에 AI 기술을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THE TALK”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조나스 홀러업 헬레(Jonas Hollerup Helle)는 딥페이크와 같은 AI 기술의 윤리적인 문제를 인식해 실제 제작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언급했다. 특히, 인터뷰 내용 자체가 특정 대상을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재창작된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줌과 동시에 새롭고 긍정적인 영감을 던져 줄 것이라 기대하며 이 영상을 제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영상이 제작되고 확산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SNS와 커뮤니티에서 쇼츠 형식으로 끊임없이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이 영상이 가짜라는 언급이 없어 진실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 믿어버리기 때문. 

발칙한 상상력으로 누군가에겐 가짜 영상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누군가에겐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는 “THE TALK”. 편집 기술을 넘어 얼굴과 음성까지 조작할 수 있을만큼 고도로 발달된 AI 기술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과도기적 시기에 “THE TALK”는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주목해보자.

이미지 출처 | THE 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