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물을 둘러싼 상상력의 기원, ‘한국 괴물 백과’

2007년부터 한국의 괴물을 수집해 온 SF 소설가 곽재식. 그는 ‘게렉터’(gerecter)라는 필명으로 한국의 괴물을 채집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 왔다. 그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 조사 겸 시작한 일이었기에, 부담감이나 사명감은 없었다. 사극이나 영화를 통해 알려진 모습이 아니라, 단지 ‘진짜’ 옛날 사람들이 남긴 ‘진짜’ 옛날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자신 같은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것 정도였다. 그의 염원이 닿은 것일까. 그사이에 그의 블로그는 민속학 연구자, 소설가, 게임 및 웹툰 시나리오 작가,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학생 등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면서 암암리에 ‘온라인 괴물 소굴’로 알려져 왔다.

이런 노력과 집념으로 한국의 괴물을 모아낸 ‘한국 괴물 백과’의 개정판이 최근 출간되었다. 초판 출간 이후 5년여 만에 나온 이번 개정판은 자의적 해석과 감상을 배제하고 꼼꼼한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만큼 더욱 탄탄해졌으며, 새로 채집한 괴물 38종이 추가되어 총 320종이 수록되고 29종의 괴물 일러스트가 교체되었다. 16년간 쌓아온 그의 괴물 백과사전에는 되살아난 시체, 네발짐승의 형체, 커다란 누에, 사람인 체하는 흰 여우 등등 생김새와 특징이 세밀하게 담겨있다.

비 오는 어둑한 날씨에 다리 하나로 콩콩 뛰어다니는 ‘독각(獨脚)’부터, 밤에 아무도 보지 않을 때 홀로 움직이는 걸어 다니는 산, ‘공주산(公州山)’, 사람 크기의 3분의 1 정도보다 작으며 인간이 큰 재앙을 당할 듯하면 밤에 몰래 나타나 알려주는 백악산야차(白岳山夜叉) 등 실제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한국 괴물 백과를 읽다 보면, 지금도 한국 어디에 숨어있을 괴물들의 모습이 궁금해질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작가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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