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보자를 위한 친절한 지침서 ‘노상관찰학 입문’ 출간

출판사 안그라픽스는 지난해 7월 26일 아카세가와 겐페이(Akasegawa Genpei)의 흥미로운 관찰 작업을 다룬 도서 ‘초예술 토머슨’을 번역 출간한데 이어, 12월 21일 노상관찰의 개념과 실천 그리고 새로운 노상관찰자를 위한 지침이 담긴 ‘노상관찰학 입문’을 출간했다.

‘초예술 토머슨’은 일본 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지만, 부진과 부상으로 조기 퇴단한 용병 게리 토머슨(Gary Thomasson)을 보고 명명한 용어로 ‘기능적인 역할이 없지만 예술적으로 보이는 건축물의 구조’를 지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처럼 어느 곳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더는 계단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계단의 잔해는 완벽한 ‘초예술 토머슨’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제시한 ‘초예술-토머슨’이란 전위예술적 움직임은 수많은 ‘토마스니언’들을 양산해 냈다. 기능이 정지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역설적인 건축물을 찾아다니던 토마스니언들은 그 시선을 확장하여 거리를 거닐며 맨홀, 굴뚝, 간판, 전단, 쓰레기통, 건물 파편처럼 길에 흔하게 널린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예술-토머슨이란 반예술에 대한 움직임은 건축을 넘어 도시의 산책자를 자처하는 일종의 노상관찰이 된 것이다.

1986년 후지모리 데루노부(Terunobu Fujimori), 미나미 신보(Minami Shinbo)는 아카세가와 겐페이와 함께 노상관찰학회를 발족한다. 이들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거리를 산보하며 오로지 관찰하는 눈과 감각을 향한 열린 태도를 통해 일상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책에도 수록되었듯 관찰 대상은 그저 사카이다리 부근 부유물이나 도쿄도 23구 안의 주요 맨홀 뚜껑에 새겨진 마크 모음 같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저 발을 옮기며 도시의 파편들에도 감각을 기울인다면 모든 것은 관찰 대상이 될 수 있다.

출판사 안그라픽스는 ‘노상관찰학 입문’ 구매를 기념하여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두 도서 중 한 권 이상을 구매하면, 한국노상관찰회 비공식 굿즈인 카드형 돋보기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다가올 봄을 기대하며 거리로 발을 옮겨 도시의 틈새에 돋보기를 들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라도 초예술 토머슨을 발견한다면 기록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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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안그라픽스, 위키피디아, 노상관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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