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and Zine #5 D.I.Y. Guide II

‘D.I.Y. Guide’는 일종의 아나키연합이자 언론, 출판사인 ‘Crimethinc’에서 2002년에 펴낸 진(Zine)이다. 크라임싱크는 익명의 집단행동을 위한 분산형 네트워크라고 하는데, 조금 덜 거창하게 말하자면 VISLA 매거진의 아나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저작권을 거부하는 ‘카피레프트’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흥미로운 수십 권의 진과 책들을 펴냈으며 다양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D.I.Y. Guide II’는 2001년 발행된 ‘D.I.Y. Guide’의 속편으로, 전작에서 다루지 못했던 많은 분야를 D.I.Y.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실로 꽤 다양하고 재치 있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어 유튜브 등 영상매체로 접하는 D.I.Y. 가이드와 다른 재미를 준다. 경찰을 상대하기 위한 방패 제작법, 좀도둑질하는 법, 소프트웨어 복제하여 퍼트리기 같은 불온한 내용부터 바느질하기, 혼자서 자동차 오일 교환하기, 독립 서적 출판하기, 채식 시작해 보기, 흑백사진 찍어보기 같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까지. 심지어 옷핀으로 안전하게 셀프 타투하기 코너도 있으니 말 다 한 셈.

독자에게는 다소 황당한 D.I.Y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저자들은 상당히 진지하며, 이런 아나키즘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강력히 이야기하는 맥락은 D.I.Y.인데, 이는 아나키스트가 아닌 많은 평범한 사람들도 도전해 보고자 하는 장르이다. 사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해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자본이 가진 속성 때문이라 여겨진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힘은 분업이며 이를 통해 효율성을 얻게 되지만 구성원들은 자본으로부터 소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불행함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 이 소외에서 벗어나려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D.I.Y.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PDF 파일은 온라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니, 읽어보며 자본에 소외된 마음을 위로받아 보자.

ISBN 없음

Crimethinc 공식 웹사이트
D.I.Y. Guide II 다운로드 페이지


이미지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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