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게이머 활용해 미생물 DNA 구조 밝혀낸 게임 “Borderland 3”

2019년에 출시된 1인칭 슈팅 액션 게임 “보더랜드 3(Borderland 3)”는 우주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판도라 행성에서 고대 외계 문명의 유산인 볼트를 찾아다니는 모험가, 볼트 헌터의 이야기를 다룬 오픈월드 게임이다. 2020년 4월에는, 인게임의 오락기에 상호작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미니 게임 “보더랜드 사이언스”가 업데이트 됐다. 그런데 언뜻 간단한 타일 맞추기처럼 보이는 이 게임이 사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과학 연구에 기여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장내 미생물은 비만, 당뇨병, 염증성 질환, 대사증후군, 천식 등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에 관한 연구는 여러 가지 질병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종류만 4000~1만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컴퓨터로도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더랜드 사이언스는 장내 미생물의 DNA를 4가지 형태의 타일로 형상화하여 인간이 직접 컴퓨터가 해독하기 어려운 짧고 중복되는 유전자 조각을 정렬하게 했다. 인간에게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고문서 속 단어를 입력하게 만들어 고문서를 디지털화하는 ‘리캡차(reCAPTCHA)’와 비슷한 원리인 셈.

이전에도 캐나다 맥길대학교 팀에서 퍼즐 웹사이트 ‘파일로(Phylo)’를 만들어 데이터를 수집하였으나 보더랜드 사이언스는 파일로가 수집한 10년 치 데이터의 5배를 수집했다. 지금까지 약 450만 명이 1억 3500만여 개의 퍼즐을 풀었으며 이를 활용해 맥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제롬 왈디스풀(Jérôme Waldispühl)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의 DNA 구조를 정리하여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하였다. 왈디스풀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이 결과는 그들의 것이기도 하며,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게이머가 학계에 기여한 선례를 남긴 만큼 앞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방대한 게임 플레이 타임이 어떻게 활용될지 지켜보자.

Borderland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Bor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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