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Parasite)”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92nd Academy Awards)에서 각본상, 감독상, 국제 장편영화상 그리고 최고의 작품에 수여되는 작품상까지 쓸어 담았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영화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역사를 남긴 것.
지난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Festival de Cannes) 황금종려상의 이변을 만들어낸 “기생충”은 지난가을부터 수많은 미국의 비평가협회 시상식을 휩쓸었다. 현재 북미 지역 1,000여 개 상영관에서 상영 중. 그야말로 기생충이 북미를 잠식했다.
이번 아카데미 4관왕의 특별한 이유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는 64년 만의 일이기 때문.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생충”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꽤 많이 붙는다. 영화 “로마(Roma)”가 달성하지 못한 비영어권 작품의 작품상 수상, 그것이 한국 영화라는 점 또한 또 하나의 성취이자 101년의 한국 영화사를 통틀어 최초다. 봉준호 감독은 이전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로컬”이라는 쿨한 답변으로 이미 미국 영화계에 충격을 준 바 있는데 권위 높은 미국 백인 중심의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자본과 무관한 아시아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과정은 꽤 드라마틱하다. 국제영화상은 이미 예견되었지만, 당초 작품상과 감독상의 유력했던 작품은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의 영화 “1917”이었다. 또한 작품상의 경쟁 상대들은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의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토드 필립스 (Todd Phillips) 감독의 “조커 (Joker)” 등 쟁쟁한 작품. “
기생충”은 내로라하는 감독의 영화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한편 4차례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잔을 마셨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는 2016년 “레버넌트(The Revenant)”로 힘겹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을 풀었는데, 봉준호 감독은 단 한 번의 노미네이트로 4개의 상을 석권했으니 왠지 웃픈 일.
이제는 고갈되었을 법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 역시 인상적이었다. 국제 장편영화상 수상 후에는 아침까지 술 마실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고, 감독상을 받은 뒤에는 “어릴 적 영화를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며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객석에 있는 그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냈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에게도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그의 유머가 드러난 소감은 “이 트로피를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분위기 메이커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국제 장편영화상 수상 후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는 그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박명훈 배우가 참석했다.
“기생충”이 북미를 넘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분모를 건드리기 때문 아닐까. 영국 BBC 방송의 문화 전문 선임기자 휴 몽고메리(Hugh Montgomery)는 “기생충”이 사회 불평등과 빈부격차라는 이슈를 자본주의 최정점인 미국 한복판에서 제기했다”라고 평했다.
“순전히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찬 이 영화로 여러 나라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가장 가까운 주변에 있는 것을 들여다봤을 때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봉준호 감독 오스카 시상식 백 스테이지 인터뷰 中
봉준호의 작품은 사회의 부조리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내면서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도무지 하나의 장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충격을 준 봉준호의 영화는 독자적인 장르로서 해석된다. 그것이 바로 그가 그리는 디스토피아가 기대되는 이유다.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기생충”은 2월 말, 흑백 버전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기생충(Parasite) 공식 웹사이트
Oscar 공식 웹사이트
Los Angeles Times 공식 유튜브 채널
The Hollywood Reporter 공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