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손이 묘한 편지를 들고는 소녀의 집에 도착하고, 소녀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철골 구조물로 가득한 기계의 심장부로 향한다. 알 수 없는 코드를 부여받은 소녀는 비행 물체를 타고 낯선 공간에 홀로 도착한다. 소녀는 자신을 할머니라고 소개하는 기이한 로봇 휠체어와 시간을 보낸다. 이 로봇 할머니는 그녀를 씻기고, 놀게 하고, 운동 시킨다. 과도하게 친절한 이 고철 덩어리 때문에, 소녀는 겁에 질려 도망 다니지만, 로봇 할머니는 이 소녀를 붙잡고, 그녀를 잠재우기 위해 동화도 읽어준다.
동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절친한 세 친구가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불을 피우고는, 한 친구의 외투를 벗겨 태우고 이윽고 그를 토막 내 태운다. 서로 치고받던 나머지 둘은 끝내 불길에 휩싸여 사라진다’
소녀는 자신의 눈앞에 투사되는 잔혹한 장면에 겁을 먹고 서둘러 도망친다. 로봇 할머니는 소녀를 찾기 위해 쫓아오지만, 어느새 소녀의 진짜 할머니가 나타나 로봇 할머니의 코드를 뽑아버린다.
전 세계 퍼핏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체코의 거장 이지 트릉카(Jiří Trnka) 감독은 이 역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 1962년에 제작된 “The Cybernetic Grandma”는 이지 트릉카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적인 설정과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동화의 이종교배. 영화 “The Cybernetic Grandma”는 공상과학 호러(Sci-Fi Horror)의 기준점 같은 작품이다. 1962년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구축된 사이버펑크 풍의 공간과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60년이 넘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만큼 뛰어나다.
기계화된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잔혹 동화 “The Cybernetic Grandma”가 궁금하다면, 현재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Comeback Company, IMDb, Film at Lincoln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