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노이즈 음악가 최준용과 데빈 디산토(Devin DiSanto)의 노이즈 레코딩 앨범 [Strange Skills]가 발매됐다. 작년 10월 서울 연희동 소재의 목공소 ‘THIRDHAND’에서 진행된 공연을 일본의 실험 음악가 타구 우나미(Taku Unami)가 녹음, 마스터링 한 작업물이다. 해당 음반은 피아노를 해체하고, 포일로 감싸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장난감을 올려놓고 다시 부수는, 일련의 공연을 담았다.
앨범 트랙은 공연의 순서에 따라 나뉜다. 해체하기, 움직이기, 감싸기, 뿌리기 그리고 다시 해체하기. 그리고 트랙의 제목은 곧 공연 행위를 곧이곧대로 따라간다. “Taking Apart a Piano Reel 1”로 시작하는 앨범은 “Wrapping a Piano in Foil and Vibrating the Case”, “Spray, White Noise and a Bowling Ball”을 거쳐 “Taking Apart a Piano Reel 2”로 끝이 난다. 공연-앨범에서 피아노는 최준용과 데빈 디산토의 작업에 따라 둔탁한 둔기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날카롭게 긁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새어 나오는 건반의 소리는 재빨리 드릴 소리, 톱 소리,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에 묻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준용은 1996년 홍철기와 함께 국내 최초의 노이즈 프로젝트 아스트로노이즈(Astronoise)를 결성,그 이후로 지속해서 노이즈, 실험, 즉흥 음악을 연주해 오고 있다. 주로 C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테이프 플레이어, VCR 또는 스피커와 같은 재생 장치를 사용하는 최준용은 재생 기계의 부속들을 이용한 소리로 작업, 이러한 기기들 자체에 내제해 있는 특성을 드러낸다. 또한 통제와 실패로 발생하는 열등한 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그는 즉흥과 작곡을 통한 연주에도 이를 탁월하게 적용한다.
데빈 디산토는 뉴욕에 살면서 주로 소리의 물질적 속성, 특히 소리가 가지는 의미의 복수성을 탐구하는 공연, 행동, 오디오 녹음 등을 해왔다. 그는 물질을 기호화 함으로써 생성되는 왜곡된 효과 그리고 사회와 언어 사이의 미끄러짐에 내재한 가능성을 찾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최준용과 데빈 디산토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카고 예술대학(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공부를 하던 데빈 디산토는 한 실험 음악 공연에서 최준용과 홍철기의 공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후 서울의 실험 음악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서울과 뉴욕을 왕래하며 여러 아티스트들, 지역 음반사, 공연장과 협업을 해왔다.
서울의 아방가르드, 실험 음악을 주목하고 있다면 이번 앨범 또한 놓칠 수 없을 것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방식을 탐구한 해당 음반은 밴드캠프 및 어스트와일(Erstwhile Records)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Erstwhile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