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 / Window – 오욱석, 박진우

거울: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음악. / 음악(거울)으로 동기화되는 개인의 내밀한 여정.

창: 세상을 바라보는 매개로서의 음악. / 음악(창)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본 경험.


Mirror

Busta rhymes – Thank you

오욱석

비즐라 매거진과 함께하고 싶어 글 같지도 않은 글을 보탠 게 2013년, 그리고 올해가 2020년이니 햇수로 8년, 정확히는 7년 동안 이 요상한 집단에서 일하고 있다. 세상에, 7년이라니 비즐라 때문에 20대와 30대의 반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무엇을 위해 이 길고 긴 날을 이 자리에서 보내왔나 생각해봐도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처음 비즐라의 문고리를 두드렸을 때, 그때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내 생활을 견디어 나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7년 전, 내가 27살이었을 때 구(舊) 비즐라 매거진 디렉터, 현(現) 비즐라 매거진 디렉터인 장민이 형을 처음 만났다. 사당역 앞 멋들어진 회색 픽스드 기어 바이크에서 내려 호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할 일없는 대학생이던 난 장민이 형 집에 퍽 자주 놀러 갔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를 꼭 닮은 집이라 갈 때마다 구경할 거리가 가득했다.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을 반영한 옷가지라거나 잡지, 각종 스티커와 브로슈어 등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때기들이 방 구석구석 차 있었다.

소파에 앉아 이러 저러한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노라면, 한창 웹 서핑에 빠져든 장민이 형이 나를 부르곤 했는데, 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열에 아홉은 유튜브를 구경하고 있었다. 대개 뮤직비디오였는데, 그땐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의 “Thank You”가 막 시작되는 참이었다. 장민이 형은 연신 ‘대박’을 외치며, 감상에 몰두했다. 근데, 난 사실 그 음악이 그렇게 좋게 들리지 않았다. 뭐, 음악이라는 게 내밀한 개인의 취향 아니겠나. 아무튼, 그렇게 온종일 여러 영상을 돌려 보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랐다. 그리고서는 슬그머니 유튜브를 켜 집에 도착하는 내내 버스타 라임즈의 음악을 들었다. 갑자기 그 음악이 좋아진 게 아니라 ‘비즐라에서 일하려면, 이런 취향을 가져야 하나?’라는 변변치 못한 의문에서였다.

이제 와 떠올려보면 글로 옮기는 것조차 창피한 일이지만, 당시 비즐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이를 가능케 했으리라……. 그렇다면, 2020년인 지금 “Thank You”가 좀 좋아졌냐고? 아, 당근빠따지, 2013년 겨울 이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다(특히 Q-Tip 파트가 무진장 좋아서 되감아 들을 때도 있다). 이렇듯 그들이 내게 건네는 것을 잘 받아먹기도 하고, 고개를 저으면서 밀어내기도 하다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써봤는데도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도통 모르겠다.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멋진 결과물도 내보고 싶고, 돈 많이 벌어서 남들 사는 좋은 것도 사보고 싶다. 언제인가 현(現) 비즐라 편집장 혁인이 형과 소주를 마시며, 이러한 고민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니까 자기도 비슷하단다. 이럴 수가, 아무래도 우리 모두 큰 함정에 빠진 것 같다.


WINDOW

Jazzy Ivy – Ahwu

박진우

This joint is decated to all my brothers who got my front and my back all day.

인간 정신 속의 수많은 카테고리 중 한 카테고리에는 리얼싵과 현실싵, 두 가지 요소가 사람마다 각각 다른 비율로 구성되어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리얼싵이라는 정신적인 것과 현실싵이라는 물질적인 것, 이 양날의 검 사이에서 각자에 능력에 따라 시소를 타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양날의 검은 모두에게 양날은 아닐 것이다. 얼마전 들은 곡 더콰이엇과 염따의 “벤틀리2”에서 ‘랩과 돈의 간격을 좁힌 놈’이라는 가사가 반복적으로 깔린다. 리얼싵과 현실싵이라는 양날의 검을 하나의 밸런스 좋은 몽둥이로 만들어버렸다는 능력자의 이야기인 거. 또 어떤 능력자는 현실싵을 강하게 부정하고 리얼싵의 정점으로 나아가 결국 예상치 못한 큰 빛을 보기도 한다. 리얼싵 정신으로 가득찬 어떤 사람은 리얼싵 시도를 반복하다 현실적으로 힘들어지면, 갑자기 현실싵맨으로 변신해서 돈을 벌고 그러다 현자타임이 오면 다시 리얼싵맨으로 변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고가는 타입.

도끼 또한 어린 시절 소속되어있던 올블랙의 노래 “부재”의 가사를 보면 리얼싵과 현실싵에 대한 상당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누구 때문에? Realshit 때문에”. 지금은 어디론가 떠나버린, 좋아하는 래퍼 재지아이비(각나그네) 선생님도 리얼싵을 계속 트라이하다 지쳐 떠나버린 게 아닐까. 떠나버린 선생님을 생각하면 나는 리얼싵과 현실싵 어디에 있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어디로 치우치든 별로 상관은 없다. 나는 나대로 나일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삶의 태도는 기차 같아서 안정적으로 턴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휙휙 바꾸면 사고 난다. 변하고 싶다면 방향을 아주 조금씩 틀어야 할 것이다.


*해당 에세이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4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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