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V MUSIC : 등산

3D 그래픽 발달의 큰 특혜를 얻은 요즘의 FPS 슈팅 게임은 실사와 거의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의 그래픽을 제공한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가 한 차례 등장하기까지, 이처럼 현재 다양한 매체가 1인칭 시점, 즉 ‘Point of View(이하 POV)’ 관점에서 콘텐츠를 풀어가지만, 이는 실제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이에 VISLA가 제안하는 ‘POV MUSIC’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활동에 관한 1인칭 영상과 행동에 따른 음악을 함께 제공하는 영상 플레이리스트 시리즈다. 첫 회는 VISLA 에디터 황선웅이 인왕산을 등산하며 앰비언트와 사운드트랙 등의 음악을 감상했다. 이하의 에세이와 트랙리스트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기 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ssay

최근 바이닐로 재발매된 요시무라 히로시의 [Surround]에 꽂혀 이를 남산을 오르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산은 도로가 잘 포장되었지만, 그래도 나무가 꽤 우거진 편입니다. 풍경은 요시무라 히로시의 음악과도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그리곤 상상했죠. ‘앰비언트를 들으며 등산하는 모임이 있다면?’이라고. 함께 등산하는 이들과 어떻게 음악을 공유할 것인지 꽤나 구체적으로 망상을 해봤었는데, 결국은 혼자 등산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제 소심한 성격상으론… 그래도 취향은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달까요?

그 생각의 연장으로 ‘등산용 앰비언트 플레이리스트’라는 뭉뚝한 아이디어가 생겼고 이를 회의 시간에 툭 던졌는데 우리 팀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습니다. 등산가의 1인칭을 액션캠 비디오로 기록하고, 등산가가 실제 산을 오르며 감상한 음악을 영상에 똑같이 입히면 시청자와 매 순간을 함께하고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VISLA FM 서브캠으로 액션캠을 구비해 뒀겠다 마운트만 준비해 곧바로 실행으로 옮겼기면 됐죠. ‘POV Music’은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다만 본래는 등산가를 위한 앰비언트 플레이리스트로 꾸준히 시리즈화 예정이었는데, 산의 풍경은 어디든 초록일 것이고 매번 비슷하고 지루할 것 같아 노선을 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일상과 특정 활동에 관한 1인칭 비디오 플레이리스트로 최대한 시리즈화로 진행 예정입니다.

그 첫 회로 저는 인왕산을 오르며 앰비언트를 들었습니다. 사실 제 일상 중 가장 활동적일 때는 러닝할 때인데, 등산과 앰비언트가 이 시리즈의 발상이었기에 오전 8시에 등산을 하며 앰비언트를 들었습니다. 20곡을 선곡했지만, 인왕산 정상까지 40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결국은 9곡만 들었어요. 재생되지 못한 곡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편히 문의하시면 친절히 답변드리겠습니다.

비트레스의 선형적인 음악을 고르고 보니 물과 연관된 음악이 대부분입니다만 이 또한 등산이라는 활동에 적합했음을 직접 체험하여 보증합니다. 자욱한 아침 안개가 바다를 연상시키기도 했고요. 다른 곡들과 달리 마지막 곡인 “山上のやすらぎ”는 반드시 산 정상에서 들어보고 싶었던 기억이 있어서 정상에 가까워질 때쯤에 냅다 틀었습니다. 이른 오전의 도시 전경과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감상하니 너무 감동적이라 코끝이 시큰, 눈가가 촉촉해졌었습니다…


Tracklist

  1. Hiroshi Yoshimura – Something Blue
  2. Andras Fox – Overworld
  3. Vincent Diamante – Lazy Daydream
  4. Takashi Kokubo – To Live with Water
  5. Yasunori Mitsuda – 海月海(Jellyfish Sea)
  6. C418 – Mice on Venus
  7. Hiroshi Yoshimura – Creek
  8. Go Ichinose – Lake
  9. Akira Ito – 山上のやすらぎ(Peace of the Mountain)

영상 ㅣ 황선웅
글 ㅣ 황선웅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