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YOUTUBE LIBRARY- Shim Eunbo

어느새 두 번째 순서로 돌아온 “MY YOUTUBE LIBRARY”는 오늘날 서울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의 유튜브 라이브러리를 훑는다. 예로부터 맛있는 건 나눠 먹고, 좋은 건 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정신 아니던가. ‘도대체 뭘 보고, 들으면 저렇게 될 수 있지’ 싶었던 그들의 영감의 원천을 이 자리에서 낱낱이 공개하니, 좋은 건 다 같이 보자!

“MY YOUTUBE LIBRARY”의 두 번째 타자는 VISLA 매거진의 에디터 심은보다. 굳이 ‘VISLA 에디터’라고 간단하게 소개한 이유는 그의 활동 영역이 지나치게 넓기 때문. 음악과 서브컬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의 이름을 ‘HIPHOPLE’, ‘BUDXBEATS’, ‘DIVE’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미 접했을 것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DJ, 에디터, 음악 프로모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남다른 감각과 선구안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빠르게 확보했다. VISLA의 에디터 사이에서도 그의 독특한 취향과 개성은 익히 알려진바,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의 유튜브 라이브러리를 파헤쳐 보았다.


심은보의 “현실과 게임, 3D 사이의 무언가들”
심은보의 방대한 취향은 한 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현실과 게임, 3D 등 다방면을 활발하게 넘나드는 그는 취향에 당당하며, 정보를 모두 소화해 자신만의 색깔로 풀이한다. 언뜻 보면 이게 다 한 사람이 추천한 게 맞나 싶을 수 있지만, 바로 그것이 심은보의 취향이자 매력이다.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추천 영상을 만나보자.

1. “[청하] 외국어 모드 켜진 청하 모음 (ChungHa)”

영상 길이: 13분 9초
채널: QUEEN CHUNGHA

이 채널이야말로 내게 ‘세상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채널이다. ‘퀸 청하(Queen Chungha)’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가수 청하의 여러 영상을 모아놓은 채널이다. 나는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청하’ 해시태그를, 트위터(Twitter)에서는 청하 관련 홈마들을 구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채널을 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전까지는 내가 직접 영상을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북 프로로 주 기종을 바꾸고, 내 데스크톱의 생명이 다한 이후부터는 용량 부족으로 도저히 영상을 모을 수가 없었다. 그때 구독하기 시작한 게 바로 이 채널이다. 모든 영상을 직접 소장하지 못한다는 건 좀 아쉽지만, 대신 큐레이팅의 측면에선 아주 만족한다. ‘외국어 모드 켜진 청하 모음’ 같은 걸 내가 언제 다 일일이 찾아보고 있겠어.

2. “Breakfast”

영상 길이: 2분 33초
채널: Cyriak

시리악(Cyriak)은 나름 꽤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보노보(Bonobo)의  뮤직비디오부터 코카콜라(Coca-Cola)의 광고 영상까지. 의외로 다양한 곳에서 시리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다수의 개체가 바글거리는 걸 싫어해서인지 몰라도, 시리악의 영상 대부분은 ‘역겹다’, ‘약 빤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수많은 클라이언트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걸 보면 시리악의 매력은 단순히 ‘약 빤 것’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기존의 오브젝트를 해체하고 재생산해서 새로운 걸 만든다는 개념에서 시리악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개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됐다. 이쯤에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자.

3. “The Best Milkshake Ever: Fuck. That’s Delicious (Episode 1)”

영상 길이: 10분 52초
채널: Munchies

지금의 크고 아름다운 유튜브 세상을 만든 데 요리 채널이 큰 공을 올렸다고 확신할 수 있다. 보람좌만 해도 요리 영상으로 월 40억을 버는 세상이다. 나 역시도 유튜브에서 고든 램지의 스테이크 굽는 법을 보며 인생 첫 스테이크를 구웠다. 그 수많은 요리 채널 중 내가 자주 보는 건 ‘아미요’, ‘승우 아빠’ 정도인데, 그중에서 이번에는 “Munchies”라는 채널을 소개하고 싶다. 왜냐고? VISLA 매거진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 “Munchies”는 바이스 매거진(Vice Magazine)이 운영하는 요리 채널이다. 바이스 매거진에서 만든 채널인 만큼, 시리즈도 엄청 많고 수위도 신경 쓰질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래퍼이자 요리사인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의 “Fuck, That’s Delicious” 시리즈. 이 양반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맛있는 걸 먹는데, 단 한 편도 “Fuck, That’s Delicious”를 뱉지 않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4. “Black Mirror in a nutshell”

영상 길이: 2분 13초
채널: surreal entertainment

인터넷 밈(Meme)과 넷플릭스(Netflix) 그리고 미국 유머 등에 환장한 사람이라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대학 초년생 과제마냥 엉성하게 짜인 3D 애니메이션들은 지금 인터넷 세계에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아이템들을 기가 막히게 추천해준다. 특히 “Nutshell” 시리즈들은 분명 스포일러로 100% 채워져 있음에도 보기 전까지는 도대체 이게 왜 스포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보고 나면 이렇게 완벽한 요약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업데이트 주기도 매우 짧아 쉴 틈이 없다.

5. “StarCrafts Episode 11 Halloween Special 2012”

영상 길이: 22초
채널: CarbotAnimations

“카봇애니메이션(CarbotAnimations)”은 한때 많이 봤다. 내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Heroes of the Storm)”을 미친 듯이 하던 시절, 카봇은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각종 게임 메타나 상황에 맞춰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은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웃음벨이 되었다. 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만 해서 나머지 영상들은 보지 않았지만, “스타크래프트(Starcraft)”와 “오버워치(Overwatch)” 버전도 존재한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1″에는 카봇 버전 스킨도 나왔다.

물론 “카봇”을 보던 시절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블리자드(Blizzard)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프로 리그를 없앤 후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로 갈아탔다. 블리자드 쪽 게임을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기로 한 건 덤이다.

마지막으로, 심은보가 “MY YOUTUBE LIBRARY”의 다음 타자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VISLA의 에디터이자 DJ로 활동 중인 visbin(이철빈). 그의 유튜브 라이브러리는 아마 보물 창고일 것이다.

심은보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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