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준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던 시절, 반에서 힙합 좀 듣는다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좁디좁았던 한국 힙합 신(Scene)을 쑤셔 찾아 들으면서도 누가 더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빠삭한가에 대한 묘한 경쟁심이 있었다. 어느 날 친구가 숨은 고수를 찾았다며 ‘집시의 탬버린’이라는 팀의 음악을 들려줬고, 그때 처음 그중 한 명인 ‘양성’이라는 뮤지션을 알았다. 얼핏 들어도 당시 국내 힙합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음악을 하는 팀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정규 앨범을 내지 못한 채 결국 해체했다는 소문만이 들려왔다.
이후 그를 만난 건 꽤 뜻밖의 장소였다. 양성은 모 패션 브랜드의 행사에서 스케이터 무리와 함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양성이라는 뮤지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양성준’이 ‘MC 양성’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튼, 지금의 그는 뮤지션이 아니다. 대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서브컬처 신(Scene)에 기여하고 있다. 취업하기 위해 음악을 그만뒀다더니, 이제는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찍고, ‘Street Sex, Oral Skating’이라는 제목의 괴랄한 진(Zine)까지 발간 중이다.
양성준은 그야말로 스페이스 오디세이(Space Odyssey)의 첫 주인공에 제격인 괴짜다. 아, 소개가 늦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리 주변 친구들의 집을 방문, 그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헤치고 남들 앞에 공개해버리는 변태 같은 코너다. 용인시 수지구에 자리한 양성준의 집은 어떠한 설명 없이도 그를 대변하기 충분했다. 어린 시절 동경하던 사촌 형의 방을 둘러보듯 그의 집을 구경했고, 인터뷰라는 미명 아래 시종일관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진 메이커, 스케이트 필르머 등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는데, 자신을 소개하자면.
그냥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게 꿈인 양성준이다. 하하.
어떤 연유로 용인 수지구에 살게 되었나.
학창 시절은 쭉 서울에서 보냈다. 그러다 가세가 점점 기울어 서울 변두리로 온 거지. 흔한 이야기 아닌가. 내 선택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서울이 그리워질 법도 한데, 서울 안팎의 생활에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
서울에 소속감을 느꼈던 적이 없어서인지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외국은 땅이 넓어서 도시 단위로 소속감을 느끼지만, 우리는 도시 단위보다 더 작은 구나 동 단위로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다. 수내에서 보드를 타는 애들이 성남시가 아니라 수내에서 탄다고 하는 것처럼. 염따가 서울이 아니라 강동을 외치는 것처럼. 어차피 대부분 다 서울에 사니까 서울은 큰 의미나 차별성이 없다. 그래서 서울에서 용인으로 왔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송파에서 수지로 왔다고 생각했다. 송파에 살 때 강남까지 버스 타고 가면 30분 걸렸는데, 지금 수지에서 강남 가려 해도 신분당선이 잘 되어있어서 30분이면 간다. 체감하는 차이는 거의 없다.
가족과 함께 살았던 때를 포함해서 지금 이 집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 중인가.
6~7년 정도 살았다. 혼자 살긴 넓은 집이지만, 지금은 부모님과 형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혼자 살고 있다.
이 공간을 혼자 쓰게 되었을 때, 생각한 구성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방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전시하듯 꾸미려고 했지. 지금은 완전히 그 반대다. 예를 들어 책장이 있으면, 예전에는 책장 앞에 뭘 계속 세워 놨다. 그러면 그 뒤에 있는 책을 꺼낼 때 그 장식품을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더라. 멋있어 보이려고 실용성을 포기하는 거다. 보기에는 썩 멋있어 보이지만, 그건 이제 그 책을 안 읽겠다는 뜻이거든. 그때부터 그건 죽은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지. 실용성이 우선이다.
넓은 집인데 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해 보이는데.
어릴 때부터 집 밖에 나와 살았으니까. 20대는 음악 한답시고 작업실 겸 집에서 살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게 너무 어렵다. 가끔 부모님이 하룻밤 주무시러 오는데, 그것조차 스트레스다.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하는 일과 같이 생활하는 일은 엄연히 다른 것 같다. 하하.
음악과 스케이트보드에 관련한 물건이 많이 보인다. 실제 이 두 문화에 큰 애정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빠져들게 되었나.
초등학교 때 미국에서 살다 온 친구를 사귀어 걔네 집에 놀러 가니 스눕독(Snoop Dogg) 1집을 들려줬다. 미국에서는 개가 짖는 걸 바우와우(BOW-WOW)라고 한다며, 친구가 가사 해석도 해주고. 하하. 그때 힙합에 제대로 꽂혔다. 그 어린 나이에 맙딥(Mobb deep)이나 본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 가사를 한글로 써서 줄줄 외고 다녔다. 스케이트보드도 비슷한 궤다.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라는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는 ‘자유의지는 없다’라는 책을 썼다. 아인슈타인도 자유의지에 관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 예를 들어, 내가 오렌지 주스를 마실지 안 마실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근데, 내 머릿속에서 오렌지 주스라는 생각이 피어나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거다. 너무 거창하게 얘기했나. 으하하. 아무튼, 갑자기 오렌지 주스가 생각나는 것처럼 살다 보니 스케이트보드가 머리에 들어온 거다. 내 의지가 아닌 거지. 다만, 20대 초반 내 주변 사람이 스케이트보드 타는 걸 보고 엄청 멋지다고 생각했으니까, 분명 그런 영향이 있었겠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 모은 게 있다면.
LP인 것 같다. 너무 많이 샀다. 하하. 요새는 안 사는데, 예전에는 미친 듯이 모았지. 중학생 때 엄마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 슬쩍 빼서 음반 가게로 달려가 CD 사고 그랬다. 뭔지도 모르고 샀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게, 랩 음악이 듣고 싶은데,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는커녕 아티스트 이름 하나도 모르니까. 그냥 동네 음반 가게 가서 비트박스 앨범을 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샤킬 오닐(Shaquille O’Neal) 앨범을 줬다. 으하하. 나름 르자(Rza), 메소드맨(Method Man),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이 피처링 진으로 참여한 앨범이었다. 그런 식으로 만 원만 생기면, 계속 음반을 샀다. LP도 비슷하다. 주머니에 돈이 좀 있다 싶으면 LP를 샀으니까. 월급 받으면 20만 원어치씩 사고. 요새는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참는 편이다.
주로 분당 수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데, 여기로 이사와 수내 스케이터를 만났나.
아니,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시작한 곳은 죽전 스케이트보드 파크다. 그때는 스케이트보드에 미쳐서 혼자 존나 탔지. 그때는 친구도 없어서 스케이트보드 타다가 피곤하면, 근처 지하도에서 누워서 자다 깨서 다시 타고 그랬다. 그러다 우연히 수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한민이와 수민이를 알게 되고, 이후 쭉 수내 친구들과 함께 타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는 어떤 연유로 타게 됐는지.
그냥 스케이트보드가 존나 멋있어 보였다. 타면 진짜 잘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하. 어릴 때 농구도 곧잘 하고, 남을 가르친 적도 있으니 내가 운동신경이 좀 있다고 생각했지. 근데, 전혀 아니었다. 농구는 상대방과의 1:1 싸움인데, 스케이트보드는 타인과 싸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우는 거니까. 난 나한테 항상 지거든. 하하. 서른세 살부터 탔으니 그 시작도 되게 늦은 셈이다. 요새는 나 스스로 스케이터라고 얘기 못 하겠다. 그냥 친구들이랑 노는 거지. 필르밍도 열심히 하고.
이 집에 가장 자주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와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나.
여자 친구가 가장 자주 방문한다. 올해 약혼해서 새로 살 집도 구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라는 미술가를 되게 좋아하는데, 새집에 걸어 놓으려고 그의 그림도 하나 샀다. 여자 친구가 놀러 오면, 함께 요리도 하고, 넷플릭스(Netflix)도 몰아서 보고, 그렇게 되게 편한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 자주 요리하는 편인가.
그렇다. 채식을 하는 데다가 최근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려고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일이 많았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를 써서 빵도 구워보고, 피자도 만들어보고 별짓 다 했지. 힘들었다.
공간을 구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글쎄, 인테리어는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 근처에 있어야 한다. 내가 자주 읽는 책이 가까이 있는 게 좋고, 큰 작업용 책상이 있으면 편리하다. 부엌에 있는 테이블이 엄청 크지 않나. 진을 만들거나 할 때 저기서 작업한다. 담배도 피울 수 있어야 하고. 으하하. 지금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지만, 옛날에는 집에서 연초를 마구 피워댔다. 어느 날은 위층에서 “담배 냄새 때문에 잘 수가 없잖아!”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그제야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개념 없지 않았나.
집 내부 가장 공들인 공간은 어디인가.
거실 책장과 LP장이다. 그 장은 LP 사이즈를 재고, LP 개수에 맞게 주문했다. 그 위에는 친구들의 아트워크를 주로 장식해뒀다. 책장 장르에 따라 책을 분류했다.
실제로 책장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는데, 요즘 열심히 읽는 걸 소개해 달라.
이제 결혼을 하려고 하니까. 갑자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부자가 되는 방법이 적힌 책을 몇 권 사봤다.
읽어 보니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나.
일단, 돈을 대하는 태도에 달리해야 부자가 된다고 느꼈다. 어제보다 오늘 부자가 되면 된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말이 좀 동기부여가 됐다. 나는 평생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희망을 얻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LP는 언제부터 모으기 시작했는지.
LP를 처음 모으게 된 계기는 샘플링 때문이었다. 대충 20대 중반부터 모으기 시작했으니까. 한 13년 됐으려나. 그때는 컬렉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LP로 살 이유도 없었다. 이미 CD나 MP3 파일로 샘플링하던 시대였으니까. 냅스터(Napster)나 소울식(Soulseek)에 음원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난 LP가 다른 저장매체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처음 힙합 음악을 내던 사람들이 LP로 샘플링했던 이유는 그게 그 시대의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음반이 바이닐이던 시대니까. 90년대 프로듀서가 LP로 샘플링했다고 우리도 LP만으로 샘플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케이트보드 필르밍에 사용하는 VX도 똑같다. VX1000이 95년도 즈음 나왔는데, 그게 당시 최신의 비디오카메라였다. 어느 것도 옳은 건 없다, 그 당시 형들은 그 시대에 맞는 걸 쓴 것이고, 우리에게는 우리 시대의 물건이 있어서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마치 VX로 촬영하지 않은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틀린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정작 본인은 수퍼8(Super8)으로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제작하지 않았나.
그렇게 한 이유는 그게 진짜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 비주얼이 좋았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촬영한 그 모습이 좋았다. 그 색감이 마음에 들었고. 설령 필름이 아니라 디지털로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방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되게 실용적인 이유지. 물론, 만드는 과정은 고되고 힘들지만. 하하.
지금의 공간에 꼭 채워 넣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물건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어서. 막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트워크? 요새는 신혼집에 놓을 가구를 보면서 빈티지 가구에도 관심이 생겼다. 멋진 스케이트보드 데크도 걸고 싶고. 좀 세속적인 거라면 로봇 청소기? 난 아직 안 써봐서 모르겠는데, 로봇 청소기가 삶을 바꾼다고 하더라고.
동네에서 가장 자주 방문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집에 들어오면 쉽게 나가지 않는다. 그나마 얼마 전 집 앞에 롯데몰이 생겨서 장 보러 롯데몰 자주 간다.
거실 수납장에 놓인 두 장비가 눈에 띄는데, 어떻게 쓰이는 물건인지 설명 좀 해줄 수 있나.
일단, 위에 있는 친구는 8mm 영사기다. 필름을 넣으면, 드르륵 소리를 내며 벽에 영상을 쏜다. 그 아래 있는 건 필름을 확인할 때 쓰는 기계다. 양 바퀴에 필름을 걸고 손으로 돌리면, 내가 뭘 찍었는지 보여준다. 진정한 아날로그 기계지. 독일의 어떤 할아버지한테 산 기계인데, 그 할아버지가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처분해 아주 싼 값에 샀다. 수퍼8 카메라랑 저 두 장비를 제값 주고 사려면 80만 원에서 10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는 물건이거든. 카메라도 되게 예쁘다. 옛날 에일리언 워크샵(Alien Workshop) 스케이트보드 비디오에서 딜런 리더(Dylan Rieder)가 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거 보고 ‘야, 저거다, 저거 사야겠다!’ 했지. 하하.
스케이트보드 필르밍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순전히 음악 때문에 찍기 시작했다. 보드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얹고 싶다는 단순한 계기였다. 필르밍을 하나도 모른 채로 무작정 찍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그렇게 만든 것이 괜찮을 때가 많다. 초심자의 운이랄까.
책이나 LP는 정말 오래전부터 존재한 물건이지 않나, 가족과 함께 살 때 부모님이 달가워 했는지도 궁금하다.
글쎄, 엄마가 책을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긴 했다. 나는 굳이 책 사는 걸 아끼지 않으려고 하지.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책은 빌려서 보는 게 아니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난 나름 그걸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거든. 그래서 최근에 엄마에게 그 얘기를 꺼냈는데, 막상 엄마는 기억을 못 하더라. 하하. 바이닐로 혼난 적은 없다. 엄마는 이게 한 장에 천 원씩 하는 줄 알거든. 내가 LP 한 장을 오만 원 주고 샀다는 걸 알면 진짜 깜짝 놀랄걸.
다른 공간이 아닌 집에서 집중력이 발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나, 나 역시 그런데, 요새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일은 집에서 해야 잘 된다. 테드(Ted) 강연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시간이 믹서에 갈린 것처럼 갈린다고 하더라. 회의하고, 상사에게 불려가고, 괜히 어디 나가고. 근데 혼자 일하면 그런 게 없잖아. 그래서 그 강사가 직원한테 언제 일이 가장 잘 되냐고 물어봤을 때 대다수가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을 때라고 대답했다고 하던데. 아무도 회사가 일의 능률이 높아지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 잘하라고 비싼 세를 주고 건물을 임대해서 사무집기를 놓고, 초고속 인터넷이랑 전화선까지 깔아 놨는데, 막상 회사에서 일이 제일 안 되는 거지. 웃기는 일이다.
이 집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은?
영상 캡처한 하드디스크? 다른 것은 내가 백업을 해두지 않는데, 영상은 꼭 백업한다. 그게 날아가면 너무 가슴 아프니까. 테이프도 마찬가지다.
평범하지만,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집 내 공간이라면.
부엌에 있는 큰 테이블? 나는 저 테이블에 오래 앉아있을수록 하루가 보람차다고 느낀다. 더불어 컴퓨터와 LP가 있는 방에 있을수록 시간 낭비가 많다. 저 방에서는 게임도 할 수 있고 유튜브도 보고, 음악을 듣는다. 근데, 이 테이블에 앉으면 뭔가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정리한다. 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저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에 몰두하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이 집에서는 저 테이블에 더 앉아있고 싶다.
집 곳곳 다양한 아트워크가 눈에 띈다.
친구들이 제작한 아트워크가 몇 개 있다. 아트워크를 받으면 항상 사인을 받는다. 하하.
최근 신혼집을 계약했는데, 살고 싶은 곳과 어느 정도 일치했나.
나는 살고 싶은 동네가 딱히 없다. 집을 구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건 나와 함께 살 사람이 만족하는 장소였으면 했다. 현실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많았는데, 나중에 다시 팔 때 잘 팔릴 수 있는 집 위주로 골랐다. 출퇴근이 용이했으면 했고, 이게 전부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
TV가 없는 집. 되게 중요한 것 같다. 같이 집에 있는 사람과 서로 집중을 해야지, TV는 나란히 앉아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거니까. 그런 게 되게 싫다. 새로 이사하는 집 거실에 책장과 큰 테이블을 두고 거기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꾸미려고 한다. 집에 왔다고 멍하니 TV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그리고 욕조가 있으면 좋겠다. 반신욕을 좋아해서 대부분 욕조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든.
에디터│ 오욱석
사진 │ 오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