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콜스(City Calls)의 열렬한 기고자인 사진가 허경회가 미국 유학 생활 중 촬영한 거리 사진을 엮어 ‘A. N. Other’라는 이름의 사진집으로 선보였다. 현재 텀블벅을 통해 성공적인 펀딩을 마치고, 커넥티드 북스토어 그리고 아인서점에서 판매 중. VISLA는 기쁜 마음으로 해당 사진집을 발간한 사진가 허경회와 간단한 인터뷰를 나눴다. 팬데믹 시대, 이방인의 심정으로 길거리를 배회했을 작가는 어떤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을지 이야기를 들어 보자.
Interview
1. 우선 사진집 발간을 축하한다. 텀블벅(Tumblbug)에서 펀딩 목표 금액도 달성한 거로 알고 있다. 사진집 A. N. Other는 어느 시기에 촬영된 사진들인가?
사실 한국에서 거리 사진이라는 장르는 다소 매니악하지 않나. 그래도 여러 도움을 통해서 무사히 제작하고 펀딩까지 진행되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큰 콘셉트는 재작년 연말 무렵, 아무도 없던 거리를 보며 처음으로 떠올렸고, 그 이후로 약 1년 반 동안 틈틈이 촬영해서 모은 사진들을 책으로 엮었다. 특정 기간을 준비했다기보다는 일단 아이디어를 가지고 생활하다 발견한 대상을 찍은 것에 가깝다.
2.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대적인 풍경과 이방인이라는 개인적인 상황이 맞물린 것이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된 것처럼 보인다. 해당 사진들을 촬영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특별한 일화나 사진집에 싣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면 말해 달라.
미국생활 초기, 유학생이라는 신분은 해당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 그 지역 사람이 될 수 없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입장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이내 닥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우리 모두가 주변인임에도 타인이 되는 역설을 실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개인적, 사회적 아이러니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엮어내고 싶었고 마침 팬데믹이라는 상황으로 많이 달라진 동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곳의 아파트나 주택의 현관 조명은 늦은 새벽까지도 항상 켜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외부인을 환영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그런 장면들을 통해 거리의 모든 풍경은 무수한 타인의 존재를 시사하는 흔적 또는 증거인 동시에 여전히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실감케 하는 요소로써 다루고자 하였다.
사진집 내지에는 QR코드로 배경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친애하는 지인이자 프로듀서 C480이 제작을 해주었다. 사진집에서 다루고자 했던 내용의 일축을 담당하는 음악이니 꼭 함께 감상해주길 바란다.
3. 동양인의 정체성으로 타지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두려움은 없었는지?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운 좋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동네 자체가 그런 이슈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곳이기도 했고. 딱 한번, 평소처럼 새벽에 거리를 돌아다니던 중 버려진 기타케이스라고 생각한 실루엣이 어느새 다가와서 내 뒤에 서있는걸 보고 황급히 자리를 뜬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건데, 그 근방을 배회하던 노숙인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엔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한참이나 멀리 도망쳤다.
4. 거리 사진의 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 거리 사진은 어떤 점에서 이전과 달라졌나?
거리사진이 갖는 날것 그대로의 이미지와 내러티브. 장면 자체가 유기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촬영자의 입장에서는 거리를 걷고, 관찰하며,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인지의 확장. 정말 볼 일 없는 것들을 보고 할 일 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자연스레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촬영했다면 비교적 한산해진 이후의 거리에서는 거리 그 자체나 장면을 관찰하게 된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진다.
5. 사진가로 경험과 아이디어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사진작가 또는 타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분야에 관계없이 아티스트가 작품을 통해 내뿜는 날것의 에너지를 사랑하고 동경한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상징적인 거리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Daido Moriyama)와 브루스 길든(Bruce Gilden)의 사진은 언제 봐도 싱싱하다. 그리고 한국의 모지웅 작가 작업을 같은 이유로 사랑하고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또 구지윤 작가의 추상회화,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의 초기 설치작업을 좋아한다.
6. 향후 계획은?
최근에 귀국하여 당분간은 한국에 머물며 더 많은 개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신분상의 이유도 그렇고 제약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자유롭게 실행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고,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다른 출판물 혹은 전시로 찾아 뵐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때도 관심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