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거의 노래 : Airbear ‘7″ Single’

서울의 바이닐 컬렉터들을 찾아가 그들의 수집 철학을 묻고, 더불어 컬렉터들의 애장 음반을 추천받는 VISLA의 연재 인터뷰 시리즈 ‘디거의 노래’. 이번 시리즈는 디제이 에어베어(Airbear)가 그의 애장 7인치 컬랙션 중 일부를 소개한다.

에어베어가 소개하는 이번 컬렉션은 전 세계 레코드 디거들이 군침을 흘리는 희귀한 7인치들. 또한 대화를 나누며 에어베어의 어린 시절 산호세에서의 바이닐 콜렉팅과 그가 매력을 느낀 모드(Mod) 문화, 샌프란시스코의 파티 신(Scene)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단에서 직접 확인하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디제이 에어베어다. 재미 교포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고 2008년 때 그냥 문화 배우려고 한국에 잠깐 왔다가 이곳이 너무 좋아서 계속 지내는 중이다. 지금은 영상 감독하면서 디제이도 겸하고 있다. 지금은 디제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나는 디제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레코드를 모으는 사람? 한국 사람들이 뉴트로를 따라 음반을 사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노스탤지어를 따라 바이닐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관심이 생겨서 이만큼 쌓였다.

디제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지금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샌프란시스코 어딘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샌프란시스코 레이브를 오가며 레코드 디제이를 자주 봤고 관심 또한 있었다. 반면 레코드 플레이는 사진을 찍는 것처럼 비싼 취미다. 시작 비용만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니 접근하기 힘들었는데, 훗날에 다이브 바에서 친구들과 펑크와 인디 음악을 플레이할 기회가 생겨서 거기서 처음 시작했던 것 같다.

언급된 ‘다이브 바’라는 장소가 많이 생소한데, 정확히 어떤 곳인가?

팬시하고 모던하지 않은 바? 힙스터들이 엄청 많이 방문하는 스타일의 바다. 한국에서는 그런 다이브 바가 없다. 호프, 술집 같으면서도 쿨한 사람들 가는 곳. 호프 자체는 쿨하지 않은데 그냥 동네가 쿨한 곳이라서 그런지 손님 역시 자연스레 힙스터가 찾는다고 해야 하나.

후줄근한 동네 술집이 떠오른다.

음… 예를 들어 그냥 을지로 같은 동네의 통닭집 같은 곳. 그냥 올드 스타일인데 주변에 힙스터가 많이 살아서 그들이 자주 찾는 술집이다. 아무튼 그런 다이브 바에서 친구들과 파티하면 어떨까 해서 가지고 있던 레코드를 모두 챙겨가 디제잉을 했다. 아마 그게 내 디제잉의 첫 시작이었던 것 같다.

첫 플레이 당시에는 어떤 음악을 플레이했을지 궁금하다.

60, 70년대 사이키델릭, 소울, 펑크, 인디 음악 등 디제이 믹싱과 거리가 좀 있는 노래를 셀렉해서 틀었다. 같이 플레이했던 친구들도 모두 소울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특히 우린 모드 신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 모드가 등장한 60년대 더 후(The Who), 더 잼(The Jam)같은 영국 모드 음악은 그냥 펑크적인데 그들의 음악이 샌프란시스코 어느 파티나 클럽에서 등장하면 사람들 모두가 미쳐서 열광했다.

‘에어베어’라는 디제이 네임 또한 그 당시부터 사용하던 것인가?

그렇다. 왜냐면 내 이름이 ‘Aaron’이고, 따라서 고등학생 때부터 별명이 에어베어였다. 에어베어라는 닉네임이 약간 귀엽지 않나? 반면 음악은 사이키델릭과 하드한 락앤롤을 틀어서 이름과 대비되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쿨한 디제이 이름을 갖고 싶지 않았고 좀 유치한 이름이 좋았다.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에어베어라고 하면 먼저 사운드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 난 이런 편견을 좋아하진 않는다.

사실 나 또한 비슷하게 예상했다. 대체로 발레아릭한 음악을 잘 선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

난 나에 관한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을 싫어한다. 사람은 매번 취향이 바뀐다. 또한 디제이는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디제이는 아무 음악을 선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내가 발레아릭한 스타일을 잘 선곡한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내가 테크노 디제이인 줄 알고 있다. 왜냐면 내가 ‘콘트라(CONTRA)’에서 트는 것만 봤으니까. 그런데 내가 가장 잘 틀 수 있는 스타일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디제이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한 노래, 한 스타일만 고집한 적도 없다. 요즘 가장 많이 찾는 스타일은 테크노, 하우스, 트랜스 레코드고 발레아릭은 상황이 맞으면 트는 편이다.

과거 본인은 당신의 ‘산보 디스코(Sanpo Disco)’ 믹스셋을 주야장천으로 듣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가요로만 이루어졌지만 모두 발레아릭의 결과 맞닿아 있었고, 또 다른 채널에 참여한 믹스셋에서 역시 발레아릭이나 뉴에이지 등의 잔잔한 음악을 담아 왔었기에 그런 이미지가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믹스셋에서 발레아릭, 뉴에이지, 엠비언트를 자주 셀렉하는 편이긴 하지. 그러나 그것 때문에 나의 디제잉을 라이브로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기대를 가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가 날 박스에 가둬버리곤 한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트레디셔널 재즈에서 퓨전을 하다가 사망 직전에 하우스 음악을 하기도 했다. 디제잉과 음악 취향 역시 그것과 같다. 또한 디제잉은 분명히 아트고 퍼포먼스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생각, 편견에 따라가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고 틀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베스트. 단 요리사처럼 클럽을 찾은 사람을 위해 약간 맞춰주기도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디제이 하비(DJ Harvey)도 지금 이미지와 다르게 처음에는 ‘베억하인(Berghain)’에서 에시드 하우스를 틀고 그랬다더라.

그럼 레코드는 언제부터 모았나?

펑크와 인디 음악 공연장에 가면 머천다이즈 바가 있었다. 거기서 티셔츠나 7인치, 12인치 바이닐을 팔기도 했는데 그때 공연을 보러 갔다가 한 장씩 샀다. 힙합도 들었는데 그때는 그냥 CD와 테이프를 주로 구매했고. 어릴 때 레코드 숍을 가게 된 계기는 위어드(Weird)하고 메인스트림하지 않은,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땐 인터넷이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고 인스타그램이나 커뮤니티 같은 곳이 없었다. 또 내가 살던 곳은 그렇게 쿨한 도시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남쪽 산호세라는 도시에 살았는데 거긴 그냥 실리콘 밸리다. IT 천국. 오직 레코드 스토어에서 내가 원하던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자주 방문해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AOR이나 소프트 팝, 요트 록 같은 음악적인 이미지가 단번에 떠오르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매력을 지닌 도시인지 궁금하다.

그런 게 있긴 하지. 근데 그런 음악은 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듣던 음악이라 나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쿨하다고 여기게 된 음악이다. 즉 AOR은 노스탤지어다. 들으면 아빠 생각이 나고 엄마 생각이 나고 엄마 차 뒷 자석에서 타고 가던 풍경이 생각나는 음악. 한편으로 캘리포니아 해변이 AOR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도 맞다. 장소에 알맞은 특정 장르가 은근히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뉴욕에 가면 제이지(Jay Z)를 들어야 하고. 한국에 오면 빛과 소금이 듣고 싶다든지. 또 과거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갔을 때는 풍경과 함께 시규어 로스(Sigur Rós)와 뭄(múm)을 듣기도 했는데 그때 머리가 정말 하얘지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해외에 나가서 디제잉할 때 한국과 아시안 아이덴티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하.

한편 앞서 모드 신을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유가 궁금한데.

그때 모드 패션을 매우 좋아했다. 힙스터들은 항상 20년 전 패션이나 트렌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 9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처럼. 내가 힙스터 신을 좋아하게 됐을 때 70년대 락과 모드 신이 유행이었다. 근데 나는 아시안이니까 70년대 패션을 따라 하면 뭔가 웃기다. 그런데 모드 패션은 내가 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드 음악에 흑인 음악이 스며든 특징이 있어서 더욱 좋아했던 것 같다. 80년대 리바이벌됐을 때까지도 노던 소울, R&B, 레게, 부기가 베이스였다.

오늘 소개되는 음반은 모두 7인치 포맷으로 공개된 바이닐이다. 또한 사전에 7인치에 각별하다며 예찬하기도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보통 클럽에서는 1시간, 1시간 30분을 트는 반면 요즘 유행하는 바이닐 바에서는 4시간, 5시간을 틀어야 한다. 5시간짜리 바이닐 셋을 준비하면 바이닐 백이 너무 무겁고 힘들다. 그래서 요즘 7인치를 자주 들고 다닌다. 그래서 특히 요즘 더 각별한 사이가 됐다고 할까. 또 7인치로 디제잉하는 일이 더 섬세한 스킬이 요구되기도 하고 제이 딜라(J Dilla)가 샘플링할 때 7인치를 썼던 이유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60년대에는 돈 없는 인디펜던트 밴드가 10만 원 정도 주고 7인치를 레코딩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걸 프라이빗 프레싱 아니면 싱글 프레싱이라고 하는데 그런 음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튼 7인치는 커버도 멋지고 쿨하고 귀엽다.

그 정도로 예찬했기에 처음 디제잉할 때 역시 7인치로만 플레이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처음 다이브 바에서 플레이했을 때는 형식에 상관없이 소장 중인 레코드를 플레이했지만 내가 디제이라 불리기 시작할 때에는 7인치로만 플레이했다. 친구 베스파(Vespa) 뒤에 7인치 박스를 싣고 플레이하러 이동하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7인치를 구매하면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음반이 많다. 아마 LP보다 쌌으니까 젊은 사람들, 중고등학생이 구매 후 이름을 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음반을 소개받고자 한다. 어떤 음반을 먼저 소개하고 싶은지.

클럽에서 많이 틀었던 음반 에트 제임스(Etta James)의 [Two Sides (To Every Story)]을 소개한다. 구매한 지 20년도 더 된 음반인데 “Two Sides (To Every Story)”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파티 뱅어 같은 음악이다. 당시에도 비싸게 주고 샀던 기억이다. 그때 식당에서 일하면서 디제잉을 했는데 금요일 점심에 식당에서 일하고 그때 받은 팁을 다 모아서 샌프란시스코에 리키 리카르도(Ricky Ricardo)라는 레코드 숍에서 디깅하고 밤에 디제잉을 하는 루틴으로 살았다. 리키 리카르도는 7인치와 60년대 소울 컬렉션이 좋은 레코드 숍이라 소울 디제이들이 많이 찾던 가게다.

Etta James – [Two Sides (To Every Story)] 7″
Etta James – “Two Sides (To Every Story)”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추억의 음악’ 같은 것인가?

친구들과 샌프란시스코 여러 파티를 개최하며 정말 자주 틀었던 곡. 그래서 내 인생의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서울에 정착해서 사는 중이다. 이런 음악을 들으면 샌프란시스코가 그리워지지 않나?

그렇진 않다. 난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꾸준히 왔고 친구들도 한국에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들 역시 베를린, 뉴욕으로 이사 가서 이젠 샌프란시스코와 커넥션이 없다. 옛날처럼 재밌지도 않고. 캘리포니아가 그립다고 생각이 들 때는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 내 부모님이 우릴 위해서 이민을 갔던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을 위해 한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서울이 편안하다.

샌프란시스코 클럽에서 벌어진 재밌는 일화를 더 들려줄 수 있나.

옛날에 셰어하우스 뒷마당에서 파티하고 사람들 300명이 오고 하는 미친 파티가 있었다. 그때 경찰이 왔었는데 쫓겨나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부모님 세대가 듣던 소울 훵크를 틀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그냥 힙합을 틀었다면 시끄럽다고 당장 파티를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 난 캘리포니아 때부터 안티 클럽이었고 언더그라운드 파티, 레이브나 하우스 파티 아니면 우리가 기획한 파티만 찾아다녔다. 그런데 서울은 댄스 플로어가 아닌 장소에서 음악을 트는 경우가 잘 없다. 그래서 언더그라운드 파티 특유의 로우(Raw)한 분위기가 없다. 어느 테크노 클럽에 갔는데 화장실 비누가 이솝(Aesop)이라 ‘이게 뭐지?’ 하며 놀란 적도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앨범은?

퓨처 포스(Future Force)의 [Hit Men] 7인치다. 아마 프라이빗 프레스 레코드다. 디스콕스 어느 셀러가 두 장을 팔고 있었고 너무 좋았던 앨범이라 두 장을 모두 구매했었다. 근데 사운드가 완벽하진 않다. 모노 느낌으로 고주파 음역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근데 베이스가 엄청 강한 음악이다.

Future Force – [Hit Men] 7″

사운드가 완벽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프라이빗 프레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젊은 세대는 또 로파이 퀄리티를 좋아하지 않나. 하하. 그런데 크레딧에 에릭 리(Eric Li)를 보고 중국 사람이 참여한 음악인가 싶었다. 중국인이 자메이카 레게 신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까. 션 폴(Sean Paul) 그 사람도 하프 차이니즈로 알고 있고.

Future Force – “Reincarnation”

이 음반은 어떤 사이드를 추천하나?

“Reincarnation”이 담긴 B사이드를 추천한다. 맨날 B사이드만 틀어서 A사이드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다음은 루디 노먼(Rudy Norman)의 [Back to the Streets]. 이거는 한창 발레아릭을 좋아할 때 샀던 음반이다. 이런 음악은 퀀타이즈(Quantize)가 아니니까 믹싱 중간에 분위기 전환 느낌으로 섞으면 좋은 트랙이라 생각한다. 올가닉한 느낌이니까.

찾아본 바로는 7인치는 2016년에 한 차례 리이슈 되기도 한 것 같은데, 어떤 경로로 구매했나?

이 음반은 사운드클라우드 어느 믹스에서 듣고 디스콕스 원트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루디 노먼이 직접 메시지 보내와서 샀던 음반이다. 루디 노먼에게 당시 [Back to the Streets]가 리이슈 됐는데 혹시 구매를 원한다면 2만 원 정도만 페이팔로 보내달라고 메시지를 받은 적 있다. 처음에는 사기 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돈을 보냈고 2주 뒤에 다행히 이 음반을 받았다. 감동인 게 속지에 루디 노먼이 직접 편지를 써줬던 것. 사실 리이슈를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리이슈보다 오리지널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건 루디 노먼이 직접 메시지를 써주기도 했고 또 그 역시 아시안계 아메리칸이니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커버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데 그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필리핀계로 해병대 출신으로 알고 있다.

Rudy Norman – “Back to the Streets”

이 음반이 부틀랙(Bootleg)으로 발매됐다고 미리 말해주기도 했는데.

맞다. 그런데 난 그런 언오피셜 문화를 지양한다. 옛날 한국에서 소프트웨어(Software)나 레이블 ‘이노베이티브 커뮤니케이션(Innovative Communication)’의 음반을 부틀랙으로 만든 것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이 앨범을 부틀랙으로 만든 이들은 원작자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건 멋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유비쿼티(Ubiquity)’라는 레이블에서 12인치로 리이슈 하기도 했다.

아마 그것도 사려고 했다. 리믹스 버전이 아주 재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다음은 조(Jo)의 [Flying]. 아버지 장례식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장례를 마무리하고 산호세에 머물 때 리이슈 레이블을 운영하는 친구를 소개받았고 그 친구에게 추천받았던 음반이다. 이 음반 역시 디스콕스 원트 리스트에 넣어뒀던 음반인데, 어느 날 물량이 떠서 바로 구매했다. 7인치 버전과 12인치 버전이 존재하는데 난 두 버전을 모두 가지고 있다. 스타일은 레게. 사실 난 어릴 때 레게를 그리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히피들의 음악이라 여겼지만 발레아릭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런 레게 음악도 덩달아 많이 모으게 됐다. 나중에 바에서 레게 셋으로만 플레이해보고 싶다. 하하.

Jo – [Flying] 7″

7인치가 콤팩트하지만 12인치는 음질이 더욱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같은 음악이 담겼고 보너스 트랙이 추가되지도 않았음에도 굳이 두 버전을 모두 구매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12인치는 그루브가 더 많아서 베이스 주파수가 더 세고, 따라서 7인치가 좀 얇게 느껴지긴 하지만 7인치 버전은 좀 더 스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구매하는 편이다. 보다 리미티드하기도 하고. 두 버전을 모두 구매하는 이유는 스니커 콜렉팅과 비슷하다. 그들처럼 레코드 마니아 역시 한 음반이 발매되면 CD와 테이프 등 모든 피지컬 버전을 구매한다.

Jo – “Flying”

두 버전의 가격에 차이가 있었나?

잘 기억이 안나는데, 보통은 12인치 버전이 더 비싼 편이다. 사운드 퀄리티가 더 좋고 아니면 음악이 더 긴 버전으로 수록되기도 하니까.

보통의 12인치가 PVC(Polyvinyl Chloride)로 제작되는 반면 7인치는 스타이렌(Styrene)으로 제작되어 음질과 내구도가 다르다고 하기도.

옛날은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7인치도 비닐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옛날에도 버짓이 많으면 비닐로 프레싱하는 경우가 있었다.

여담이지만 LP 구매에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다는 상한선이 있는가?

엄청 스페셜한 바이닐이라면 50만 원까지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야마시타 타츠로(Tatsuro Yamashita)나 AOR 일부 음반 같이 물량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20만 원씩 주고 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꼭 비싼 음반이 좋은 것도 아니다. 비싸면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들어봤고 원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되려 천 원짜리 레코드에서 좋은 음악을 찾기도 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칼리반(Caliban)의 [Digital Reggae / Open Mind]을 소개한다. 이건 아마 ‘레드라이트 레코드(Redlight Records)’에서 처음 발굴했던 것 같다. 내 피앙세가 커스텀즈(Customs)의 산보 디스코 믹스셋에서 찾은 것을 따라 듣고 원트 리스트에 넣어 뒀다가 일본 투어에서 오사카의 레코드 샵 ‘레볼레이션 타임(Revelation Time)’에서 구했던 카피다. 당시 10만 원을 주고 구했는데 절대 후회가 없다. 그리고 나중에 ‘뮤직 프롬 메모리(Music From Memory)’에서 리이슈 됐는데 “Open Mind”가 빠진 채로 발매됐다. 특히 이 음악은 모과(Mogwaa)도 되게 좋아한다. 그래서 이 곡을 함께 커버하자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하하

Caliban – [Digital Reggae / Open Mind] 7″
Caliban – “Open Mind”

에어베어와 모과가 꼽은 트랙 “Open Mind”. 왜 뮤직 프롬 메모리 리이슈 버전에는 빠졌을까?

뮤직 프롬 메모리 코 파운더 제이미 틸러(Jamie Tiller)를 불렀을 때 물어봤는데 라이선스 문제이거나 오리지널 테이프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레코드 숍은 미지의 공간이다.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음악이 쌓여있는데 가게에서 어떤 기준으로 음반을 구매하는가?

나는 모든 것을 오픈한다. 특히 어느 나라에 방문하면 그 나라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음악을 찾는 편이다.

디스콕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온라인 구매 기준 또한 궁금한데.

역시나 오픈 마인드로 다 들어보는 편이다. 원하는 음반을 콕 집어 검색할 때도 있고 셀러가 파는 음반 중 호기심이 생기는 음악을 듣고 구매할 때도 있고. 그냥 에어베어와 맞는 음악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에어베어와 맞는 음악이 뭘까? 생각해본 적 있나.

요새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결국은 내 아이덴티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참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반은?

아마존스(Amazons)의 7인치 싱글 [Glorious Glamourous]을 소개한다. 일본인 디제이 야에 선 로랑(Yae Sun Laurent)에게 선물 받았다. 옛날에 파티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모리 라(Mori Ra)를 서울에 초대했고 그와 친구가 되어 일본에 투어를 간 적 있는데, 모리 라의 대학 친구인 디제이 야에 선 로랑과도 친해져서 그에게 선물 받았다. 스타일은 재페니스 부기, 댄스 킬러 트랙이라고 생각된다. 아마 서울 클럽에서 틀면 어떻게 춤을 춰야 할지 몰라서 다 나가버리지 않을까. 그러나 유럽에서 틀면 관객들 진짜 미쳐버리는 음악.

Amazons – [Glorious Glamourous] 7″

서울과 일본, 동남아, 유럽 등 해외 각지의 숱한 파티에서 플레이했다. 관객의 태도 또한 지켜봤을 것 같은데 국가마다 다른 점을 느끼기도 했나?

요즘은 많이 비슷해졌지. 그래도 너무 딥한 음악은 클럽에서 틀면 사람들이 나갈 때도 있는 것 같다. 근데 모르겠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들 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나? 특히 피스틸에서 음악을 틀 때마다 여기가 한국인가? 하고 간혹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존스의 “Glorious Glamourous”는 요즘은 서울 레코드 바 등에서 댄스 플로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틀어도 되는 곳에서 자주 튼다.

Amazons – “Glorious Glamourous”

지금에야 유튜브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샤잠(Shazam) 등이 활성화돼서 웬만한 음악은 모두 들어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턴테이블이 없으면 들어볼 수 없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음반 대부분 라벨지 외 정보가 전무한데, 어떻게 알고 구매한 것인가?

항상 음악을 들어봐야 한다. 그래서 항상 포터블한 턴테이블을 가지고 다녔다. 한국에서도 빈티지 레코드 숍을 가면 레코드 플레이어를 들고 다녔다. 덕분에 연석원이나 정인정 등의 뮤지션을 남들보다 빠르게 발굴해서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했지.

자신의 방에 사람들을 초대하여 하우스 세일을 간간히 진행한다. 중고 거래 어플이나 디스콕스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인데, 그렇게 사람을 초대해서 판매하는 이유가 있나?

레코드 중고 거래는 별로 재미가 없다. 레코드로 장사하려는 마음도 없고. 그냥 개인적으로 베이킹이나 피자 만드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스페셜한 음식을 내주고 싶어서 초대하고 겸사겸사 음반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근데 올해 초 1달간 하우스 세일을 진행했던 이유는 영상 제작 스케줄이 모두 캔슬됐기 때문이다. 2월, 3월, 4월 스케줄이 모두 캔슬됐고 월세는 내야 하니 친구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내어주면서 음반을 좀 정리했던 것이다. 근데 그렇게 친구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았다. 이건 매우 부티크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치 시미즈(Chee Shimizu) 같은 디거들이 이렇게 음반을 판매한다고 들었다.

친구들에게 내어주는 음반의 기준은?

한 번 구매할 때 다섯 장씩 샀던 음반들. 아니면 잘 안 듣는 음반을 싸게 내어주는 편이다.

Airbear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황선웅
Photographer │James Kim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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