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하라주쿠 스타일을 표방한 빈티지 편집숍, LOVECANNEDFRUIT

곰, 사슴, 물개, 바다사자, 멧돼지, 굴, 대게, 계란말이, 타코야키, 치즈 케이크. 이 모두가 바다 건너 일본에서 판매되는 통조림 종류다. 모양도, 색도, 향도 천차만별인 녀석들이지만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어느 통조림이든 피해 갈 수 없다. 조그만 깡통 속 길고 긴 세월을 위한 투자인 셈이니 조금 과하게 달거나, 짜거나, 신 게 대수랴. 

그리고 여기, 보통의 통조림이 그렇듯 온갖 조미료를 첨가하며 맥시멀리스트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빈티지 편집숍, 러브캔드후르츠(LOVECANNEDFRUIT)가 있다. 후르츠 매거진(Fruit Magazine)의 하라주쿠 스타일을 기조로 운영 중인 러브캔드후르츠, 일명 ‘럽캔’은 통조림 특유의 방부제 맛이 아닌, 이름 그대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꾹꾹 눌러 담은 큐레이션을 선보이며 럭셔리 빈티지로 굳어져가는 국내 빈티지 시장에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럽캔’의 운영자에게 그 내막을 물었으니 통통 튀는 그 매력을 하단에서 함께해 보자.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빈티지 숍 러브캔드후르츠를 운영하는 @tongjolim이라고 한다.

빈티지숍 러브캔드후르츠는 어떤 숍인가. 이름의 의미도 궁금한데. 

일본의 FRUIT 매거진에 크게 영감을 얻어 시작한 숍이다. 빈티지 판매뿐 아니라 스타일링과 더불어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LOVECANNEDFRUIT’의 경우 개인 활동명인 ‘tongjolim’과 FRUITS 매거진에서 ‘FRUITS’를 따와 만들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만들게 된 이름인데 많은 분들이 ‘럽캔’으로 줄여 불러주신다.

어떻게 러브캔드후르츠를 시작하게 되었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하며 지낼까 고민하던 중, 예전부터 모아뒀던 빈티지 옷으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계정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종종 판매 문의도 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숍을 운영하게 된 거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도쿄 하라주쿠 스타일로 가득 채워졌다. 러브캔드후르츠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방향성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몇 년 전 FRUITS 매거진이 폐간되고 이제 내가 좋아하던 이미지들과 멋쟁이들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큰 아쉬움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내가 직접 레퍼런스가 되면 되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

러브캔드후르츠는 항상 맥시멀리스트, 재미있고 기발한 레이어드 그리고 다채로운 색감을 지향한다. 러브캔드후르츠를 통해 FRUITS 매거진의 스타일링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모이거나 새로 생기면 좋겠다. 그분들끼리 실제 만날 수 있는 장이 되면 더 좋고.

숍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 영감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

스타일에 관한 기본적인 뼈대는 있지만 그 안에서 변주를 지향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최근에는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중고 CD 아트워크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레퍼런스로 음반을 자주 구매하기도 하는데, 인터넷으로는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특이한 앨범들이 거리에 굉장히 많다. 온라인으로 레퍼런스를 찾을 때보다 배로 뿌듯하고 재미도 있다. 평소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지고 기획이나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 팬들의 관심은 어떤가. Y2K 열풍으로 러브캔드후르츠의 스타일에 호응을 보내는 이들도 많을 것 같은데. 

매일 다른 콘셉트의 이미지, 아이템을 업로드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반응이 늘 걱정이다. 그래도 항상 기다려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갸루 스타일의 옷이나 화장도 돋보이는데 평소 갸루 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갸루 문화를 비롯한 일본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다. 패션, 음악, 만화, 영화 등 내게 영향을 줬던 것들 대부분이 일본에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지난달 ACS에서 진행한 ‘CORPSE GYARU PRO WRESTLING’에도 참여한 걸로 아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이야기해 달라. 

미허(MEEHER)라는 친구와 같이 기획한 이벤트다. ACS에서 팝업을 자주 진행했었는데, 매번 다른 콘셉트로 열고 싶은 욕심이 있어, 고심하고 고심하다 탄생한 거지. 여태 기획한 팝업 중 가장 재미있는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내년 1월 중 헬스장에서 ‘CORPSE GYARU PRO WRESTLING’ 제2회를 열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본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CORPSE GYARU PRO WRESTLING’ 제2회를 준비하며 미허와 콘셉트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보다 라텍스 소재의 마스크, 전신 슈트 같은 BDSM 룩을 우연히 발견했다. BDSM이라는 장르가 프로레슬링의 변태적인 느낌과 굉장히 흡사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이걸 발견하고 미허와 프로레슬링과 BDSM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웃었지.

단순 이미지 업로드에서부터 팝업, 행사 플라이어 등에서 일본 미소녀 만화, 애니메이션 적 요소가 돋보인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즐기는 편인지.

애니매이션과 만화 모두 좋아한다. 특히 유아사 마사아키(Yuasa Masaaki) 감독의 “마인드 게임(Mind Game)”을 최고로 꼽는데, 내게 많은 상상력을 안겨준 고마운 작품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실제 일본에 머물렀던 경험도 있을까?

아쉽지만 없다. 기회가 된다면 반년 정도 살아보고 싶기는 하다.

FOE 같은 일부 편집숍이나 팝업 행사에서만 러브캔드후르츠의 실물을 볼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오프라인 숍을 오픈할 생각은 없는지. 꽤나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

기획에 관심이 많아 당분간 팝업 행사 위주로 운영할 것 같지만 오프라인 숍을 운영할 욕심도 슬슬 생기더라. 언젠가 열릴 럽캔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기대하시라.

곧 다가올 핼러윈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러브캔드후르츠 의상이 있다면?

캣우먼, 할리퀸처럼 이미 유명한 인물 코스프레도 좋지만 ‘토끼 인형에 집착하는 광기의 노란 머리 주부’는 어떨지. 나만 알 법한 코스프레가 더 재미있지 않나.

LOVECANNEDFRUIT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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