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HOP #FOE

얼마 전 VISLA 매거진 웹사이트의 탑 조회수 반열에 일본 슈프림(Supreme) 숍 스태프를 따라 하는 한 개그맨의 영상이 올랐다. 직원의 무뚝뚝한 응대를 대책 없이 당해내야만 했던 경험자들의 마음을 울린 것일까…. 그런데 문득 필자는 슈프림 스태프의 싹수 노란 응대와 쿨함의 연관성을 마냥 부정하기엔 걸쩍지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모든 하위문화의 탄생 배경은 이 사회에 대한 반항이야. 슈프림 직원이야 좀 퉁명스러울 수도 있지”라며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설득력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며, 브랜딩의 일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따지고 보면 여러 가지로 꽤 오랜 시간 나름의 공신력(?)을 얻어온 슈프림 직원의 응대인 것이다.

서울의 숍을 소개하기 전 슈프림 스태프 타령이라니….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둘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긴긴 사족을 덧붙인 것은 나도 모르게 멋진 숍과 어느 정도의 진입장벽은 비례한다고 느끼고 있던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와 많은 이들이 툭 터놓고 이야기한다. 무심한 응대를 쿨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촌스럽다고…. 인터넷을 통해서는 어떠한 제약 없이도 무한한 세계를 접할 수 있으며, 이제 방문자가 경험을 소비하기 위해 오프라인 숍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미 사태를 파악한 수많은 가게들은 공간을 매개로 그들이 추구하는 문화를 더 복합적으로 전하고자 한다.

그 와중에 얼마 전 마포구에 새롭게 터를 잡은 FOE(포)는 우리 모두가 이 문화를 허물없이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운영자의 열린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공간이다. 운영자 문혜성은 우연히 접한 티셔츠 제작에 대한 갈망을 아티스트 굿즈 제작 및 판매 플랫폼 BEM(벰), 본인의 창작열을 옮긴 브랜드 MOLAR(몰라),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진(Zine), 소규모 브랜드의 굿즈를 판매하는 숍 FOE로 실현해나가면서 24시간이 모자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물며 모르는 아티스트의 티셔츠를 구매하는데서 시작하더라도 그것이 언젠가는 새로운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그는 적어도 호기심에 찾아온 방문자를 무안하게 하는 일은 없으리라. 공간을 가득 메운 문화를 방문자가 함께 즐기고 싶다고 느낀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순수한 일념으로 쿨한 숍에 대한 단상을 새롭게 쓰는 중인 FOE의 주인장 문혜성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FOE는 어떤 장소인가? 이름의 의미도 궁금하다.

FOE는 국내외의 인디펜던트 DIY 브랜드의 상품을 취급하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국내 뮤지션과 작가들의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서적을 판매하는 숍이다. FOE를 검색하면 적, 에너미(Enemy)라고 뜰 텐데 사실 그런 뜻은 아니고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아티스트 굿즈 숍 BEM처럼 알파벳 세음절 과한 글로 한 음절로 끝나는 형식이면 좋을 것 같아 지은 이름이다. 단순히 부르기 쉽고 쓰기 쉬운 단어를 고른 거라 큰 의미는 없다.

주말에만 영업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영업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평일엔 온라인 스토어 포장과 택배 업무 CS 관리와 티셔츠 인쇄 외주 작업을 맡아서 한다. 그게 거의 본업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숍은 주말에만 영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렇게 영업하다 보니 일주일에 하루도 못 쉬게 되어서 일단 최근 한 달간은 일요일을 쉬어볼까 하고 금, 토로 운영 시간을 변경했다. 

어찌 보면 평일에 숍을 오픈하지 않는 게 운영하는 입장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짱부리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외주 작업뿐 아니라 BEM이나 FOE 같은 경우 메일을 주고받는 일도 많고,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는 세부적인 일 모두 혼자서 쳐내다 보면 평일에 영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중에 스태프를 고용하고, 매일 운영할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해본다(6월 1일부터 매주 화-금 오후 7:00-9:00, 토 오후 3:00-8:00로 변경됐다).

의류와 관련된 다양한 채널을 운영 중이다. BEM, FOE, MOLAR를 한 번씩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BEM은 2016년부터 시작한 아티스트 굿즈 판매 플랫폼이다. 작가를 섭외한 뒤 그래픽을 받아서 굿즈를 직접 제작하고 판매한다. MOLAR는 그냥 내 개인 브랜드인데, BEM에서 나를 작가로 내세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혼자 생각한 것들을 인쇄해서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브랜드를 한 군데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편집숍 개념의 FOE를 열었다.

MOLAR의 이름은 그냥 몰라인가.

그것도 별 의미는 없다. 이야기하면 좀 길어지는데 영어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비디오 “둘리의 배낭여행”에서 한 정령이 둘리 일행에게 어금니가 영어로 뭔지 퀘스트를 내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희동이가 “몰라!, 몰라!” 하고 외치는데, 뜻밖에도 그게 정답이다. 그걸 보고 웃다가 다음에 브랜드를 만든다면 몰라로 이름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편집숍을 차릴 계획이 있었나?

원래 이대역 근처 지하 공장을 사용하다가 최근 그 동네의 재개발 붐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처음 FOE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온라인 숍으로만 운영할 계획이었고 딱히 오프라인 숍을 차릴 계획은 없었는데 마침 새 작업실이 된 이곳이 생각보다 가격도 위치도 나쁘지 않아 공간의 반 정도를 숍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강원도에서 올라와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서울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어디였나. 또 당시 그곳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대학을 홍대로 와서 마포구권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없는 바다비(BAD- ABIE), 두리반 등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밤섬해적단, 무키무키만만수 같은 밴드의 공연을 보는 것이 좋았고, 스컹크 헬(Skunk Hell)이나 클럽 샤프(Club Sharp) 같은 장소를 통해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펑크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다. 나 같은 경우 당시 라이브 클럽에서 밴드 공연을 보기도, 밴드를 직접 한 적도 있어서 자연히 그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파생되는 티셔츠 굿즈를 자주 접했다. 그리고 우연히 사용 하던 밴드 합주실 공간에서 소규모로 티셔츠를 만드는 공장을 시작했다가 현재는 소위 말하는 업자가 되어 인쇄 일을 이어오고 있다.

FOE를 연남동에 연 이유도 홍대 상권이 익숙해서인가.

연남동에서 꽤 오래 살았는데, 망원동과 합정동 주변에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나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함께 티셔츠를 만들기도 한다. 익숙한 데서 오는 이점들을 고려해보면 이 동네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숍에 입점한 개인 브랜드 몰라부터 이야기해보자. 몰라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스탁키스트(Stockist)에 치킨 스톡 이미지가 올라와 있거나, ‘품절된 상품입니다’로 표기됐지만 사실 아니며,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는 등 장난스러운 요소가 다수 보였다. 티셔츠에도 재미를 염두에 둔 그래픽이 자주 적용되는 것 같은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지.

트위터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동물 사진이라든지 뻘한 것들이 많다. 개인 브랜드를 하게 되면 뭘 해도 위화감이 들지 않거나 별도의 제약이 없는 설정으로 운영하고 싶었다. 주로 이렇게 하면 웃기겠다 싶은 것을 재밌게 하려는 마음으로 브랜드 운영에 임하다 보니 그런 데서 영감을 얻는 편인 것 같다.

디자인은 혼자서 진행하는 편인가? 티셔츠 그래픽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3D로 숍 내부나 프렌즈를 패러디한 영상을 재미있게 보았다. 힘을 보태는 동료가 있다면 소개해줘도 좋을 것 같다. 

전부 혼자 담당하는 편이다. 영상으로 탄생한 소스는 지금은 좀 고전 게임이 된 ‘GTA 산 안드레아스(GTA San Andreas)’에서 따왔다. 게임 내 지형지물과 캐릭터를 이용 하여 컷 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그걸로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옷가게 ‘Binco’의 폰트를 MOLAR의 로고로 변경하고 그 안에 걸려있는 티셔츠들을 다 내가 제작한 그래픽으로 교체했다. 또 “프렌즈” 오프닝 영상을 패러디해보기도 하고, 트럭이 폭발하는 장면들도 만들면서 놀다가 이걸 그대로 공개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최근엔 인형 탈까지 제작이 가능한 캐릭터 겸 마스코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술 마시다가 만난 친구가 하루 만에 캐릭터를 만들어줘서 여기저기 신상품에 투입 중이다. 그 친구는 그래픽을 전문으로 하는 친구는 아니고 지금 하라주쿠 레게노(Harajuku Legeno)라고 FOE에 입점한 액세서리 브랜드의 운영자다. 그쪽에 주목해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티셔츠는 무엇인지.

잘 팔리는 의류는 누군가에게는 민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라 비밀이고, MOLAR에서는 ‘즐겁다’ 티셔츠가 꾸준히 잘 나가고 있다. 밈(Meme)에서 나온 그래픽인데 저걸 아는 사람은 진짜 사고 싶어 하고, 모르는 사람도 뭔가 끌리는 요소가 있나 보더라. 생각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구매를 원해서 은근히 효자 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다 팔리면 조금씩 만들어서 채우는 중이다.

단기간에 동나서 다시 찍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최근에 30장 정도만 찍었던 코스피 전광판 티셔츠가 있다. 주가 폭락을 경고하는 티셔츠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거대한 폭락 때 코스피 지수를 인쇄해 판매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기록이 안 깨져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이후 코스피 지수가 좀 올라 상한가 버전으로 다시 제작했지만 그 뒤로 주가가 계속 올라가 별 반응은 없었고, 사람들은 하한가 버전을 다시 생산해달라고 하는데 아직 이걸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어쩌면 조만간 다른 소식으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담 본인이 시도하긴 엄두가 나질 않으나 누군가 제작한다면 숍에서 팔고 싶은 제품군이 있나.

봉제 인형 제품군이 들어오면 좀 친근하기도 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MOLAR나 FOE에서 만들기엔 최소 수량이 너무 많아서 쉽사리 시도할 수가 없다. 나중에라도 뭔가 전문적으로 봉제 인형을 만드는 친구가 나타난다면 섭외해서 팔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알아보니 최소 500개 이상은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이고, 웬만하면 1,000개부터 시작하더라.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몰리는 장소는 아니다 보니 전부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 현재는 직접 봉제 인형을 하나하나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띠로리소프트(Tirorisoft)가 재미있어 숍에 입고한 상태다.

BEM으로 넘어가 보자. 일러스트레이터나,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패션 업계 등 다양한 곳에서 BEM을 찾는 추세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BEM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운영을 지속하다 보니 입소문을 타는 듯하다. 누군가 개인 프로젝트로 티셔츠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냥 공장에 맡기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공장 대 개인으로 대면하면 원하는 티셔츠가 안 나와서 실망할 수 있다. 다양한 작가들과 소통한 다수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수월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제작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BEM의 강점이다.

인쇄와 제작 이전의 프로세스에도 개입하는가?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은 한다. 이를테면 봉제선 겹쳐진 부분에 프린트하고 싶다거나 특이한 위치에 그래픽을 찍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종종 말리는 편이다. 그럴 때는 좀 더 일반적인 케이스로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독립 레이블,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독특한 피드백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알려 달라.

THSS의 민성식과 키아누리브스의 김지환이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 ‘dpgp78’에서 에어 브러시로 인쇄한 티셔츠를 가지고 오려던 때였다. 처음에는 그들이 원래 진행 중이던 티셔츠만 입고하려다가 막상 대화하다 보니 티셔츠에 그린 것처럼 에어 브러시로 무언가 그린 휴지들이 잔뜩 있다는 말을 들었다. ‘dpgp78’에선 이게 판매가 될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나도 동감하긴 했지만 매장에 가져다 놓으면 전시나 작품의 개념으로 재미있을 것 같아 추가로 영입하게 되었다. 하나에 만원이긴 하지만, 진짜 멋있어서, 팔리면 좋겠지만…. 그런 일화가 있었다.

홀로 티셔츠 제작을 익히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 지금 티셔츠를 직접 제작하려는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처음 학교 판화 수업에서 실크스크린을 처음 접했는데 수업을 듣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장비를 만들어 직접 인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돈이 없으니 그냥 학교에 굴러다니는 쇠파이프 같은 걸 용접해서 인쇄 장비를 만들었다. 그러다 이걸 좀 대량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된다면 나도 창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티셔츠를 10장을 한 번에 세팅할 수 있는 장비를 제작했다. 만든 장비를 굴려야 하니 일이 자꾸 커졌고.. 결국에는 순수하게 DIY를 즐기지 못하는 업자가 되어버렸다만…

새롭게 티셔츠를 제작하려는 사람들은 먼저 이걸로 인쇄 업체를 차릴 거냐 아니면 하나씩 DIY를 해서 재미와 가치를 찾을 거냐 그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데, 일단 인쇄가 업이 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한국은 인쇄 공임이 너무나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인쇄업보다는 차라리 하나씩 아트피스 형식으로 고가에 판매하는 전략이 좋지 않을까 싶다. 티셔츠 인쇄도 음악 제작처럼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큰 장비를 막 들이고 싶은 장비병이 생기지 않나. 그럴 때도 많이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의 안식처가 산업 현장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게 로망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기술을 배운 적은 없나? 

워크숍에도 참가해보고, 빈 합주실에서 직접 만든 장비를 놓고 제작해보기를 반복하다 혼자 모든 것을 독학하기에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여차여차 남양주에 장비를 사러 갔는데, 사부님을 만나서 실전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세탁해도 안 지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티셔츠가 오염되면 씻어낼 수 있는 용품, 열처리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세탁해도 안 떨어지는지 등 상세한 노하우를 사부님에게 전수받았다.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서 정보를 얻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맞다. 처음에 갔을 땐 사부님이 이걸 대체 왜 시작하냐고,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근데 이 일이 결국 업이 되었다고 터놓으니 기술을 많이 전수해주시고 지금도 가끔 도움을 받고 있다.

워크숍이나 티셔츠 페어를 열 생각은 없나.

워크숍도 예전부터 진행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작업공간이 협소하고 시간이 없다 보니 혹시라도 나중에 직원을 고용하고 좀 여유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다. 

새로운 것을 만들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코로나 이슈로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항상 아쉬운 마음이다. DIY 신의 움직임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페어를 열어도 더 크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는 새로운 움직임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블루 보이즈 스포츠 클럽(Blue Boyz Sports Club)이나 OKOKOK, OIT 등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독립 브랜드를 주로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방법으로 타국의 독립 브랜드를 디깅하는가? 혹 브랜드를 가져오는 특정한 조건은 무엇인가?

해외 출타가 가능했던 2019년엔 일본의 인디펜던트 티셔츠 페어인 ‘LOS APSON T-SHIRTS FAIR’와 대만 타이베이의 편집숍 ‘WAITING ROOM’ 주관의 커뮤니티 페어 ‘ROOM SERVICE 2019’에 BEM팀으로 참여차 방문했다. 특히 타이베이에서 ‘Bebacklater Zine(@bebacklater_zine)’라는 분을 만났는데 이 분이 인쇄하는 NOE246과 OIT(@oit_taipei)의 티셔츠가 멋지기도 했지만 그 또한 자신이 직접 티셔츠를 인쇄한다는 데서 새삼 동질감을 느꼈다. 아무튼 그를 만나면서 해외에도 DIY 기반의 개인적인 브랜드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맨 처음 그들의 제품을 FOE에 소개하고,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에 공개하는 행보를 지켜보다가 태국, 대만, 홍콩 등의 국가를 거점으로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결된 여러 브랜드를 한국에도 좀 소개하고 싶어서 연락하다 보니 인연이 닿은 브랜드도 생겼다. 그중에서도 몇몇 브랜드는 되게 특이한 방법과 독특한 인쇄 방식으로 프로덕트를 생산하기도 하는데 제작 방식이 재미있다 싶으면 그걸 또 입고하기도 한다.

일본은 항상 빠르니까 일본엔 어느 정도 입고된 실정인데,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며 그쪽에서도 굉장히 반가워했다. 처음 알게 된 브랜드와 연관된 새로운 브랜드가 또 우리 계정을 팔로우하더라. 멋진 브랜드가 많이 팔로우해줘서 계속해서 추가하는 중이고, 그게 숍을 운영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같이 뭔가를 해보려고 계속해서 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재밌다고 느낀 프로덕트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줄수있나.

태국 치앙마이의 덴 수베니어(@densouvenir)에서 본인 동네의 세라믹 공방과 연계해 출시한 변기통 모양의 인센스 홀더나, 버섯 모양의 담배 파이프 등 독특한 상품 구성에 재미를 느꼈다. 홍콩의 OKOKOK(@xokokokx)는 식빵 봉투를 잠그는 클립을 본떠 도금하고 보석을 박아서 목걸이로 판매하고 있는데 그것도 정말 멋지다.

또한 본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다소 생소한 레이블 음반들을 취급 중이다. 물론 해외 유수의 인디펜던트 레이블 또한 점차 국내의 뚝심 있는 레코드숍들을 통해 소개되는 시점인데.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매우 힘든 결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클라세 웩스(Klasse Wrecks), 디트리티 레코즈(Detriti Records) 등의 음반을 들여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크 웨이브, EBM, 뉴 웨이브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정말 팬심으로 입고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래픽도 굉장히 멋지게 만드는 레이블이 많다. 다만 너무 내 취향에 국한되어서 계속 마이너한 것들만 들여오다 보면 운영이 힘들 것 같아 최근에는 헬리콥터 레코드(Helicopter Records)의 음반들을 입고하면서 취향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해외 레이블에서 피지컬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럴 때는 그 레이블 굿즈나 카세트를 함께 들여오는 등 재밌고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보통 1인 창작물, 소규모 독립 브랜드의 특성상 개인 작업과 브랜드의 경계에서 몇 시즌을 넘기지 않고 금세 사라지는 등 유통 과정의 위험 요소는 없는지 궁금하다.

운영하는 처지에서 딱히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없다. 그건 또 그런대로 마지막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BEM을 2016년부터 이어오면서 많은 작가와 함께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활동을 중단한 분들이 많다. 밴드의 경우엔 많이 깨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밴드가 생기거나 다른 작업 활동으로 이어가는 경우도 많아서 오히려 기대감이 더 크다. 

터놓고 말해, 현재 FOE에서 전개하는 대다수의 브랜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스토어를 열고,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꼭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생소한 브랜드를 발견하고 관심이 생기기만 해도 큰 힘이 된다. 아직 대형 쇼핑몰에서 다루지 않는 낯선 브랜드를 영입해서 다양한 움직임을 조명하는 것이 현재 숍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따라서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가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이 FOE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FOE를 찾아줘서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일 줄 알았다. 잘 안 되면 몰라를 더 크게 확장하는 방향도 고려했다. FOE를 다 합쳐도 몰라보다 안 팔리기 때문에…. 하하. 

소규모 독립 레이블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방향성은 큰 기대감과 함께 국내 패션 시장의 정서를 미루어봤을 때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향후 어떤 방식의 운영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오히려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외주나 부수적인 수입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운영하고 있어서 정작 나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이 사그라들어서 공연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로컬 뮤지션들과 협업하고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더 다양한 기획을 펼치고 싶다.

꾸준히 즐기는 개인적인 사치라고 한다면.

선 서프(SUN SURF)에서 발매하는 하와이안 셔츠를 주문하는 게 낙이다. 일 년에 한 벌 정도는 사는 듯한데, 가격이 좀 나간다. 사실 나도 티셔츠 숍 차려서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오기 전까진 5만 원이 넘는 티셔츠를 사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옷을 들이는 입장이 되니 높은 가격을 이제는 이해한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거절당한 브랜드, 아티스트의 케이스도 있나?

꼭 섭외해서 입점하고 싶은 독립 브랜드가 몇 개 있었는데 대부분 활동을 중단한 상황이라 아쉽게도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신스 웨이브 전자음악을 취급하는 레이블 ‘Electronic Purification Records’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꼭 입고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편이 독일을 경유해야 해서 사실상 절차가 복잡해지다 보니 DM으로 여러 차례 시도해봤는데도 나중에는 답장이 오지 않더라. 사실 나도 전문적으로 수입 일을 해오던 사람이 아니라 막연히 시행착오를 통해 케이스를 공부하는 중이다.

BEM 같은 경우에는 의뢰를 받으면 보통 거절하지 않고 작업하는 편인가?

다 그렇진 않다. 작년에 몰라와 FOE를 새로 오픈하면서 BEM에서 예전만큼 상품을 많이 제작하진 못하고 있다. 뭔가 실질적으로 다양한 것을 공급해줄 수 없는 상황에는 거절하는 편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진짜 조금씩 보내줘도 괜찮은 숍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꼭 닿고 싶지만, 보류 중인 아티스트가 있다면. 또는 눈여겨보고 있는 이라던가.

보이롱 페이스(Boylongface). 그 또한 이곳에 몇 번 방문한 적 있다. 지면에 나오면 너무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너무 탐이 나는 브랜드여서 입점 기회를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 그리고 ‘Narc Production’의 진과 음반, 티셔츠도 굉장히 좋아한다. 러프한 질감을 위해 복사기에 여러 번 돌려서 만든 진 같은 것도 정말 멋지다. 언제나 최고의 결과물들… 신상품이 나오게 되면 FOE에 꼭 들이고 싶다. 

다양한 진(zine) 역시 FOE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군인 듯하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진 메이커를 소개해준다면,

한국 펑크 신에서 DIY 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요새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FOE에서는 서울 컬트(Seoul Cult)와 언레스트(Unrest)가 진을 지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또 최근엔 네오지오 게임기에 대한 내용을 다룬 장지원 님의 소풍 진(Sopung Zine)이 좋았다. 더 많은 창작자가 이 진 만들기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티셔츠 페어에 참여했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의 티셔츠 서브컬처 신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면.

사실 별로 큰 차이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해외 아시아권 행사에 나가면 마치 신도시(Seendosi)에서 페어를 진행하는 것처럼 로컬끼리 서로 연계해서 지내는 모습이 생각보다 비슷해서 놀랐다. 일본은 심지어 하드한 펑크 관련 페어를 열어도 방문객이 많더라.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해외로 나갔을 때 들리면 좋은 티셔츠 숍을 추천해 달라.

태국의 언파운드 프로젝트(@unfoundprojects), 덴 수베니어(@densouvenir), 대만의 어론 타이중(@alone_taichung), 홍콩의 로딩 스토어(@loadingcrew)를 알고 있는데, FOE에 입고한 블루 보이즈 스포츠 클럽, OKOKOK와 같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들이 그 나라의 로컬 편집 숍과 연계되어있다. 나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다시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면 반드시 방문해보고 싶다.

향후 방문객들이 FOE를 어떤 숍으로 기억했으면 좋은가?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브랜드를 여기서 처음 볼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고, 방문객 또한 DIY로 만든 상품들을 보면서 자신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만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FOE 공식 웹사이트


Editor│한지은
Photographer│김혜수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6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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