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의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되어주는 자전거. 실용성과 범용성을 두루 갖춘 이 고마운 사물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고마운 발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일상의 즐거움까지 더한다.
최근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동네, 성수에 재미있는 숍 하나가 문을 열었다. 온갖 개성 있는 음식점과 브랜드 스토어가 즐비한 거리에 자전거 가게라니. 말로만 들었을 때 괜한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러프함과 세련됨이 공존하는 숍 앞에 당도한다면, 그 얘기가 달라진다. 생경한 외형의 자전거, 행거에 자리한 갖가지 의류 등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물건으로 가득하다.
이곳 볼트(BOLT)는 수많은 자전거 장르 중에서도 올드스쿨 BMX를 바탕으로 하는 바이크 숍이다. 1980년대의 BMX 문화, 그리고 그 저변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며, 국내 바이크 신(Scene)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서울의 신진 바이크 숍 볼트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아래의 인터뷰를 확인해 보자.
볼트라는 공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볼트는 올드스쿨 BMX와 크루저 바이크를 중심으로 그와 어울리는 의류와 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전거와 패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올드스쿨 BMX라는 장르는 아직 조금 생소하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생산되었던 BMX를 올드스쿨 BMX라 칭한다. 물론, 그 당시의 자전거를 파는 건 아니고, 그 당시의 BMX 아카이브를 가지고 새롭게 제작한 BMX를 선보이고 있다.
유명한 영화 “이티(E.T)”, 그리고 넷플릭스(Netflix)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에 등장하는 자전거를 떠올리면 쉽다. 특히, “이티”에 나오는 BMX가 일본의 자전거 브랜드 ‘쿠와하라(Kuwahara)’에서 제작한 제품이었는데, 덕분에 일본 길거리 곳곳에서 올드스쿨 BMX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보통 BMX라고 한다면, 묘기를 부리는 자전거라는 인식이 강한데, 올드스쿨 BMX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BMX(스트리트, 파크, 플랫랜드 등)는 프리스타일 BMX라고 한다. 최초의 BMX는 ‘Bicycle Motocross’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터사이클 경기 중 하나인 모토크로스를 흉내 내기 위해 제작되었지. 더트 트랙을 달리는 걸 목적으로 한 BMX가 그 시초이며, 현재는 프리스타일 BMX와 구분하기 위해 레이싱 BMX라고 부른다. 올드스쿨 BMX는 초기 레이싱 BMX와 80년대까지의 프리스타일 장르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다.
볼트에서 판매 중인 올드스쿨 BMX는 일반 BMX처럼 과격한 트릭이 아닌 크루징에 최적화한 자전거다. 일상에서 손 쉽게 탈 수 있기에 조금 더 캐주얼하게 접근하기 좋다. 기본적인 외관도 매력적이지만, 바스켓이나 휠 등 멋진 커스텀 파츠가 많아 취향에 맞게 꾸미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BMX뿐 아니라 근래 빈티지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다. 관련한 인스타그램 계정도 자주 눈에 띄는데.
맞다. 몇 년 전부터 70~90년대의 MTB 바이크를 리스토어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정 모델 같은 경우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하고. 특히, 일본과 미국의 바이크 숍을 통해 다양한 커스텀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유행의 배경에 관한 본인의 생각이 궁금하다.
글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웃도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나. 캠핑부터 트레일 러닝까지,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기게 되었는데, MTB 또한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기왕이면 또 멋지고, 흔치 않은 걸 원하니까, 마치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것처럼 빈티지 자전거를 구매해 좀 더 패셔너블하고 편하게 즐기는 것 같다.
현재 볼트에서 취급 중인 주요 브랜드를 소개해 줄 수 있나.
자전거부터 이야기하자면, 도쿄에 더블유베이스(WBASE)라는 픽스드 기어, BMX 바이크 숍이 있다. 그곳에서 전개하는 바이크 모델 몇 가지를 볼트에서 소개하고 있다. 더블유베이스의 점장은 70년대부터 BMX를 타기 시작한 OG이고, 소장한 빈티지 아카이브 또한 상당하다. 이런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하우 아이 롤(How I Roll)’이나 ‘더커스원(DURCUSONE)’과 같은 숍 오리지널 바이크를 판매 중이다.
의류로는 아크텍사스(ARCTexas)로 유명한 부트랩(Bootlab)을 비롯해 얼웨이스(Alwayth), 발란사(Balansa), 헬로 선라이즈(Hello Sunrise)와 같은 브랜드가 있고, 이외 백스 USA(Bags USA), 올맨즈라이트(Allmansright) 등의 러기지 브랜드, 그리고 스크리밍 휠즈(Screamin’ Wheels), 민나노 사이클링 클럽(Minnano Cycling Club) 등 다수의 바이크 관련 하드웨어, 액세서리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라인업이 꽤 화려하다, 판매 브랜드의 선정 기준이랄 게 있는지.
볼트 멤버 모두 미국이나 일본 브랜드를 좋아한다. 거기에 실용적이면서도 일상에서 사용해도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 자전거 하드웨어나 액세서리의 경우 실용성에 치우쳐 자칫 외관을 해치는 디자인이 많은데, 우리가 파는 자전거가 패션, 라이프스타일에 맞닿아 있다 보니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브랜드를 계속해 찾고 있다.
외관부터 인테리어까지, 여타 바이크 숍과는 다른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우선, 볼트에서 판매하는 바이크가 올드카 스타일의 페인트로 도장된 모델이 많다. 이런 톤 앤 매너를 살리기 위해 올드카 콘셉트를 차용해 플로어 바닥을 칠했다. 아까부터 계속 이야기했던 70~80년대의 느낌을 내고자 한 거지. 내부의 진열장도 빈티지 가구나 기물을 따로 구매했다. 정비 공간은 실제 주차 공간이었는데, 이를 미국의 차고, 개러지처럼 꾸며봤다.
숍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가.
보통 고객 접대를 주로 한다. 그 외에는 출고된 자전거를 조립하거나 정비 업무를 하고,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할 간단한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시간이 좀 남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도 한 바퀴 돌고 오고.
정비도 직접 진행하고 있나.
전문 바이크 숍처럼 완벽한 공구를 갖추고 있지는 않아 전문적인 정비는 어렵지만, 간단한 정비 서비스 정도는 제공하고 있다.
주로 어떤 이들이 볼트를 찾고 있는지.
일단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에 위치하고 있어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르는 고객이 많다. 그리고 이미 볼트에서 판매하는 자전거를 알고 오는 사람들. 최근 인상 깊은 손님이라면, 빈티지 모터사이클을 타는 분들이 왔었다. 일본에서 올드스쿨 BMX를 보고 볼트를 찾아오셨더라고. 빈티지 모터사이클과 BMX 또한 문화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전거가 좋아 바이크 숍에서 일하고 있는데, 평소의 삶에도 자전거가 깊숙이 녹아있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건 13년 정도 된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전거만 해도 30대나 되니까. 볼트에서 일하기 전에도 바이크 숍에서 일했었고, 긱쿠리어(Gigcourier)라는 자전거 메신저 업체에서 메신저 활동도 했었다.
서울의 많은 동네 중 성수에 문을 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올드스쿨 BMX는 싱글기어이기 때문에 변속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언덕이 없는 지역이 최우선의 조건이었지. 성수동이 동네의 고저 차도 낮고, 자전거 이용률도 높아 성수에 문을 열게 되었다.
추후 볼트의 본격적인 PB 전개에도 욕심이 있는지.
물론이다. 지금까지는 볼트의 로고를 새긴 티셔츠와 후디, 토트백 정도만 제작해 판매 중인데, 추후 더욱 풍성한 자체 굿즈를 제작해 보려 한다. 타 브랜드와의 협업 또한 열려 있다.
2023년도 벌써 반을 훌쩍 지났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최근 반스(Vans)와 함께 신제품 촬영을 진행했다. 더불어, 이벤트를 논의 중인데,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별개로 곧 반스의 다양한 제품을 볼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니 이 역시 기대해 달라.
Editor | 오욱석
Photograpy | 전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