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ATER’S COOKBOOK Premiere – 스케이트보드 필름 상영회에서 만난 사람들

유스컬처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스케이트보드. 뜨거운 열정이나 패기로 표출되는 멋에 반하기도 하지만, 스케이트 문화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 트릭을 성공하기 위해 수십 번 실패하는 과정과 이를 옆에서 기다려주는 친구들 그리고 비로소 성공하면 모두가 함께 열광하는 그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실패와 도전을 받아들이고, 넘어지고 부딪치면서도 그 끝없는 가능성을 확신하는 그들은 이제 요란하게, 또 유쾌하게 스케이터의 귀환을 알리고 있다.

지난 13일, 성수의 치킨버거 전문점 롸카두들(Rocka Doodle)에서 “스케이터스 쿡북: 더 필름” 상영회가 열렸다. 스케이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롸카두들 소속 필름메이커 여명학이 1년간 공을 들인 “스케이터스 쿡북 : 더 필름”은 누가 알아 봐주지 않아도 보드를 타러 나가는 스케이터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담아낸 영상이다.

여명학이 기록한 필름 속 젊음과 자유를 맛보기 위해, 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제 갓 시작한 15살 소년부터 90년대에 처음 스케이트 보드를 탔던 OG까지. ‘자기 멋대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래서 자기만의 멋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로컬 스케이터들을 만나보자.


박창로

반지가 멋지다.

작년 비슬라에서 연 연말 포토그래피에서 1등했는데, 그때 받았던 우승 반지다. 평소에도 열심히 끼고 다닌다.

오늘 처음으로 말을 건 스케이터다. 스타일이 너무 독특해서. 오늘 룩의 콘셉트가 뭔가?

어릴 때부터 일본 폭주 만화를 좋아했다. 나는 패션을 잘 모르고, 그냥 만화에 나오는 아웃핏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서 일명 ‘폭주룩’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바지는 ‘토라이치(TORAICHI)’라는 일본 워크웨어 브랜드의 바지다. 실제 공사장에서 입는 바지인데, 일하다가 철근에 부딪히거나 긁히면 위험하니 큰 바지통으로 미리 바지가 철근에 닿게끔 해 작업자가 철근을 피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고안된 거다. 일본 옷가게 어디를 가도 구할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공업용품점에서 팔고 있더라. 내 영어 이름인 ‘TORA’와도 이어져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운명 같은 바지다.


민선홍

안경이 비싸 보인다. 보드 탈 때도 이걸 쓰고 타나?

고가도 맞고, 보드 탈 때도 쓰고 탄다. 요즘 뭐 긱시크다 해서 따라한 거 아니냐고 오해받고 있는데, 그런 트렌드가 있기 전부터 저는 이런 스타일을 고수했다. 그리고 제발 오해하지 말아 달라. 나는 긱시크가 아니다. 그냥 긱(geek)이다. 시크 빼고.

스케이터들을 보면 신발끈을 벨트로 쓰는 모습을 자주 보이더라.

이게 스케이터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건데 보드를 타다 보면 보드화의 알리 존이 닳아서 신발끈이 끊어진다. 끊어진 신발끈을 활용해 허리띠로 쓰는 거다. 그리고 가죽 벨트로 하면 옆쪽이 울게 된다. 멋있게 새깅을 해야 하는데 핏이 울어버리면 어쩌나. 스케이터들에겐 바지핏이 생명인데. 그런데 신발끈으로 허리를 묶으면 허리를 잡아주는 모양이 자연스럽게 빠진다.

스케이트보드 신과 관련해 본인만의 쇼핑 팁이 있다면?

기분이다! 내가 특급 꿀팁을 알려주겠다. 잘 들어라. 이 데크, ‘베이커(Baker)’라는 브랜드의 데크인데 2만 9천 원에 샀다. 하이츠 스토어에서 2월에 시즌오프를 진행하는데 팔라스(PALACE), FA, 베이커 같은 브랜드의 데크를 40장 정도 쌓아놓고 2만 9천 원에 판다. 오프라인 한정이어서 웨이팅을 해야 하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 않나. 내년 2월에 대기줄에서 나를 보면 인사해 달라.


여명학

스케이터 행사에는 햄버거 브랜드들이 협찬이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정말로 햄버거는 스케이터들의 소울푸드인가?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비싸지 않아서 가성비 좋고, 영양소 충분하고, 콜라까지 시원하고. 스케이터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이 있을까?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 브랜드는?

원래 맥도날드를 자주 먹는데, 치킨버거는 무조건 롸카두들에서만 먹는다. 진짜 다른 브랜드의 치킨버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김만호

OG가 추천하는 스케이트보드화는?

설포가 빵처럼 되게 두꺼운 옛날 스타일의 보드화를 추천하고 싶은데, 추천하려면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걸 추천해야 하지 않겠나. ‘ES’ 브랜드의 엑셀 오지(Accel OG), 이 신발 진짜 신고 싶은데 보드화가 너무 많아서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이 신발만 있다면 90년대 올드스쿨은 여러분들의 것이다.


김인기

인기 많은가?

이름 자체가 인기다.

오늘 옷장에서 옷을 골라 입을 때 한 생각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

상의는 두꺼운 기모 옷인데 아래는 반바지이다. 춥지는 않은가?

남자는 하체가 시원해야 한다.


조성건

오늘 팝업을 연 ‘에러 타운(ERROR TOWN)’의 디자이너이다. 공들여 만든 제품들이 판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실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제작과정에 있어 우여곡절이 많았던 초록색 모자 제품이 있다. 이걸 만들 때 너무 힘들어서 오만 정이 다 떨어져 ‘진짜 이게 팔리겠어?’ 하면서 만들었는데… 완판됐다. 제일 반응이 좋더라. 보라색 모자가 제일 잘 나갈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팔리고.


이흥렬

LA에서 활동하는 스케이터 같다고 느꼈다. 특히 청바지 핏이.

평소에는 리바이스(Levi’s) 550처럼 릴렉스한 스트레이트 핏을 입는데, 보드 탈 때의 바지는 항상 정해져 있다. 폴라 스케이트(Polar Skate) 브랜드의 빅보이 진. 스케이터라면 하나쯤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할 정도로 유명한 모델이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트릭은?

베리얼 킥플립(Varial Kickflip). 하루에 한 번 정도 성공하는 편이다.


김하빈

키가 큰데 어려 보인다. 몇 살인가?

15살이다.

어떻게 하면 키가 클 수 있나.

매일 우유를 챙겨 먹는다.


홍림선

진정한 블록코어다.

맞다. 가짜완 다르다.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FC서울 경기장 바로 앞에서 보드를 탄다.

오늘 FC서울 경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기장에 가보지 않아도 되나?

아까까지 경기장에 있었다. 2:4로 지고 있어서 나왔다.


임재환

반팔인데 털옷이라니, 아이러니하다.

폴리스처럼 겨울용 소재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일론이 다 삭아서 올라온 것이다. 50년 정도 된 옷이다. 소재가 독특해 재밌어서 구매했다.

요즘 본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있다면?

요리사가 직업이라 조리복만 입고 생활하니 옷에 대한 욕구가 쌓이더라. 그래서 아이쇼핑을 엄청 많이 한다. 좋은 옷을 발견하면 구매하고. 요즘에는 빈티지 챔피온(Champion) 맨투맨에 관심이 생겨 열심히 모으고 있다.


황태민

바람막이는 팔라스, 티셔츠는 슈프림으로 보이는데. SUPREME vs PALACE?

별생각 없다. 그런 걸 신경 쓰고 입지는 않는다. 오늘도 그냥 눈에 보이는 거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그냥 슈프림과 팔라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로 불러달라.


Rocka Doodl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김해찬
Photography | 김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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