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ROS “JUBILATE” PREMIERE – 스케이트보드 필름 상영회에서 만난 사람들

부딪히고 넘어지고. 깨지고 신음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실패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친숙한 이들이 있다. 이 악물며 다시 한번을 외치는 그들이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환희와 전율. 그러니까 스케이터 이야기다.

지난 20일, 라드(LAD)에서 “JUBILATE” 상영회가 열렸다. 필름메이커 김동희의 스케이트보드 필름, “JUBILATE”는 서울을 기반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라브로스(LABROS) 소속 스케이터들과 함께 한국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서 피어난 유스컬처를 표현한 작품이다.

김동희가 기록한 스케이터의 환희와 전율을 느끼기 위해, 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 다친 다리를 이끌고 찾아온 사람과 프랑스에서 방금 한국에 도착한 사람까지. ‘자기 멋대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로컬 스케이터들을 만나보자.


최원우

다리는 어쩐 일인가.

3일 전에 보드 타다 다친 거다. 마음이 좀 답답해 보드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주변에 사람들도 좀 있으니 멋있게 점프 한번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점프를 했다. 그런데 오른쪽 발목이 뒤집어진 상태로 착지를 해 인대가 파열됐다. 웃긴 건 그때는 그렇게 아프지 않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다리를 다쳤는데도 오늘 행사에 참가했다. 무엇을 기대하며 찾아 왔나?

라브로스의 팬인데 예전 아카이브 제품들까지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왔다. 실제로 여러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좋아하는 스케이터가 있다면?

10C41. 펑크 스케이터 단체인데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화장, 심지어 음악 선정과 편집 방식도 펑크답다. 음질이 다 찢어진 음악과 충격적인 비주얼, 그들의 퍼포먼스에 굉장한 에너지를 받는다.


권은무

오늘 필름에 본인도 출연하나?

맞다.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아픔을 모르고 탔던 모습들이 담긴 소중한 필름이다. 그때의 환희를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기대된다. 특히 일본에서 기다란 뱅크를 탔던 장면을 빨리 보고 싶다.

이번 행사의 진행을 본인이 맡겠다고 지원한 걸로 알고 있다.

주목받고 싶어서. 또 오늘이 사실 라브로스 소속으로서의 마지막 행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들도 있고 해서 지원했다. 그런데 지금 긴장돼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John

10년 넘게 스케이트보드 신의 사진을 찍어왔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역동적인 동작,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케이트보드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스케이터가 어디서 왔고, 어디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힘 있는 스토리가 사진에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스케이터의 멋은 어디서 오는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야마 넘치는 깡다구와 실패를 수없이 해도 할 때까지 해보겠다는 정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타는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현장에서 스케이터들을 보면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라브로스 팀원들만 봐도 목숨 걸고 촬영한다. 더 멋진 장면을 위해 엄청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더 난이도 있는 트릭을 보여주려고 하고. 다리 부러지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들만의 멋이 나오는 것 같다.


연경호, 최호진

둘이 쌍둥이처럼 늘 붙어 다닌다는데.

연경호: 매일 보드 타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호진이 형과 함께할 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계속해서 함께 하는 것 같다.

최호진: 경호를 볼 때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좋다. 시너지가 나는 느낌. 같이 스케이트를 타는 합이 좋아 이를 기록해 보자 해서 작년에 ‘썸머트레인(Summer Train)’이라는 이름의 비디오 작품도 만들었었다.

어떤 트릭을 할 때 서로가 멋져 보이나?

연경호: 테일 슬라이드.

최호진: 경호는 보드 탈 때보다 비보잉할 때가 더 멋있다.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스케이터는?

(동시에)홍현석.


홍현석

라브로스 사장님을 비롯해 라브로스 멤버들 또한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스케이터로 본인을 지목했다.

당연하다. 멋있지 않나?

스케이트보드 신에 품앗이 문화가 있지 않나. 그래서 스케이터들에게 하우머치를 자주 물어보는 편이다. 오늘 입은 룩, 하우머치?

후드는 받은 거고, 안에 입은 티셔츠도 받은 거고, 바지도 받은 거고, 신발도 받았다. 0원이다.

보드를 탈 때 보통 어떤 음악을 듣나.

밴드 CHS의 음악을 듣는다. 잔잔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음악이라 좋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보드를 타면 더 잘 탈 수 있다.


안에스더

오늘 비가 와서 보드를 못 타 아쉬울 것 같다.

비는 스케이터에게 최악의 조건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비가 올 때 뚝섬에 있는 아오리파크에서 친구들과 트릭 게임하면서 놀거나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친구들과 알리 연습하면서 경비아저씨들이랑 술래잡기하며 논다.

모자가 특이한데.

퍼킹어썸(FUCKING AWESOME) 모자다. 큐빅 디테일이 너무 예뻐 구매했다. 심심하게 입어도 이 모자가 나의 힙함을 지켜준다.


양준

얼굴에 베개 자국이 있다.

잠을 거의 못 잔 상황에서 5시간 동안 일하다 보니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30분 동안 잠을 잤다. 사실 농땡이라면 농땡이일 수 있는데, 30분 정도는 사장님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는다.

어떻게 보드를 타게됐나.

순수하게 재미로 타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킥보드를 같이 타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스케이트보드를 가져와서 타기 시작하더라. 마침 킥보드가 부서져서 놀 게 없을까 하다 친구 스케이트보드를 빌려 타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거다.


이승재

여행 트렁크를 가지고 여기에 왔다.

사실 방금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행사장으로 바로 온 거다. 모두가 파티를 즐기는 공간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보드 얘기도 하고 싶어 찾아왔다.

타지에서 생활할 때, 가장 그리웠던 음식이 있다면?

어머니의 김치찌개.


김동희

이번 상영회 작품인 “JUBILATE” 영상의 감독으로서, 관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죽을 듯이 연습해 왔던 트릭을 완성한 순간 스케이터들이 느끼는 전율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을 ‘기쁨에 소리 지르다’라는 뜻의 ‘JUBILATE’로 지었다.

다음 작품에 대한 예고를 살짝 해줄 수 있나?

‘수내 플라자’라고 스케이트 스팟으로 멋진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무브먼트를 기록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 한 공간 안에서만 펼쳐지는 영상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해 달라.

LABROS 공식 홈페이지
LABROS 공식 인스타그램


Editor | 김해찬
Photographer | 김해찬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