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동의 개성 넘치는 문화 공간을 소개하는 ‘돌아와요 전포동에’가 찾은 세 번째 공간은 전통적인 빈티지 스타일에 새로움을 더하는 빈티지숍 아이민 클럽(IMIN CLUB)이다. 인스타그램 계정만 살펴봐도 고딕과 Y2K를 필두로 한 그 독특한 스타일을 십분 느낄 수 있는데, 전포동의 낡고 정겨운 배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퍽 인상 깊다. ‘모리걸’ 스타일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바다 건너 옆나라 일본의 영향을 받아온 부산답게 아이민 클럽의 운영자 강혜원의 컬렉션은 국내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쉽지 않은 제품들로 가득하다. 빈티지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기꺼이 전포동으로 향하게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해 보자.
간단한 소개 그리고 아이민 클럽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부산 전포동에서 빈티지 숍 아이민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강혜원이다. 숍을 운영한 지는 3, 4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특이한 의류만 가지고 오는 데 자부심이 있었는데, 숍 운영도 그렇고 나도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옷을 파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장르의 옷을 접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종류를 점점 확장해 가고 있고, 요즘에는 깔끔한 옷들도 꽤나 들여오고 있다.
서브컬처 기반이라면 주로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나.
아무래도 펑크 혹은 고딕 계열. 범위를 계속 넓혀가려고 하고 있기는 한데 아직까지 그 색이 많이 묻어 있다. 남들은 그게 아이민 클럽 같다고 하더라.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 토박이라고 했는데, 요즘 부산 빈티지숍의 분위기는 어떤가. 새로운 숍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나?
그렇다,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 즐겁다. 특히 유리겔라, 오티코티를 추천한다.
대체로 부산의 빈티지 샵이라 하면 90년대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빈티지의 이미지가 강한데, 아이민 클럽의 스타일은 조금 독특한 것 같다. 현대적이면서도 Y2K 무드가 묻어난다. 아이민 클럽은 어떤 숍인가.
예전부터 스스로에게 많이 묻고 타인한테도 받았던 질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한 단어로 정의 내리지는 못하겠고 사실 그러기도 싫다. 단지 내가 좋아하고 입혔을 때 멋있어 보이는 스타일이 좇는다. ‘넘버나인 룩’처럼 정답처럼 정해져 있는 스타일은 기피하려고 한다. 자기 쪼대로 입는 사람들이 더 멋있지 않나. 나도 그걸 지향하려고 한다. 그래서 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싫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색이 정해지는 것 같긴 하더라. 고딕이나 Y2K 같이.
고딕이나 Y2K 같이 등은 어릴 때부터 따르던 스타일일까?
절대 아니다. 처음 빈티지를 좋아하게 된 게 남포동에 있는 ‘스즈코’라는 모리걸 빈티지샵에서 일하게 된 후부터다. 꽃무늬, 패치워크가 주를 이루는 ‘아오이 유우’ 스타일을 모리걸이라고 하는데, 스즈코에서 직접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옷을 판매해 보니 빈티지라는 게 다 비슷한 것 같은데 다른 매력이 있더라. 원단도 좋은데 저렴하기도 하고. 스즈코가 남포동에 있었으니 왔다 갔다 하면서 주변에서 같이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들이랑 친해졌고, 이모들이 디자이너 옷들도 많이 알려주셨다. 그렇게 지식도 쌓고 혼자 디깅도 하면서 더 빈티지를 좋아하게 됐다. 이모들 중에 진짜 고수들이 많다.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눈길을 끈다. 스타일링이나 패션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는지.
아니다. 그냥 빈티지 옷을 가져와서 그 옷에 대해 공부했다. 대부분의 빈티지 옷들이 이야기, 역사를 가졌다 보니 90년대 디자이너들의 룩북이나 그 당시 사람들의 스타일을 자연스레 공부하게 된 거다. 그런 스타일이 아이민 클럽에도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최근 관심 있게 본 이미지가 있다면?
몇 년 전부터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게 젠더리스 스타일의 맨즈웨어다. 그런 스타일링이 좋다. 아까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스타일을 좇는 편인데, 이게 그 스타일의 정점 같은 느낌이랄까. 아이민 클럽의 남자 직원도 이런 스타일로 촬영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원래는 남성복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든든한 직원이 생겨서 시도해 볼 생각이다.
아이민 클럽을 차리기 전에는 무얼 했나. 어떻게 숍을 차리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숍을 차리기 전에는 사실 인테리어 자재 회사를 다녔다. 그 후에 스즈코에서 일하게 됐고, 코로나 이후로는 스즈코도 운영이 힘들어져서 이참에 내 가게를 차려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먼저 숍을 운영하다 팔로워가 좀 쌓이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을 열자 싶었지.
아이민 클럽을 찾는 이들은 주로 어떤 이들인지 궁금한데.
고딕 스타일의 여성분들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스럽게 입으시는 분들을 포함해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신다. 전반적으로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분들.
공사장 혹은 폐 건물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주로 업로드하고 있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
공사장 같은 배경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선 옷을 갈아입을 곳이 있어야 하고 너무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먼지가 너무 날리면 옷에 붙어서 이 부분도 조심해야 한다. 그런 부분만 아니라면 우리 팀원들 모두 ‘OK파’여서 그냥 가서 재밌게 찍고 끝나면 맛있는 거 먹고 하는 식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부산조차도 젊은 인구가 많이 이탈하고 있다고 하는데 부산에서 계속해서 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사실 계약 문제로 이사를 생각해야 되는 시기가 있었어서 이참에 서울로 가볼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서울에서 숍을 운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야기해 보면 확실히 서울이 고객들과의 소통도 그렇고 기회도 많은 것 같다. 다양한 이벤트라던지 포스팅에 대한 피드백도 더 바로바로 오는 편인 것 같고. 어쨌든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서울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특히 아이민 클럽의 옷들이 핏한 옷들이 많다 보니 직접 입어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많이 계셔서 더 그런 것 같다. 서울은 일단 빈티지숍의 양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어느 역 주변에서 빈티지숍을 검색하면 꽤 많이 나오지 않나. 그만큼 그 다양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부산은 특정 구역에만 숍이 몰려 있는 경향이 있어 좀 아쉽긴 하다. 하지만 서울은 어쨌든 월세 등의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지 않나. 부산에서는 내 밥줄만 잘 챙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편하게 할 수 있다. 고향이라 편하기도 하고 돈에 쫓기지 않는 느낌이다.
부산만의 좋은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서울을 가보니 확실히 사람이 너무 많고 밀집되어 있더라. 항상 빨리빨리 뭔가를 해야 되고 밥을 먹더라도 적당히 맛있는 곳도 거의 기다려야 하고. 처음 사람 많은 게 뭐 어때 이런 생각이었는데, 그런 환경에 있으니 조금 사람이 피폐해지는 것 같기도 하더라. 서울에 있다 부산에 내려오니 여유로운 느낌을 조금 받았다.
숍으로 출근 후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일단 청소를 시작한다. 그리고 노래를 틀고 택배 업무를 처리한다. 이후에는 손님이 오면 가끔 얘기도 나누고 여유가 생기면 촬영도 하고 다림질도 한다. 예전에는 미싱질도 직접 하면서 리폼도 했었는데 확실히 몇십 년 경력의 이모들이 훨씬 잘하더라. 그래서 그건 포기했다.
최근 몇 년간 생긴 빈티지 숍들과 다르게 디자이너 브랜드만을 취급하지 않고, 다양한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고 있는데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유는 상업적인 이유인가?
물론 가격적 측면이 가장 크다.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는 옷을 가져와야 고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특정 디자이너의 옷을 딱 꼽아 좋아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브랜드와 상관없이 정말 예쁜 디테일을 가진 빈티지를 좋아한다. 그걸 아이민 클럽을 찾는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도 같고 그래서 내가 디자이너 제품이든 아니든, 그런 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 군이 눈에 띄지만 통일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느낌인데, 아이민 클럽만의 셀렉 기준이 있다면?
일단 입었을 때 멋있어야 한다. 근데 이게 내 기준이 아니고 손님이 입었을 때 멋있는 걸 생각한다.
최근 들여온 물품 중 자랑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밀크 보이(Milkboy)라는 브랜드의 코트인데, 90년대쯤 출시됐는데 이제는 구하기가 너무 힘든 제품이다. 정신 병원에 묶인 환자 콘셉트로 출시돼서 양손을 묶을 수도 있고 후드에 마스크도 있다. 같은 브랜드의 셔츠도 있는데 칼라 디테일이 너무 이쁘지 않나. 마지막으로는 이프 식스 워즈 나인(if six was nine)이라고 일본에서 수공예로는 최고로 알아주는 브랜드의 아카이브 시즌 제품이다. 링 디테일이 포인트인데 아직까지는 해외에서 반응이 아주 뜨겁다. 그레일즈 같은 사이트에 올리면 족족 팔린다.
앞으로 아이민 클럽을 통해 새롭게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만약 서울로 옮기지 않고 계속 부산에 남게 된다면 대중적으로 1번은 아니더라도 멋있는 걸로는 부산에서 첫 번째가 되고 싶다.
Editor | 장재혁
Photographer | 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