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동 인근에 개성 있는 숍과 문화 공간을 소개하는 시리즈 ‘돌아와요 전포동에’의 네 번째 공간은 슘 레코드(Shoom Records)다. 전포시장 골목 어귀, 아이들이 정겹게 뛰어노는 놀이터 건너편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슘은 낮에는 레코드숍이자 카페로, 밤에는 1층을 열어 클럽으로 반전되는 독특한 복층 공간이다. 하우스, 테크노 등의 전자음악의 매력을 부산에서도 즐기고 싶다면 지금 슘을 체크하자.
반갑다. 슘레코드를 개업하게 된 계기는?
3년 전, 이태원에서 테크노가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을 때 친구를 따라서 테크노 베뉴에 간 적이 있다. 처음 느껴보는 음악, 검은색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관객 그룹의 때춤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웃긴 게 1시간 뒤 나도 그들 틈에 섞여서 한 몸이 되어 있더라고. 그때 전자음악에 큰 매력을 느끼고 내 삶에 전자음악을 더하고자 부산에서 슘을 개업하였다.
슘은 어떤 의미를 지닌 이름인가?
동업자 형이 지은 이름이다. 내가 이태원에서 느낀 감정을 동업자는 독일의 ‘슘’이라는 공간에서 느꼈다고 한다. 동업자가 그 공간에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재연하고자 똑같이 이름을 짓게 되었다.
‘슘’이라는 이름에서 ‘휴식’, ‘자연’ 등의 단어가 연상되었다. 슘의 로고 컬러도 초록을 배경으로 삼았다.
‘내추럴’이라는 의미로 초록을 사용했다. 사실 ‘슘’이라는 이름이 내장한 의미가 동업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웠는데, 나는 색으로나마 나의 정체성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로고 뿐만이 아니라 클럽 내부의 조명도 초록으로 통일감을 주고 있다. 초록에는 어떤 애정이 담겨있나?
‘내추럴’이라는 단어로 나의 인생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한다. 그래서 초록색에 더 정이 가는 것 같고.
이태원에서 충격을 받았지만, 부산에서 시작했다. 부산에 근거지를 둔 이유는?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원래 제주 출신이기도 하고. 사실 제주와 부산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테크노는 제주도보다는 부산과 더욱 가까운 장르라고 느껴졌기에 부산에서 출발했다.
제주도가 고향이었다면 바다를 연상했을 때 제주도를 먼저 떠올렸을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슘은 부산에 자리했는데. 부산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정확히 말하면 고향이 제주도고 어렸을 때 서울로 넘어가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부산으로 내려온 거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전자음악의 수요층이 적당히 있으며 먼저 발을 들여놓고 생태계를 만들려는 도전 의식까지 고려하니 부산이 적절했다.
부산에도 여러 상권이 있다. 바다를 좋아한다면 바닷가 근처의 광안리에 자리를 잡아도 됐을 텐데, 슘은 왜 전포동 카페거리였나?
유동 인구를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전포동 상권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낮에는 2층을 열어 레코드 숍이자 카페로 활용하지만, 밤에는 1층에 클럽과 댄스플로어를 여는 독특한 복층 공간이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나?
상수역 ‘제비다방’과 ‘취한제비’를 벤치마킹했다. 마포에 거주할 때 자주 지나다녔었는데, 낮과 밤, 업장의 성격이 바뀌는 게 매우 사랑스러워 보였다. 다만 부산에서 제비 다방을 똑같이 구현해 낸다기보다는 ‘슘’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 안에서 2층은 서브 브랜드로 역할 하길 바랐다. 그래서 1층은 그냥 ‘슘’, 2층은 서브 브랜드인 ‘슘 레코드’로 공간을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슘이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음악 장르를 설명할 수 있나?
그저 전자음악과 테크노, 하우스 등의 댄스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장르들이 대중음악에 속하는 부류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 슘의 음악적 정체성에 관하여 명확히 말하기가 어렵다.
근래 바이닐 레코드의 수요가 높다는 통계적인 기사가 많이 보이고 있는데, 이를 체감하는가?
과거 LP 주요 소비층이 40,50이었다면, 현재는 20,30세대라는 것은 확실히 느낀다. LP에서 언젠가는 다시 CD로 넘어갈 것이라 얘기도 가끔 들려오지만, 아직은 LP 레코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LP 열광하지 않을까.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손길을 더하는 부분에서 젊은 세대가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부산의 바이닐 인구의 생태는 어떠한가. 레코드 신을 놓고 서울과 부산을 비교할 때 차이점이 있나?
부산의 바이닐 인구는 이제 시작 단계인 것 같다. 뮤직 컴플렉스가 서울에 이어 최근 부산 기장면에도 생겼다. 비록 부산은 아직 시초 단계고 좀 더 시간이 걸릴 테지만, 굵직한 몇몇 기업에서 수요층을 높여주고 있기에 긍정적이라고 본다.
슘은 로컬 클럽이자 레코드숍으로써 부산이라는 지역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
사실 요즘 지방 소멸이 큰 이슈지 않나. 슘은 클럽이자 레코드숍으로 부산 로컬의 중요한 문화적 자원 중 하나라고 본다. 문화적 자원들은 지역 활성화에 주요 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고 따라서 이러한 문화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성화 시키면 지방 소멸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레코드숍은 어떤 숍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나?
‘공간’은 사람이 채워줘야 비로소 공간이 완성되기 때문에 반드시 사람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채워지려면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지. 따라서 좋은 레코드 숍이란 양질의 레코드와 음악을 통해 좋은 경험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Editor | 황선웅
Photographer | 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