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MING TIGER 2022

VISLA와 인터뷰는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런데 리더 산얀에게 바밍타이거의 탄생 과정을 들어본 적은 없는 듯한데, 어떻게 팀을 시작하게 됐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산얀: 정말 물 흐르듯이 바밍타이거가 만들어졌다. 시작은 디제이 파티였다. 파티를 몇 번 했고 우리가 잘하던 것이 음악을 만드는 거라 파티의 컴필레이션도 제작했지. 그렇게 두 번 정도 파티를 진행했는데 사실 반응이 크지 않았다. 나름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참혹했고 그때 느낀 것은 ‘우리가 멋있게 보이는 데만 기준이 맞춰져있구나’였다. 그래서 좀 더 재밌게, 웃으면서 만들 수 있는 것을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내가 보컬도 해봤는데 잘 안됐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병언을 만나게 됐다. 같이 한 곡 두 곡 하다가 그냥 같이하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바밍타이거가 만들어졌다. 어쨌든 그 계기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재밌는 음악을 하자는 것이었다. 여전히 혹자에게 멋진 음악보다는 우리가 만들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4년, 그동안 바밍타이거는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

산얀: 앞서 이야기한 바밍타이거의 생각과 철학은 여전하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멤버들이 더 많이 생겼고, 또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의 범위도 많이 넓어졌다.

바밍타이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것 같다.

산얀: 나는 할 말이 없다.

오메가 사피엔: 소신 발언을 하자면 솔직히 비슷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산얀: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 특히 머드나 소금이나, 오메가도 많이들 알아본다.

소금: 얼마 전에 수호, 찬희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바밍타이거 팬이라고 알아준 분이 있었다. 알음알음 알려지는 추세인 것 같다. 나나 머드나 대중 매체를 타서 누군지 알 수는 있는데 바밍타이거라는 팀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조금 적지.

얼마 전 유럽 투어를 다녀왔다. 투어 내 재밌는 에피소드라면?

홍찬희: 항공사에서 우리 멤버 전원의 캐리어를 잃어버린 것. 그래서 속옷도 일주일 동안 똑같은 거 입고.

오메가 사피엔: 캐리어를 잃어버려서 공연 단체복을 H&M에서 맞춰서 입었다. 그리고 페스티벌 당시에 너무 추워서 페스티벌마다 후드티를 얻었다. 페스티벌 후드티를 콜렉팅했지.

산얀: 지나고 나니 추억이지만 당시엔 지옥이었다…

머드: 나는 노트북을 하필 캐리어에 넣어서 투어 동안 할 일을 못하고 한국에 와서 부랴부랴 처리하는 지옥 같은 경험을 했다. 당시에 우리가 헝가리에 있었는데 캐리어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까지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헛소리도 했다.

산얀: 그건 좀 곤혹스럽긴 했다.

홍찬희: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까지는 나라 하나를 거쳐서 가야 했던 거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중국 흑룡강까지 가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촬영의 콘셉트가 야유회, 워크샵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바밍타이거 맴버들끼리 여행을 간다면 뭘 하는지, 또 누가 여행의 계획을 짜는 편인지도.

산얀: 송캠프와 여행을 겸해서 가는 편이지. 온전히 여행을 갔던 적은 없다.

오메가 사피엔: 그런데 송캠프를 가면 일주일 동안 나올 수가 없다. 우린 면허가 없고 차가 없기 때문에 오지에서 생존해야 한다.

산얀: 유럽 투어 당시에도 항상 이야기했던 게 “여기서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였다. 우리끼리 좋은 곳에 떨어지면 음악부터 생각나는 사람들인 거다. 그래서 송캠프를 함께하지. 무언가 창작할 때가 가장 재밌다.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달까.

홍찬희: 동유럽 투어에서 짐을 잃어버렸을 때 오메가는 거기서 음악을 만든다고 캐리어에 스피커랑 마이크를 넣었고 백팩에 마이크 스탠드를 넣어왔는데, 캐리어를 공항에서 잃어버려서 투어 동안 마이크 스탠드 그 쇳덩이만 들고 다니던 게 기억난다.

투어 중 제작한 음악도 있나?

산얀: 투어에서 만들기에는 체력적으로 쉽지 않더라. 시도는 해봤는데…

소금: 점점 익숙해진다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어에서만 나오는 가사가 있다. 그래서 계속 시도해보고 싶다.

이번 단체곡 “섹시느낌”은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

원진: 내 유튜브 채널 ‘BJ원진’에 “엉딘이랑 노가리”라는 재생 목록이 있다. 그 1화 “산수호와 즐거운 노가리”라는 영상이 “섹시느낌”을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의 영상이니까 그걸 보면 된다. 그날이 정확히 2021년 3월 13일이니까 1년 6개월 만에 세상의 빛을 본 거다.

소소하게 시작한 트랙에 BTS의 RM이 함께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오메가 사피엔: 굉장히 새롭다. 산얀과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 목록을 같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중에 RM도 있었다. 솔직히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현실성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하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섹시느낌”으로 산얀의 큰 야망이 만들어진 거다. 빅히트와 RM에게 컨펌받고 서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섹시느낌” 편곡자로 언싱커블과 이수호가 참여했다. 편곡자로 오리지널에 각자 어떤 살과 느낌을 더했는가?

언싱커블: 나는 머드의 벌스, 그리고 RM 벌스의 후반 작업을 담당했다. 머드 파트에선 머드가 가진 장난스러운 이미지와 어울리게 편곡했고, RM의 파트는 이미 멋지게 편곡이 되어있어서 약간의 ‘Audio Chopping’과 ‘FX’ 등의 디테일한 부분을 작업했다.

이수호: 내가 진행한 작업은 오리지널 곡을 바꿨다기보다는 곡의 스케치 작업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원진과 함께 곡을 만들기 시작하던 단계에서 드럼라인과 베이스라인을 최대한 미니멀하게 가져가는 데 신경 썼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나?

산얀: 큰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우리가 원곡 아티스트라 RM과 빅히트 뮤직이 최대한 협조해주었던 것 같다. 덕분에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영상 감독인 페나키(Pennacky)와 작업 역시 오래 함께 해왔기에 딱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페나키 감독의 입장은 어떠할까. 일본인 감독이 한국을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는 일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싶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입국부터 어려운 시기다.

산얀: 코로나 때문에 촬영지를 정하는 일이 굉장히 난감했다. 우리가 일본에 갈 수도 없고, 페나키가 한국에 오기도 힘들어서, 그래서 제3국가로 가자고 이야기했고 촬영지를 캄보디아로 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페나키가 매우 진지하게 자신이 한국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인 한국에 호기심이 있다며 한국에서 촬영하는 게 어떻겠냐 제안을 받고 어려운 시기였지만 무사히 촬영했다. 어찌 됐든 한국에 오면 잘 해결될 것 같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니까, 도와줄 사람도 있고 그래서 한국으로 와라, 이렇게 된 것이지.

한편 이수호는 현재 ‘보링 스튜디오(Boring Studio)’를 운영하며 비디오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향후 바밍타이거의 비디오 비주얼도 담당할 계획이 있나?

이수호: 지금까지 바밍타이거의 뮤비를 만들어 온 페나키 감독의 작업물이 바밍타이거의 비전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고, 또 내가 페나키 감독의 팬이기도 해서 바밍타이거로 나오는 곡들은 페나키가 찍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기획이라면 정말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머드의 싱글을 위해서 베를린에 가서 윤준희 감독과 함께 연출했는데, 그때 너무 좋은 기억이 많았다.

현재 바밍타이거는 수많은 매체와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들의 제안을 승낙하는 기준이 있다면?

오메가 사피엔: 나의 기준으로는 우리가 갔을 때 재밌을까 안 재밌을까가 우선인 것 같다. 우리가 진심으로 공연과 그 환경을 즐길 수 있는가의 여부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산얀: 나 역시 즐거움. 우리가 좋아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바밍타이거는 늘 새로운 인상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가?

머드: 그냥 새로운 음악을 많이 듣는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또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데, 유일하게 사람을 만날 기회가 바밍타이거 송캠프다. 그때 최대한 영향을 받으려고 노력을 한다. 왜냐면 그게 나한테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국으로 투어하거나, 한국에서도 매니저님과 함께 다니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새로운 경험이다. 단순하게 보면 일상적인 일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모두가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관점을 바꾸는 것인가.

머드: 그렇다. 늘 똑같은 삶을 산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또 다른 삶이기에 그런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보려고 한다.

원진: 잡념이 들 때가 있는데 생각을 전환해서 음악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되게 평온해질 때가 있다. 그래야 내가 평온하니 곧 그게 새로움이 아닐까.

오메가 사피엔: 음악은 언제나 내 안에 흐른다.

멤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얼마나 늘어갈지도 궁금하다.

오메가 사피엔: 바밍타이거 활동을 하면서 운 좋게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사람과 함께하는 것이고 방향이 다르면 떠나고, 그런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냥 편하게.

일러스트레이터, 비디오 디렉터 등 국내외 많은 아티스트와 협력하여 커버아트와 뮤직비디오를 공개해왔다. 모두 범상치 않은 비주얼이었는데, 바밍타이거가 컨텍하는 아티스트의 기준이 따로 있을까?

홍찬희: 커버아트의 경우는 일러스트로 커버를 제작하자는 의견에 어비스(Abyss)와 내가 함께 작업자를 먼저 리스트업했다. “섹시느낌”의 이미지를 두고 고려했던 점은 “섹시느낌”은 커버아트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도 발전되고, 캐릭터 상품으로도 발전되어 최대한 롱런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최대한 소통이 원활한 아티스트를 찾으려 해서 도쿄에 거주 중인 프레디 카라스코(Freddy Carrasco)라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연락했다. 바밍타이거와 느낌이 잘 맞아서 한국에까지 찾아와 멤버들 얼굴도 보고 친분도 쌓고 다시 도쿄로 돌아갔지.

바밍타이거 멤버들이 주목하는 최근의 흥미로운 사건이나 키워드가 있다면?

오메가 사피엔: 앨범 작업이 키워드다. 우리가 함께 작업할 수 있을 만한 작업실이 하나 생겼다. 바로 이수호가 운영하는 보링 스튜디오의 작업실인데 채광도 좋고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기쁘다.

홍찬희: “섹시느낌”으로 하잎을 얻었으니까 이걸 계속 끌고 가기 위해서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 내 흥미로운 사건이다. 예를 들어서 퍼포먼스 비디오, 춤 영상, 리액션 비디오 같은 것들.

홍찬희는 비디오도 맡고 있지만 바밍타이거의 브랜딩과 마케팅도 담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홍찬희: 그렇게 하고 싶은 느낌이다. 산얀이 비디오와 브랜딩을 함께하는 것으로 제안해서 바밍타이거에 합류하게 됐는데,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갑작스럽게 일이 생기고 빠르게 끝마쳐야 하니까. 그런데 또 계획대로 되지 않는 그런 바밍타이거만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바라는 것은 앞으로는 계획을 좀 더 차근차근 세워서 하나씩 달성하는 것이다. 작은 계획까지 모두 이루면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오메가 사피엔: 나 역시 홍찬희가 브랜딩과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에 적극 찬성한다. 그리고 계획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바밍타이거가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홍찬희: 우리의 목표는 ‘피치포크 & 멜론 차트’다. 산얀이 이야기하기로는 평론가 즉, 피치포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멜론 차트 즉, 대중을 한꺼번에 사로잡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오메가 사피엔: 4년 전에도 그게 목표였고 지금도 똑같다.

Balming Tiger 2018 인터뷰
Balming Tiger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황선웅
Art Direction / Photographer │한예림
Hair│안나
Make up│박보름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