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B-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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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바닥과 씨름하는 비보잉(B-boying)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격한 춤으로 꼽힐 것이다. 브레이크 걸(Break Girl), 통상 ‘비걸(B-girl)’로 불리는 이들은 건장한 남성이라도 소화하기 어려운 비보잉에 수년간 도전하고 있는 여성 댄서다. 그들은 아직 댄서라는 이름이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비보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입장에서 온갖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특유의 굳건함으로 한국 비보이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무대 위 화려한 기술, 그 뒤에 펼쳐지는 비보이들의 짜릿한 승부가 관객을 흥분시킨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배틀이란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서로 교감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아닐까. 또한, 배틀은 비보잉의 극히 일부분일 뿐, 비보잉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놀이 그 자체라는 것을 그녀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태도로 이어나가는지, 현재 한국 비보이 신(Scene)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비걸 일곱 명을 만나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1. 어떤 계기로 춤을 추기 시작했나.

강채영(Rawberry) : 어릴 적 꿈이 가수였다.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장기자랑에 나갈 정도로 춤과 노래가 좋았고, 예고를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부터는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 힙합 재즈로 지금 학교에 합격했는데, 입시 준비로 배웠던 춤과는 반대로 수업을 들으면서 비보잉에 빠졌다. 그래서 지금은 비보잉에만 집중하고 있다.

변규인(Hana) : 친오빠가 댄스 스쿨에 다녔는데 그게 멋있게 보여서 나도 부모님을 졸랐다. 처음부터 비보잉을 시작한 건 아니었고, 방송 댄스에서 힙합, 힙합에서 비보잉으로 넘어왔다. 비보잉을 한 지는 대략 2년 정도 됐다.

이혜경(Tweety rock well) : 두타처럼 동대문 등지에서 공연하는 비보이들을 보고 시작했다.

서혜미(Primary Soul) : 예전부터 투팍(Tupac)과 같은 힙합 음악을 좋아했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댄서들의 춤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 당시에는 ‘스카이 러브’ 채팅이 유행할 때였다. 스카이 러브 힙합 채팅방에서 연습실을 찾았다. 그전에도 학교에서 춤을 배웠지만, 여성스러운 춤보다는 박력 있는 걸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내가 외부에서 춤을 배울 수 있게끔 도움받았다.

1변규인(Entrust Break) / 서혜미(New World Soul)

2. 비보잉의 매력은?

신설희(Surie roc) : 다양한 댄스 장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비보잉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비보잉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표현의 폭도 넓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변규인 :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하나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다시 도전하게끔 하는 것이 비보잉의 매력이다.

이혜경 : 다른 사람들처럼 여러 장르를 접한 게 아니라, 바로 비보잉부터 시작해서 다른 춤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춤을 췄다. 나이가 많든 적든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춤 하나로 감정을 공유하고 얘기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제 신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드는 감정은 사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브레이크 비트를 들으면 괜히 움직이고 싶고, 가슴이 콩닥콩닥할 때가 있다.

김경민(Mono) :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절대 놓을 수 없는 것. 지금은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정아란(Ranee) : 연습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긴다. 계속 실패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기술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도 크다.

 

3. 사람들이 비보잉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을 만한 영상이 있다면 알려 달라.

김경민 : 다큐멘터리 ‘The Freshest Kids’.

4. ‘비걸’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강채영 : 부모님은 내가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런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하셔서 부담될 때가 있다. 매번 대회가 끝날 때마다 영상을 모니터링할 정도다. 조금만 못해도 나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비보잉을 하는 걸 반대하셨는데, 내가 영상에 조금씩 나오다 보니 생각을 바꾼 것 같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컴퓨터 TV를 연결해서 보기도 한다. 가끔은 못해서 보여주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때도 어림없다. 감사하지만, 너무 관심이 많아서 창피할 때도 있다.

변규인 : 방송 댄스를 할 때는 꿈이 가수여서 그런지 부모님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다. 그런데 지금은 장르도 많이 바뀌고, 맨날 어디 아프고, 행사 다녀오면 녹초가 되고 그러니까 너 늙기 전에 어디 병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신다. 부모님이 딱히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는 부분은 없지만, 그만큼 책임은 지라는 입장이다.

이혜경 :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신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역할이란 게 있지 않나.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고, 취업을 한 다음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처음 춤출 때만 하더라도 엄마가 많이 응원해주셨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엄마의 근심이 늘어난 것 같다. 아빠한테는 춤추는 걸 몇 년 동안 얘기하지 않았다. 내가 춤추는 걸 아빠가 알고 나서 부터는 정말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앞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딸이 이런 춤을 춘다고 자랑하는 걸 들으니까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다.

신설희 : 일단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그걸 아직도 해?”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정아란 : 친구들이 장난스럽게 제발 벙거지는 쓰지 말라고 말한다. 하하.

2이혜경(Soul Flow)

5. 춤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신설희 :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어찌 됐든 현재 음악으로 돈을 버는 입장에서 본업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는 걸 느낀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한 뒤로 밤샘 작업도 잦아졌다. 춤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게 맞는데, 계속 신경 쓰인다.

이혜경 : 사실 한 3년 정도는 거의 춤을 추지 않았다. 그때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기라 춤을 관두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다. 연습실에는 나가는데 막상 연습은 하지 않던 때였다. 경민이가 춤을 절대 놓지 못하겠다는 말에 공감하는 게, 진짜 포기하고 싶은데 사람들이랑 같이 춤추는 즐거움이 너무 커서 당시에도 그만둘 수 없었다.

 

6. 본인이 춤을 춘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는가?

정아란 : 없다. 춤추는 사람들 모두를 존경한다. 오히려 나는 비보잉을 한다는 것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만약에 춤을 춘다고 무시한다면, 나 역시 그를 대화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Psoul

7. 비걸로서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강채영 : 예전에 학교에서 아란이와 둘이서만 춤출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그때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노래 듣고 춤만 췄었는데 이제 팀으로서, 개인으로서 뭘 해야겠다는 생각 탓인지 고민이 많아졌다. 제일 즐겁게 춤추고 있지만, 심적으로는 복잡 미묘하다.

변규인 : 춤으로 사람을 사귈 때.

신설희 : 역시 춤이 잘 춰질 때 아닐까.

333정아란(Blooms of Breaking) / 김경민(Solo)

8. 즐겨 듣는 음악은?

서혜미 : 90년대 힙합, 투팍이나 비기(Biggie)가 좋다.

정아란 : 힙합이나 훵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딱히 노래를 찾아 듣는 것은 아니다.

강채영 : “The Bamboos – Keep me in mind”.

9. 댄서들은 패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텐데 관심 가는 브랜드가 있다면?

이혜경 : 아디다스.

변규인 : 제일 관심 있는 브랜드는 브릭스톤이나 칼하트다.

김경민 : 캉골, 아디다스, 디키즈.

강채영 : 비걸이니까 B&B!

 

10. 세트 무브와 프리스타일 중 어떠한 것을 선호하는가?

* 세트 무브란 미리 준비된 동작을 추는 것을 말하며, 프리스타일은 말 그대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추는 춤이다.

서혜미 : 둘 다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프리스타일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확실히 더 깨어있고, 살아있는 춤을 출 수가 있다. 어떤 부분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느냐면 생각으로 춤춰서 잘하는 것, 즉 잘 짜여진 춤과 그 순간이 되어 살아있는 것, 완전히 내 개성이 드러나는 춤의 차이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변규인 : 둘 다 선호하는 편이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서 좀 애매하다. 비교하는 것보다는 음악을 듣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 같다.

정아란 : 처음에는 음악이고 뭐고,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세트를 짜고 움직였다. 하지만 춤은 음악에 어울리게 춰야 한다고 배우면서부터는 이제 내 라운드가 오면 큰 그림만 그려 놓고, 나머지는 전부 프리스타일로 소화하는 편이다.

rawberry

11. 한국 비걸의 강점은?

신설희 : 해외 비걸들이 놀러 와서 같이 연습하고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비걸은 풋워크(Footwork)를 잘한다고 하더라.

강채영 : 한국 비걸 신이 약하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더욱 단합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비걸 신을 약하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싫다. 지금 같이하는 또래 친구들도 여럿 있고, 비걸 신도 앞으로 충분히 더 커질 수 있다.

4신설희(Soul Kings/Soul Flow) / 강채영(Blooms of Breaking)

12. 국내 비걸과 해외 비걸과의 차이점는 무엇인가?

서혜미 : 시작점이 다르다. 힙합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가치관의 차이가 컸다. 본고장인 미국과의 교류가 지금만큼 쉽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한국은 사회적으로 비걸에 호의적일 만큼 깨어있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처음 출발선부터 쉽지 않아서 초창기 활동했던 대부분의 비걸들이 신에서 사라지고 다음 세대 비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13. 전 세계 비보이 신에서 한국 비걸은 한국 비보이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경민 : 본인의 성향과 목표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정말 주목받고 싶다면 비보잉을 마치 스포츠처럼 보고 접근할 텐데 나를 포함해 주변 비걸들은 그냥 추고 싶으면 추고, 재미있게 추는 것에 만족한다.

이혜경 : 내가 계속해서 봐왔던 시나리오는 이렇다. 어느 크루에 비걸이 한두 명씩 있지만, 비보이와 비걸이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비걸들은 팀에서 소외된다. 공연이나 CF, 잡지 촬영은 같이하는데 배틀이나 실력을 겨루는 자리에는 쉽게 낄 수 없다. 아무리 춤이 비보이들과 비교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계속 같이 팀을 꾸려나갈 생각이 있다면 이끌어 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비걸들은 한 팀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계속 둥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걸끼리 더 뭉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다들 신을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한국에서 비걸을 위한 환경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자기 의지가 정말 강력하다면 계속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와 닿는 게 크다.

Surie (SoulKingz) v Mono(SoulFlow) / Special B-Girl Battle / Break The Wall Vol.2 / Allthatbreak.com

14. ‘비걸 배틀’과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비걸을 가볍게 소비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설희 :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걸이라는 공통점 외에 딱히 배틀을 할 이유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 배틀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어린 비걸이 있을 수 있다. 신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걸은 비보이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관념 또한 요즘 들어 깨지고 있고, 실제로 비보이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비걸도 여럿 있다. 덕분에 행사를 주최하는 쪽이나 비보이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이혜경 : 일단 좋다고 생각한다. 비걸을 한데 모을 수 있고, 목표 의식도 더욱 뚜렷해지는 효과도 있다.

 

15. 모 브랜드에서 자사 소속의 비보이들이 한국 비보이 신 전체를 대변하는 식의 홍보를 해 논란이 됐었다.

서혜미 : 당연히 별로다. 실은 그러던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

정아란 : 1%의 삶이다. 그럼 나머지 99%는 뭔가?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비보이가 아닌 건 아니지 않나.

 

16. 대형 기업이 주최하는 행사가 꼭 필요하다고 보는가?

서혜미 : 지금 시대에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행사들이 결론적으로 문화나 비보이, 비걸 전체를 위한 행사가 될지는 모르겠다. 기업들이 전부 다 망해서 비보이, 비걸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온다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춤을 출 수 있을까? 아니면 그때도 이기려는 춤을 출까.

이혜경 :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규인 : 필요한 건 사실이다.

강채영 : 행사가 열리는 건 좋지만, 행사의 의도가 더 중요하다.

Soul Flow Jam Director Bgirl Tweety interview by ATB

17. 언젠가부터 한국 비보이 신은 큰 대회를 선호하는 비보이와 여흥을 중요시하는 비보이로 갈렸다. 현재 한국 비보이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변규인 : 서로 방향이 달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대회 우승이 중요하고, 춤을 추면서 모든 댄서가 한 번쯤은 삼았을 목표지만 승패만을 가르는 대회는 너무 지루하다.

서혜미 : 큰 대회는 ‘사이퍼(Cypher)’가 없어서 시시하다. 최고의 음악이 나왔는데 서서 멀뚱히 구경하는 건 우리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다. 기억에 남는 대회는 레드불 비씨원 싸이퍼(Redbull BC One Cypher). 나는 바보처럼 싸이퍼라는 행사 이름을 보고 갔는데, 정작 싸이퍼는 없었다.

정아란 : 비보잉 문화 안에서 서로 교류하고 사이퍼를 겪으면서 시작하는 사람과 기술 자체의 화려함과 멋에 이끌려 시작하는 사람의 차이인 것 같다. 처음 춤을 접할 때 나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존중하기보다는 “저게 무슨 비보잉이야”, 혹은 “저게 무슨 힙합이야” 이런 분위기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 앞서, 모두가 다 똑같은 비보이, 비걸이라고 생각해야 뭉칠 수 있을 것 같다.

이혜경 : 다들 스타일이 비슷해졌다. 예전에는 행사장에 가면 사람들 모두 열정적이고, 자기만의 플레이버(Flavor)가 가득했는데 반해 지금은 너무 지루해졌다. 트렌디한 비보이 탓일까? 이제는 워크샵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유명 댄서들의 노하우를 쉽게 배울 수 있다. 결국, 그 사람들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다. 자기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만을 따라가기 때문에 스타일이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

신설희 : 신이 너무 비즈니스로 변하는 것 같다.

 

18. 현재 비보이, 비걸 신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면?

서혜미나를 포함해서 모두들 자신이 맞다는 고집이 센 것 같아 안타깝다.

변규인 : ‘불규칙한 수입’이다. 춤이 너무 좋지만, 좋아하는 춤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너무 와 닿는 요즘이다.

 

19. 춤과 현실이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변규인 : 이제 막 대학생이 됐지만,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익히 들어왔다. 최대한 춤과 가까운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혜경 : 처음에는 춤으로 돈을 벌 생각이었다. 뭔가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마음이 컸다. 학생 때는 당연히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서 돈 걱정은 하면서도 생활에 대한 큰 불편함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사회로 나왔으니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춤추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설희 : 애초에 춤으로 돈 벌 생각이 없었고, 춤은 그저 순수한 영역으로 남기고 싶어서 음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아무래도 프리랜서라 수입이 일정치 않은 부분도 있고, 아까 이야기했듯이 음악에 더 집중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특별하게 힘든 건 없다.

김경민 : 돈은 없을 때 없고, 있을 때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춤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에 돈은 다른 곳에서 벌고, 춤은 춤대로 추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20. 비걸로서 당신의 목표는?

김경민
: 오래오래 즐겁게 춤추고 싶다. 배틀에서 더 잘하고 싶고 사이퍼에서도 주목받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같이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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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국의 모든 브레이크 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채영 : 모두 함께 으쌰으쌰했으면 좋겠다.

김경민 : 사람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사장이나 SNS에서만 보지 말고 같이 연습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서로를 존중했으면 좋겠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춤만 춘다고 해서 좋은 춤이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혹은 그 외의 것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라이프 스타일을 토대로 솔직하게 춤추길 바란다.

변규인 : 비걸 신이 더욱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이혜경 : 어린 친구들이 그 나잇대 할 수 있는 것들을 못하고 춤에만 올인하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렸을 때는 춤이 너무 좋은 나머지 방과 후에 무조건 연습실에 가서 맨날 춤만 추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점들이 많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시절에 해야 즐거울 수 있는 일들을 꼭 해볼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명예만을 중요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항상 남들보다 잘해야 했고,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사실 이것들은 춤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정아란 : 이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도 너무 기쁘다. 비걸은 정말 멋지다.

신설희 : 누군가 요즘 비보이, 비걸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 치르듯이 배틀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거보다는 춤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첫 모습을 기억하면서, 항상 초심의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

서혜미 : 비걸다운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이 완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춤을 대면하길 바란다.

 

텍스트/사진 ㅣ 백윤범

도움 ㅣ AllThatBreak, withB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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