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일본 하라주쿠 거리에서 일명 우라하라(URAHARA) 패션 붐을 일으킨 니고(Nigo). 그가 영화 “혹성탈출”에서 영감받아 시작한 베이프(A Bathing Ape)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혹은 어반웨어(Urbanwear) 브랜드로 치장하던 젊은이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 지금에 이르러 스트리트 스타일를 위시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즐비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초석을 다진 디자이너 니고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2010년 니고는 휴먼 메이드(Human Made)라는 새로운 디자인 레이블을 런칭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의 거대 패션 기업 IT에 베이프를 매각하며, 또 다른 출발선을 끊었다. 니고의 명성 덕일까, 그 이후 휴먼 메이드의 행보도 짧은 시간 내 빠른 성장을 이루었는데, 스트리트웨어에 아메리칸 캐주얼의 요소를 균형 있게 섞어낸 특유의 디자인은 남녀노소를 불문 여전히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브랜드, 무수한 패션 프로젝트를 통해 패션계의 거물로 거듭난 니고가 현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남성복 아트 디렉터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 협력, 루이비통의 새로운 협업 컬렉션 ‘LV²’를 공개했다. 베이프를 전개하던 시절부터 루이비통의 오랜 팬을 자처한 니고는 각종 의류와 액세서리, 러기지를 비롯 본인만의 커스텀 피스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동시에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다미에 패턴을 패러디한 그래픽을 심심치 않게 선보이며, 루이비통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런 그에게 루이비통과의 협업은 그야말로 하나의 놀이와도 같았을 것. 그간의 무수한 영감과 잔뼈 굵은 패션 커리어를 더해 빈틈없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번 LV²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니고는 다채로운 콘셉트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쌓아온 아이디어와 스킬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데님을 활용한 캐주얼 무드의 아이템에서는 패치워크를 활용, 루이비통의 다미에 패턴을 전면에 드러냄과 동시에 모노그램 패턴을 자연스레 조화했으며, 슈트와 같은 아이템에 특별히 제작한 LV² 로고와 위트있는 디자인의 패치 등의 디테일을 더해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무게감을 적절히 분산시켰다.
버질 아블로는 이번 LV² 컬렉션에 있어 영국의 댄디와 모즈(Mods) 시대를 연 셰빌 로우 테일러링(Savile Row tailoring)의 실루엣을 적극 반영했다고 언급했다━실제, 모즈를 상징하는 똑 떨어지는 기장의 맞춤 슈트와 피쉬테일 파카, 봄버를 중심으로 빈티지 베스파가 룩북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이 가진 미국 의복에 관한 놀라울 정도의 아카이빙과 재해석,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정밀함이 이번 컬렉션을 꾸리는 데 있어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럭셔리 패션과 스트리트웨어 신(Scene)을 견인하는 두 디자이너가 완성해낸 컬렉션은 각자의 패션 영역이 지닌 고유의 영역이 이상적으로 융합하는 좋은 예를 남겼다.
니고와 버질 아블로가 협력한 LV² 컬렉션의 정확한 발매일은 미정이나, 오는 2020 가을 컬렉션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