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고민 해결을 돕는 VISLA 클리닉이 첫 번째 고민으로 채택한 것은 가장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 ‘클럽에서 잘 노는 법’. 정답 없는 물음에 뻔한 조언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지만, 일단 무작정 VISLA 주변을 수소문해 클럽 바닥에서 가장 잘 논다고 알려진 이들에게 조언을 묻기로 했다.
그렇게 섭외한 인물들은 그들이 클럽에 방문한 빈도만큼이나, 숙련된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어색함과 뻘쭘함에 플로어의 변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이라면 속는 셈 치고 정독해보자.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부터 눈 딱 감고 그들의 조언대로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참여자의 답변은 원문 그대로 실었다.
정다울(회사원) – 클럽 방문 경력 10년 차
1. 우선 베뉴 선정이 중요하다. 아무리 잘 논다 한들 그날의 디제이와 관객들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 나는 좋아하는 클럽은 팔로우하고 이번 주 라인업을 체크한다. 혹여나 재미없을 때를 대비하여 근처에 2안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3. 좋아하는 디제이를 만들어 둔다. 확실히 취향에 따라 움직이면 실패할 확률도 낮고 디제이와 친해질 확률도 높다.
4. 최대한 멋지고 편하게 입는다. 이건 뭐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5. 술은 빠질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버인 상태로 재밌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보통 근처에 있는 포차에서 반주를 하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입장하는데 시간이 없다면 데낄라라도 마시자.
6. 마지막으로 최대한 내려놓아라. 남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든 신경 쓰기 시작하면 더 어색해질 것이다. 음악을 즐기고 자유롭게 춤추고 사람들을 만나라. 사실 이거면 된다.
황재국(헨즈/모데시/타임즈 운영) – 클럽 알바 경력 10년, 운영 경력 7년차
1. 문빵과 친해져라
국내에는 어딜 가도 스벤(Sven) 같은 문빵 형은 없다. 대신 스벤보다 더 무서운 가드 형들이 어딜 가나 보인다. 그 뒤에는 클럽의 찐 실세 문빵이 매의 눈으로 찐따들과 술 진상들을 주시하고 계신다. 그분들은 알고 보면 클럽에서 제일 눈치 빠르고, 고생하는 인간적인 친구들이다. 담배나 한 보루 시크하게 사다 주자. 평생 무입 가능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짜로 다니면 된다. 대신 문빵 바뀌면 다시 그 짓거리 반복 필수.
2. 핫플을 따라가지 마라
이미 누구나 다 아는 핫플은 이미 힙스터들이 뒈지게 놀고 그들에게 골수까지 빨린 곳이다. 핫플이라고 가면 뭐 개뿔도 없으니 유행 타서 핫플 찾아가지 말고 그냥 가던 데 가라.
3. 어느 클럽이건, 어느 파티건, 어느 디제이건 최소 3번은 찾아가 보자
클럽 춘추전국 시대다. 예전엔 위촉오 삼국지였다면 지금은 그냥 뭐 한 250개 된다. 재밌는, 멋쟁이 클럽도 어떤 날은 가면 개 구린 클럽일 수도, 어떤 멋진 파티는 어떤 날 가면 좆망일 때도 있다. 한번 가고 나서 ‘거기 병신 같던데?’라고 판단하지 말고 좀 몇 번 더 가보고 취향을 찾아가라. 나 때는 말이여 1주일에 엔비만 8번 갔다.
4. 클럽 안에선 알아서 놀아라
내가 뭐 어쩌냐? 그냥 알아서 놀자. 노는데 팁이 어딨냐. 윈드밀을 돌든, 베를린 온 듯 LSD 처먹은 척 놀든, 바 앞에서 까오를 잡든 알아서 놀자. 확실한 건 클럽에서 까오 잡는 것만큼 찐따도 없다. 까오 잡는다고 뭔 특별한 일 절대로 없다. 내가 17년을 까오만 잡았다.
5. 술은 적당히
술 쓰레기 되어서 남에게 피해 주는 쌈박질이나 성추행, 절도 좀 그만해라. 팬데믹이 끝나고, 이게 뉴 노멀 세상인가? 이상하게 사람들이 폭력적이다. 파출소 가서도 난동 피우다가 아침에 술 깨면 다 순한 양이 된다.
6. 클럽과 스태프, 디제이에게 리스펙트를 보내자
클럽이 뭔가 화려해 보여도 불 켜고 마감할 때 보면 이게 무슨 돼지우린지, 쓰레기장인지, 뭔지 구분이 안 간다.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뭔가 화려한 인생 같아 보이지만 남을 즐겁게 해준다는 건 참 몸과 마음, 정신건강이 점점 썩어가고 불면증에 시달리다 수명이 줄어든다. 디제이가 바뀔 때, 혹은 마감 불이 켜질 때, 박수를 다섯 번씩 쳐주며 조금의 응원을 해주고 후딱 짜지자. 청소해야 되니까~
최병문 (DJ, 회사원) – 클럽 근무 경력 3년
1. 놀 준비를 하기
여기서 말하는 놀 준비라는 것은 확실히 놀 마음을 갖으라는 거야 애인이 있거나 부모님의 간섭이 심한 친구들은 편하게 놀기가 어려워,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는 하얀 거짓말로 상대를 안심시키고 편하게 맘껏 놀아야 해 그래야 다음날 후회하지 않아 (물론 나는 거짓말 못함)
2. 술 마시기
같이 놀기로 한 친구들과 술을 마셔, 클럽은 보통 10시 오픈이기 때문에 그전에 몸을 뎁혀둬 보통은 소주를 마시지만 소주에 취하지 않는다면 선셋비치 롱티나 더티 로즈 브라운, 퍼플처럼 도수가 높은 술을 마셔. 같이 마실 사람이 없으면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한라산이나 대장부를 반주로 같이 마시고 나가. 이것도 힘들다 하면 편의점에서 깡소주를 불어 깡소주가 힘들면 마이쮸를 같이 먹어봐 잘 넘어가니까
3. 춤 추기
클럽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빨 터는 것도 좋지만 역시 클럽에서는 골반을 좀 털어줘야 해, 고개만 까딱거리던 김한처럼 바닥을 다 비비고 다니던지 상관없어 그냥 막 몸을 움직여. 어차피 아무도 춤추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아
4. 흡연하기
사실 흡연은 핑계야, 담배를 안 피워도 상관없어 같이 나가서 이 사람 저 사람하고 대화를 해, 평소에 말 걸기 힘들었던 사람이나 SNS로만 친구였던 사람 하고도 대화를 할 수 있어, 클럽사장이나 직원들, 바텐더, 공연 온 공연팀한테도 막 들이대. 소심한 성격이다, 말재주가 없다 그런 거 없어 그냥 막 들이대, 어차피 다음날 기억 못 한다면 그만이야~~
5. 국밥
짝을 찾은 이들이라면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보통은 국밥 엔딩이야….. 클럽에서 불이 켜질 때까지 놀다가 불이 켜지면 빗자루를 들어 바닥을 청소해 빈병도 모아서 카운터에 갖다 줘, 그러면 자연스럽게 클럽 사람들과 맛있는 국밥을 먹으러 갈 수 있어, 밥값은 클럽 사장님이 내주실 거야, 그러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SNS 친구를 맺어, “내일도 놀러 올게요 게스트 되죠?” 이 말도 잊지 말고
정지수 (DJ) – 클럽 근무 경력 8년차
1. 혼자 놀아도 재밌어!
친구들이랑 클럽에 가는 것도 좋지만, 취향이나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기가 어렵다면 혼자 가보는 것도 추천해! 혼자 논다는 건 결국 뭐든 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거거든. 난 여기가 재미있어서 계속 놀고 싶은데 친구가 나가서 다른 데 가자고 하면 안 내킬 때도 있잖아. 내 페이스대로, 내가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한 번쯤은 즐겨봐. 생각보다 혼자 놀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고, 그중에 취향을 공유하면서 친구가 되는 사람들도 있거든! 나도 10년 넘게 알고 인사하는 클러버 친구들이 있고 그래. 🙂
2. 뻘쭘함은 잠시,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로한테 관심이 없어.
일단 맥주 하나 마시는 동안 음악 듣고 놀겠다는 생각으로 초반의 뻘쭘함을 조금만 극복해봐. 디제이 부스 앞에서 앞만 보고 노는 것도 팁이야! (디제이는 어차피 네가 잘 안 보여)
클럽에 사람 많이 차면 누가 혼자인지, 누가 친구랑 왔는지 보이지도 않아. 다 술 마시고 춤추고 놀고 그러지. 어차피 어둡고 사람 많고 그래서 잘 안 보여. 베뉴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놀아. 너는 디제이에게도 클럽의 스텝에게도 정말 소중한 손님이거든. 그 순간은 놀고 있는 네가 최고의 클러버니까 당당하게 놀아! 진짜 손님 많이 없이 나 혼자 틀 때 격하게 놀아주는 손님 한 명이 있었다면 난 나중에 꼭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래. 진짜로.
3. 술은 적당히, 너무 빈 속에는 가지 말고!
클럽 가기 전에 뭘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렇겠지만 너무 빈 속에는 가지 마. 센 술들 먹고 훅 갈 수 있거든. 혼자 간만큼, 내가 나 자신을 잘 챙겨야 하니까 물도 마시고 하면서 술은 적당히 마셔. 춤을 격하게 춰서 땀도 좀 나고 하면 빨리 깨기도 해. 혹시 모르는 사람이 누가 술을 사주겠다고 하면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는데, 바에 따라가. 거기서 바텐더나 스텝이 직접 따라주거나 제조 해준 술 눈으로 가볍게 확인 정도는 하고 마셔. 고맙다고 짠하면서 친해질 수도 있기도 하고. 안전제일 차원에서. 물론 언더그라운드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고, 진짜 놀기 좋아해서, 흥에 겨워서 술 사 주는 사람도 많지만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잖아? 맘에 드는 베뉴의 바텐더나 스텝이랑 얼굴이랑 인사 정도 터 놓는 것도 좋은 팁이야.
무슨 술을 먹을지 모르겠다면 일단 맥주 마시거나 보드카에 주스 탄 칵테일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그거부터 시작해봐. 진토닉도 무난해.
김한(종합 예술인) – 경리단 도조 라운지에서부터 홍대 놀이터, 500, 나비, 명월관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현재까지 수, 목, 금, 토, 일 파티를 하며 먹고 마시며 놀다가 이제는 평범해지려야 더 이상 평범해질 수 없어진 언더그라운드의 언더그라운드. 북 치고 춤추다 춤추고 북치는 삶. 근데 이제는 마이크도 잡는, 긍정의 기운 Han The Positive Energe #인생은 언제나 카니발
클럽에서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고민하는 당신! 혹시 이 다섯 유형중 하나 일까?
- 놀고 있지만 더 잘 놀고 싶은 경우
- 노는 방법을 몰라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
- 친구 따라왔는데 내 취향이 아닌 경우
- 그만 놀고 싶은데 아직 첫차 시간까지 한참 남은 경우
- 입대, 취준, 결혼 등 모종의 사유로 정말 마지막 같이 놀아야한 경우
1번을 고른 당신은 이미 이번 주말 어디에 갈지 정해져 있는 사람. 디제이 부스 앞에서 디제이와 함께 호흡하며 당신을 보는 다른 클러버들에게 존재감을 뽐내보자! 멋진 사진을 남기거나 운이 좋다면 누군가에게 샷 선물을 받을지도!?
2번을 고른 당신. 혹시..?
(1) 격하게 놀고 싶지만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2) 나의 mbti가 극 I 인경우
이런 경우는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면 쉽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주변에 의지할 수는 없으니 자신감을 갖고 스테이지에 뛰어들어보자!
보일러 룸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면 전 세계에서 노는 걸로 날고기는 사람들이 맨 앞에서 시선을 강탈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놀고 있는 그들에게 빙의하여 놀아보는 거 어떨까? 준비물은 자신감, 자신감을 높여줄 선글라스 그리고 약간의 알코올
*사실 이런 경우는 술의 힘을 빌리는 게 가장 빠르지만 너무 많이 마셨다간 하룻밤의 기억이 통으로 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필자 경험 : 술 먹고 6호선 응암 순환 아홉 시간 타본 적 있다! (으..)
3번! 3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요새 압구정이 제일 핫하다고!!? 수많은 인파와 화려한 불빛 당장이라도 기가 빨릴 것 같지만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침착하게 판단해서 내가 여기서 정말 못 놀 것 같으면 다른 곳을 가보자고 얘기하는 용기도 필.. 요하지만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흥미가 생긴다면 이번을 계기로 본인의 음악적 스팩트럼을 늘 릴 수 도..?
하지만 자기 취향이 아닌 곳에서 노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ㅜㅜ 요즘은 다양한 베뉴에서 다양한 장르와 멋진 파티팀들이 열심히 주말을 채워주고 있으니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낼 건지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한국의 RA @theothersideofthetown의 인스타 계정을 통해 그 주의 파티를 체크해보는 것도 강추
4번의 상황은 정말 힘들다… 보통 새벽 세시쯤 이런 현타가 왔던 것 같다. 술도 마실만큼 마셨고, 할증요금이 붙은 택시비는 부담을 넘어 왜 놀았지라는 후회를 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짝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키던 하이에나들 마저 살짝 지친 이 타이밍이 오히려 본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살짝 느슨해진 플로어에 불을 지펴보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될지, 반짝 빛났다 꺼지는 성냥불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강한 인상을 줄 것이다.!!!
5번은 ….. 그냥 만나는 사람들마다 본인의 상황을 얘기해주면 된다.. 그게 바텐더가 되었든 옆에서 춤추고 있는 처음 보는 클러버든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재밌으면 됐지~!
일단은 이 정도까지만 얘기하기로 하고, 클럽에서 재미있게 놀기 세줄 요약
•음악에 취한다
•사람에 취한다
•술에 취한다
처음 가보는 클럽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가 가득 차 긴장되는 순간.. 사실 클럽이 나를 만족스럽게 만들어주기 위해선 스스로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클럽을 한번 쭉 둘러보자.
바는 어떻게 생겼는지 스피커는 어디에 달렸는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클럽마다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과 특색들을 찾는 재미가 또 있다. 술 많이 마시고 부디 재미있게 놀길 바라며, 보통 김한은 디제이 부스 앞, 뒤, 위에 있으니 만나면 서로서로 반갑게 인사하기~!!
*아!!! 당일날 게스트 되냐고 묻기 금지~!!!(오우노우!)
Editor | 한지은
Illustrator | 이해강
*해당 기획 기사는 지난 VISLA 매거진 20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