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V MUSIC : 뉴욕 유람

평범한 일상에 관한 1인칭 영상과 행동에 따른 음악을 함께 제공하는 영상 플레이리스트 시리즈 POV MUSIC. 그 세 번째는 뉴욕 시외 유람선 탑승과 그에 따른 선곡이다. 이번 시리즈는 영상과 음악 모두 뉴욕에서 활동 중인 VISLA 매거진 에디터 하비가 제공했다. 유튜브에 차고 넘치는 팝/감성 플레이리스트의 패러디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음악을 직접 확인하자.


Essay

노을 진 바다가 다시 듣고 싶었다.

노을의 발걸음은 발자국이 따르지 않지만, 끝없는 하늘과 일렁이는 파도를 스쳐 가는 노을이 남긴 잔상은 그 순간보다 더 오래 우리를 압도해서 그런지, 노을 맺힌 바다를 꼭 다시 보고 싶었다.

이런 덧없으면서도 아름다운 장관을 맞이하기 위해 믹스를 준비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리듬, 짙어지는 밤에 희미해지는 분홍빛 멜로디, 그리고 그사이를 가로지르며 자기 갈 길 가는 배처럼 소신 있는 진심을 담은 가사. 이 정도를 기준으로 선곡해 믹싱했다.

최근에 접한 사이키델릭 락 밴드 더 플래이밍 립스(Flaming Lips)의 “Giant Baby”는 듣자마자 좋아서 첫 곡임을 확신했다. 유람선에 올라타기 전까지 텁텁하게 울리는 드럼으로 마음을 달구고 싶었다. 갑판 뒤로 나설 때까지 비슷한 덤덤함을 찾다, 출항과 함께할 곡들은 인터넷 기반 리믹스와 힙합 장르로 선곡했다. 플러그앤비(Pluggnb)가 내세운 소울풀한 멜로디와 펄럭이는 808 베이스의 협주로 해 질 녘 하늘과 뒤척이는 파도를 꼭 맞이하고 싶었다. 가끔은 “Somebody, Anybody?”와 같은 부드러운 곡으로 희미해지는 석양을 보고, 때론 “skyskysky”처럼 요동치는 비트로 파도를 직시하고 싶었다. 이런 곡들의 적당한 접점을 찾아 믹싱해 노을과 바다는 한 베게 위의 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애프터스쿨의 “샴푸” 어쿠스틱 커버로 꼭 노을진 바다를 배웅하고 싶었다. 하지만 노을이 사라진 자리의 적막은 원곡의 휘황찬란한 확신보다는 휘휘님의 고요한 커버가 어울릴 것 같았다. 근데 필자는 또 대머리라 “샴푸”라는 곡에 공감하기 어려운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커버 곡의 수줍은 맛과 함께 석양의 마지막 빛이 녹아든 뉴욕 밤바다를 같이 감상했으면 좋겠다.


Tracklist

  1. The Flaming Lips – Giant Baby (feat. Mick Jones)
  2. CHINAH – Seconds of Heaven
  3. b4u – Erewhon
  4. Lali Puna – The Bucket
  5. DJ Sabrina The Teenage DJ – Cool Racer
  6. 454 & SURF GANG – BARBIE
  7. yakknae & warheadt – palette (pluggnb flip)
  8. haerang – rainy day
  9. FearDorian – Highschool
  10. July Drama – Somebody, Anybody?
  11. FKA Twigs – minds of men
  12. Erika de Casier – What U Wanna Do?
  13. Chanel Beads – Ef
  14. EthanUno & kimj – find my way
  15. Peterparker69 & Tennyson – skyskysky
  16. Dina Ayada – Flowers!
  17. araabMUZIK – WANTED PT2
  18. PAR – 양산형 발라드
  19. Oddy Nuff da Snow Leopard – Diamond Girl
  20. Rei Harakami – 終わりの季節(owari no kisetsu)
  21. brakence – introvert
  22. After School – 샴푸 (휘휘 커버)

영상, 글 ㅣ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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