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신의 식사를 기록하고 싶어 한다.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각종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식 사진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맛에 큰 감명을 받았다거나,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은 플레이팅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셔터를 누르는 모습은 식도락 풍속의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렇게 모두가 음식을 앞에 두고 ‘누가 누가 잘 찍나’ 대회를 여는 와중,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식사를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 요리사 고바야시 이츠오(Itsuo Kobayashi)는 지난 32년간 자신의 식사를 누구보다도 상세하게 묘사해온, 그야말로 식도락 아카이빙의 장인이다. 그는 매일의 식사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기가 아닌 펜과 종이를 사용, 섬세한 음식 그림과 수기로 그날그날의 요리를 정성스레 그려냈다.
이러한 경력은 이츠오가 10대였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는 그야말로 그날의 식사를 글로 적어내는 음식 일기에 가까웠으나 이후 20대 지역의 자그마한 소바 식당에서 일하며, 삽화를 곁들여 풍성한 콘텐츠를 완성했다. 본격적으로 음식 일기에 속도가 붙은 것은 이츠오가 46세를 맞이했을 때로 신경염을 진단받고 거동이 불편해지면서부터다. 일할 수도, 이전처럼 많은 곳을 돌아볼 수도 없을 때 그를 위로해주는 건 매 끼의 식사였고, 그 뒤부터 음식 일기에 더욱 열중했다.
특히, 일본에서 특출한 인기를 얻는 유명 요리 만화에 비견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그의 작화는 사진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림과 함께 식사에 대한 소감을 물론, 대략적인 정보와 음식을 보다 맛있게 즐기는 팁까지 적어 놓았다. 이런 이츠오의 음식 일기는 미국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지난 1월 뉴욕의 아웃사이더 아트 페어에서 음식 일기를 전시하기도 했다. 이제는 그 작품이 500달러에서 3,000달러 선에 판매된다고 하니 그 이름값 역시 꽤나 올랐다.
화가 뺨치는 그림 실력, 요리사로서의 재능이 더해진 정성스러운 글도 대단하지만, 지금의 작품을 세계로 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매일매일 지치지 않고 일기를 적어낸 이츠오의 성실함과 끈기가 아니었을까. 32년간의 집념이 완성해낸 그림일기를 천천히 감상해보자.
이미지 출처 │ Kushino Ter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