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Wikipedia)는 그야말로 21세기 디지털 인류가 일궈낸 집단지성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 신빙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이 참신한 민중의 백과사전 신봉자들은 계속해서 늘고만 있는 실정.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확고해질 수밖에 없는 강력한 순환고리를 가진 위키피디아가 인류의 새로운 바이블로 세계를 지배하는 먼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무한한 지식의 바다 위키피디아, 그 깊은 곳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바닷속 다리미질 스포츠 ‘익스트림 아이어닝(Extreme Ironing)’부터 판다의 성교 영상을 일컫는 ‘판다 포르노그래피’, 슈퍼마켓에 상주하는 고양이를 지칭하는 ‘보데가 캣(Bodega Cat)’ 그리고 항상 주변 사람들보다 친구가 적다고 느끼게 되는 ‘프렌드십 패러독스(Friendship Paradox)’까지.
시인 김춘수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했듯, 인스타그램 계정 @depthsofwikipedia는 세상의 모든 어여쁜 존재를 꽃피우게 한 앙증맞은 위키피디아의 비밀을 탐구한다. 지식이라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존재와 순간이 이 엉뚱한 백과사전 속에서 저마다의 온전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참고서 탓에 따분했던 학창 시절 @depthsofwikipedia와 함께였다면 조금 유쾌했을지도 모르겠다.